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나라 제1호 람사르습지 자연보호구역 용늪 탐방

인제 대암산 용늪

by 서순오

인제 대암산 용늪에 다녀왔다. 예약을 해야 탐방이 가능한 곳이라서 산행 신청을 한 21명 모두 단체예약을 했다. 대암산 용늪은 하루 세 차례 20여 명씩 탐방이 가능하단다. 오전 9시, 10시, 11시에 입산해서 용늪과 대암산 정상까지 5시간 정도면 산행이 가능하단다.


우리는 오전 10시 20분에 예약을 했는데 차가 막히는 바람에 오전 11시에 주민등록증 제시 후 출입증을 받고 입산했다.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해서 큰용늪. 대암신, 탐방 안내소, 삼거리 갈림길에서 용늪으로 가서 탐방하고, 대암산 정상 오른 후 다른 길로 내려와서 삼거리 지나 원점회귀하는 코스이다.


산행 시작하자마자 데크길 다리를 지나는데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다. 어찌나 청량한지 들어가 물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금지구역인 데다 깊어서 내려가는 길도 없다.


포근포근 흙길 지나 임도길이 한참 이어진다. 길가에 물봉선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분홍, 하얀색 꽃들이다. 파랑색과 노란색도 있다는데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제1호 람사르습지 용늪이 궁금했는데 두 분 해설사님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보노라니 고지대에 그런 늪이 형성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경우라고 한다. 식물이 썩지 않고 계속 쌓여 스펀지처럼 되어가는 이탄층 형성되는 모습도 보았다..


여러 신기한 야생화들도 만났다. 참당귀, 천궁, 마타리, 비로용담, 물봉선화, 둥근이질풀, 엉겅퀴, 금강초롱, 물매화, 쑥부쟁이 등 꽃이 자꾸만 발길을 붙잡아 깊이 눈맞춤해 주고 사진에도 담았다.


대암산 정상은 암릉구간으로 조금 위험해 보였지만 남산우님들이 도와주어서 무사하 오를 수 있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준다'는 표현이 이런 암릉지역에서는 딱 어울린다. 나는 팔 힘이 달려서 가파른 암릉구간 오를 때 어렵다. 철심을 박아놓은 곳을 밟고 짚고 올라가야 하는데 자칫하다가는 도로 미끄러질 수도 있어서이다. 암튼 손을 잡아주고 등을 밀어주고 무릎을 밟고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산우님들에게 감사하다.


대암산 정상에 올라서니 암릉과 하늘 구름과의 조화가 천상의 세계 그대로이다. 조망도 사방팔방 막힘이 없이 시원하게 뚫렸다. 멀리 북한의 금강산까지도 보이는 곳이다. 6.25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도솔산과 백두대간 마루금도 볼 수 있다. 가이드님 얘기로는 날씨가 조금 더 맑았으면 또렷하게 보일 산들이 오늘은 약간 뿌해서 희미하게 보여서 아쉬울 거란다. 그렇지만 나는 산을 그저 '저기가 거기구나!'라고 대략 짐작을 해볼 뿐이기에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상관은 없다. 분단으로 인해 가보지 못하는 북한의 산들을 살아생전에 가볼 수 있을지 그리워해볼 뿐이다. 북한 접경 지역을 여행할 때나 근접 산을 오를 때 항상 해보는 바람이다.

하산은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한다. 아까 올라올 때 용늪, 대암산, 탐방안내소, 삼거리 지점까지 가서 원점회귀를 할 예정이다. 바위와 나무둥치에 초록 이끼가 끼고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뻗은 나뭇가지와 줄기들, 지천에 피어난 야생화들, 폭신폭신한 흙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딛으며 걷는다. 곧 나무를 놓아서 만든 조금 가파른 계단들이 나온다. 이어서 계곡길 돌길 너덜지대가 나온다. 돌이 젖어서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내려온다. 나는 여름 등산화를 신고 왔기에 더 신경을 써서 스틱도 짚으면서 천천히 내려온다.


대암산에는 용늪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인 듯, 여러 곳에서 계곡이 흘러내린다. 대암산 물소리가 마치 합창을 하는 듯 싱그럽다. 날씨도 오늘따라 바람이 시원해서 가을 느낌이 난다. 역시 강원도 깊은 산골 인제에는 가을이 일찍 오는 듯하다.


삼거리 지나니 역시나 너덜지대가 많지만, 곧 너래바위와 출렁다리가 나온다. 먼저 온 이들은 살짝 발을 적신 모양인데 실은 이곳은 출입금지 줄이 쳐져 있고 들어가서는 안 되는 지역이란다. 그러고 보니까 나도 아까 올라올 때 살짝 줄 안으로 들어가서 너래바위와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산에서 정확하게 규칙을 지키는 건 쉽지 않다.


내 뒤에서는 해설사분이 따라오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오늘도 내가 맨 마지막 이어서다. 다른 이들은 걸음이 무척이나 빠르다.


임도길이 꽤나 길다. 올라갈 때는 못 느꼈는데, 내려올 때 보니까 그렇다. 등산객이 무심코 걷다가 임도길을 지나칠 수도 있어서 탐방센터 가까운 지점에서는 임도길에 줄을 쳐놓고 하산길 표시를 해놓았다.


데크길 다리 지나 하산하고 탐방 출입증 반납하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오른다. 일찍 내려온 이들은 탐방센터 아래쪽 계곡에서 씻고 옷도 갈아입은 모양인데 나는 제일 늦게 내려와서 계곡에도 못 내려가본다. 그렇지만 하산하면서 중간중간 계곡에서 발을 적시면서 왔기에 시원하다. 이따 뒤풀이 식당에서 얼굴과 팔다리를 씻고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몸도 살짝 닦고 옷을 갈아입으면 시원하겠다.


오늘 대암산+용늪 산행은 총 13km, 약 6시간 소요(휴식 점심시간 포함) 되었다. 걸음이 빠른 사람은 5시간 만에도 산행이 가능하단다. 핸드폰 불통지역이라 트랭글이 안 켜져서 정확한 산행기록은 아니지만 해설사님이 알려주신 것이기에 정확할 듯하다.

너래바위와 출렁다리
물봉선화, 비로용담, 금강초롱
대암산 용늪
둥근이질풀, 물매화, 천궁, 참당귀, 마타리
대암산 정상 암릉에서
대암산 시원한 계곡과 천연의 숲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늘길로 도란도란 시원한 여름 물놀이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