산을 오르면서 산 안내, 등산로 지도, 이정표, 얽힌 전설 등을 꼼꼼히 보는 것은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질주형 사람들은 거의 아무것도 읽지 않고 쓱 내달리면서 정상만 찍고 산행하기도 하지만, 나는 비교적 이것저것 읽어보고 담으면서 느리게 천천히 가는 유형이다. 그래서 그런지 같은 산이라도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지난번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서 걷다가 원터골굴다리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지점 삼거리 왼쪽에 우람한 고목이 서 있고 옆에 정자쉼터도 있다.
예전에 어느 산악회에서 클린산행 모임 장소를 저곳으로 정했는데, 나는 '거기가 어디지?' 했었다. 물론 그때 참여하지 않아서 가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오늘 그 장소를 비로소 알아본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지나다니는 길에 대해서 무심한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뿐이랴! 사람들에 대한 것도 그러하리라. 내가 관심을 두고 눈을 맞추고 마음에 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오래오래 기억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때 산행에 왔었나? 언제 보았었나?'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살방살방 음미하면서 걷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쉬고, 간식과 음식을 나누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풀어놓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도 딱 그랬다. J대장님, S고문님 포함해서 남산우 님 셋, 나 포함해서 여산우 님 셋, 6명이 함께 하는 산행이라서 모두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자세히 보인다. 그래서 오늘 청계산 산행은 서로를 알아가는 산행이었다고 말해보고 싶다.
"사람을 알면 사랑스럽다!"
이건 내 지론이다. 희로애락애오욕,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도 노래했다.
청계산에서 자세히 본 알파님들이 모두 다 멋지고 예쁘다!
좌청룡의 자리에 청계산, 우백호의 자리에 관악산이 있다고 한다. 나는 두 산을 어느 정도는 올라 보았지만 리딩 대장님을 따라갔기에 코스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산을 구석구석까지 알려면 혼산을 하거나 리딩을 해야 가능할 듯하다.
다음 주에 청계산 리딩 공지를 해놓고 가려는 코스가 긴가민가 했다. 그런데, J대장님도 청계산은 그리 잘 알지 못하신단다. 나는 대강 길을 알긴 하겠는데 어째 낯설다. 수종(갱매) 폭포 가는 길은 초겨울에 와 보았는데 여름에 오니 전혀 느낌이 다르다. 숲이 우거져 길이 온통 초록이다.
날이 더우니 물이 있는 곳은 꼭 들러보자 해서 부지런히 계곡을 찾아간다. S고문님이 청계산을 여러 번 와보셔서 길을 잘 아신다. 그래도 산행하는 다른 산우님들에게 물어도 본다.
"계곡 있어요?"
"계곡 가까워요?"
"계곡에 물 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정확하다. 드디어 수종(갱매) 폭포 도착이다.
물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머리도 감는다. 헤엄도 친다.
"아, 여름산행은 바로 이 맛이야!"
수온도 적당하다.
S고문님은 긴 바지 입고 오셔서 물속에 안 들어오시고, 5명 모두 옷을 입은 채로 물놀이를 즐긴다. 더위가 한방에 날아간다.
J대장님과 S고문님이 가져오신 복숭이 세 개와 배 한 개를 간식으로 먹는다. 물놀이 간식으로는 딱 안성맞춤이다.
하산은 한번 와봤던 길로 내려오니 그늘길 흙길 시원하다. 서울대공원까지 걷기 좋은 길이다.
청계산 산행은 청계산입구역~원터골~진달래능선~삼거리~옥녀봉~수종(갱매) 폭포~서울대공원 코스로 총 8km, 약 5시간 소요(점심, 휴식, 물놀이 시간 포함) 되었다.
청계산 산행은 숨은 섬김으로 기쁨이 두 배, 세 배가 된 산행이었다. 청계산입구역에서 박카스로 기운 내라고 H님이, 진달래능선 오른 후 첫 쉼터에서 시원하라고 쮸쮸바팟빙수를 J대장님이, 점심식사에서 두부김치는 H님이, 족발은 내가, 김밥은 K님과 D님이, 맛있는 빵은 S고문님이 준비해 오셔서 풍성했다.
무엇보다도 깔맞춤 오늘이 생신이신 S고문님, 언제나 알파를 잘 섬기시는 대로 지맥팀 총무님의 깜짝 섬김을 받으셨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에다 부추삼겹살 뒤풀이까지 푸짐하게, S고문님 덕분에 함산 한 우리들까지 모두 즐겁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고문님 생신, 축하와 축복드려요!"
"어여쁜 총무님, 감사해요."
"언제나 건강과 행복을 빌어드려요. 소중한 두 분과 멋진 리딩 J대장님, 그리고 함산 한 산우님들과 알파님들 모두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