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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Oct 18. 2024

내가 좋아하는 작가

"미쳐야 미친다!"

'어느 한 가지 일에 미치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른다'는 이 말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죽도록 힘들게 무엇에 매달려 본 적이 없어서이다.


우리 딸아이가  여고 시절에 어느 유명 가수의 행사에 가기 위해서 늦은 저녁에 집을 나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녁을 먹고 딸아이의 방에 들어가 보니 책상 위에는 온갖 응원 피켓을 만들어 놓았다. 딸아이가 그걸 들고 나갔다.

"엄마, 나 J 집에서 자고 올게요."

"그래. 알았어."


딸아이는 우리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그 아이의 집에서 잠을 잤다. 부활절 하루 전이었는데 그때 울 딸은 워십찬양을 하고 있었고, 어른 성가대가 부활절 타타를 할 때 오프닝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시아버지 임종 소식에 부랴부랴 시댁으로 갔지만, 우리 딸이 빠지면 안 되는 무용이라서 어쩔 수 없이 딸아이를 함께 워십을 하는 J 집에 맡기고 간 것이다.  J는 교회에서도 단짝친구이고 나에게 논술도 배웠다. 우리 딸이 그 후에도 가끔 그 집에서 잠을 자곤 했는데 그만큼 믿을 만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서울시청 앞에서 오전 10시에 열리는 유명가수의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J 집에서 자고  새벽 일찍 시청 앞에 가서 6시간을 기다렸다가 공연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다. 어느 유명 배우나 가수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예술가나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 쓴 적이 있지만 내가 깡시골 출신이라서 어린 시절에 문화혜택을 많이 누리지 못한 탓도 있으리라 이유를 찾아본다. 나는 무엇이든지 누구든지 그냥 '괜찮다' 정도이지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것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나는 좋아하는 작가를 정해보려고 애쓴 적 있다. 한 20년~30여 년 되었나 싶다. 우선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작품을 먼저 읽고 찾아보려고 했다. 제1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부터 읽어나갔다.


그런데 읽다가 또 다른 길로 가면서 성경쓰기와 성경책, 신앙적인 책만 읽고 문학작품에 대해서는 한동안 소원해졌다. 루 한두 장씩 새벽마다 한 성경쓰기가 성경을 통째로 구약부터 신약까지 총 5번 정도 쓸 정도이니까 이것만큼은 내가 꽤나 열심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다시 글을 써봐야지."

문학은  하고 싶었던 것이라서 은퇴 후에는 집중해 보리라 마음을 먹으면서 노벨문학상 받은 작품 들 중 최근 작품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2018년에 올가 토르추크 작품 <태고의 시간들>은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담겨 있어서 좋았. 그런데 2022년 아니 에르노와 2023년 욘 포세의 작품을 읽으면서는 실망감이 컸다. 니 에르노의 전 포르노 작품에 노벨문학상이라니! 욘 포세의 미성년자의 사고, 은밀한 외도에 노벨상이라니! 문장력도 작품성도 없어 보였다. 노벨상을 주는 한림원의 심사워원들이 정상적인 사람들인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이제 다시 노벨문학상 작품은 읽지 말아야겠다."

는 마음을 정했다.


그런데 2024년 우리나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실은 7~8년 전에 늘 내가 글쓰기를 원하는 친구가 책을 몇 권 사준다고 해서 서점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거의 100만 부 정도가 팔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 권을 함께 골랐다. 집에 와서 읽어보고는 주체할 수 없는 울음 때문에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그랬다. 지극히 연약한 주인공 영가 완전히 망가져가는 모습에 그만 가슴이 미어졌던 것이다. 오 단 한 사람만 영혜를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해 주었더라면 영혜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후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정해보았다. 그고는 그때 한강 작가의 책을 거의 모두 사두었다. 하나씩 읽어나가는 중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 재 상태는 그것이 유효할 지 궁금할 뿐이다. <채식주의자>의 근친상간 성 묘사나 노벨문학상 수상 후 밝혀진 이혼 사실 등이 나의 가치관과는 꽤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1994노벨문학상 수상자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을 읽고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 언제나 그 작품 이름을 적어내곤 했다. 그런데 그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니 오에 겐자부로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정하기는 좀 그래 보인다.


몇 년 전에 은퇴 후를 준비한다면서 동화를 2~3년 공부한 적이 있다. 동화책은 왠만큼 읽었다. 예전에 논술을 지도하면서도 꽤 많이 읽었다. 나는 <강아지똥>을 쓴 권정생 작가 무척 좋다. 그래서 그의 동화책을 거의 다 사놓고 하나씩 읽어나갔다. 그런데 권정생 작가의 삶을 쓴 책을 읽고 못 생겨서 결혼도 못 하고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산 작가의 삶이 너무도 애처로워서 그만 읽었다.

"예술가들은 왜 이릫게 가난한 거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야."


이제 조금 많이 늦었다 싶지만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보고 싶다. 일단은 세 사람의 작품을 거의 다 읽어볼 생각이다. 그러면서 글을 써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면서 말이다. 열정과 힘이 넘치는 젊은 시절에도 미치지 않은 일을, 나이가 들어서 기력이 달리는 지금이야 더 미치는 일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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