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팔꿈치가 이제 제법 많이 좋아졌다. 운동도 병행하고 있어서 곧 완전히 나을 것 같다. 그렇지만 산행하면서 스틱 짚는 것은 좀 어렵겠고, 여행은 괜찮을 듯하다. 원주 치악산 금강송길과 원주시장, 백운산자연휴양림, 그리고 여주 강천섬에 들를 예정이다. 올해는 날씨 때문에 단풍이 조금 늦어져 고운 단풍길을 걸어볼 수도 있을 듯하다.
참, 이번에 팔꿈치 아픈 것을 계기로 체중을 한 5kg 정도 다이어트 해볼 생각이다. 집에서 하는 근력운동에다 관절 운동, 혈액순환에 좋은 운동을 하려고 기구를 몇 가지 샀다. 폼롤러, 악력볼, 루프밴드 등이다. 작은 아령은 원래 집에 있던 거라서 그걸 사용하면 된다. 꾸준한 운동과 함께 여행도 하면서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
버스는 9시 50분에 치악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황장목 숲길을 걷는다. 황장목은 나무 둥치 속이 누래서 '창자가 노랗다'는 뜻의 이름을 가졌단다. 옛날에는 이 소나무로 임금님의 관도 만들고, 궁궐을 짓는 데 사용했단다. 그래서 '황장금표'라는 걸 붙여놓았는데, '일반인은 벌목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치악산에는 3개의 황장금표가 남아 있다고 한다. 황장목은 나무 중에서는 귀족인 셈이다.
황장목 숲길 중간쯤에는 치악산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한을 카페가 보이고, 구룡사에는 200년 된 은행나무 보호수가 있다. 절을 볼 사람은 보고 세럼폭포까지 갔다 올 사람은 다녀오면 된다. 치악산국립공원 주차장에서 구룡사까지는 약 1km, 구룡사에서 폭포까지는 약 2,2km라니까 합하면 왕복 6.4km이다. 나는 걸음을 조금 빨리해서 세럼폭포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세럼폭포 가는 길에 자생식물관찰원이 있는데, 그곳 단풍이 아주 곱다. 노란 은행잎도 수북이 떨어져서 가을 느낌이 제대로 난다. 단풍 포토존이라 이름 붙여 본다. 거기서 세럼폭포까지는 1.5km, 가파른 오름길 없이 평탄한 길이라서 걷기가 좋다. 그래도 숨이 차게 땀을 빼면서 걸으니 곧 도착한다. 세럼폭포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에 나무다리가 있고 비로봉과 세럼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세럼폭포는 작은 폭포 2개가 위쪽에서 중간쯤에서 흐른다.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샷을 남기고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길에는 시간이 촉박하기에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신발도 등산화가 아닌 부츠를 신었기에 조심하면서 내려온다. 군데군데 젖은 곳이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한다. 다행히 신발이 고무 재질의 통굽이라 착지가 잘 된다. 내려와서 보니 다들 세럼폭포까지는 가지 않고 중간에 내려왔단다. 초반에 나 혼자 6.4km를 걸었다. 산에 오니 산행하던 기분이 나서 신이 난다.
치악산은 총 3번 정상 비로봉까지 올라보았는데, 세럼폭포 앞에서 비로봉을 가리키는 이정표와 나무다리를 보니 옛 생각이 난다. 특별히 20대 시절에 오른 한겨울 눈꽃산행이 기억이 난다. 눈썹, 코털, 솜털까지 다 얼었던 아주 매섭게 추운 날의 산행이었다. 무얼 먹으려고 입을 벌리면 입술에 입김이 얼어붙어서 입을 떼려고 할 때 쩍쩍 소리가 났다. 하산할 때는 수북이 쌓인 눈길을 두 손을 짚고 엉덩이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왔다. 그리운 추억이다.
강원도의 3대 도시는 원주, 강릉,춘천인데,그중 가장 인구가 많은도시가 원주라고 한다. 원주에서도 단풍으로 유명한 치악산은 '붉은 산'이라 하여 적악산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단다. 또 꿩치(雉) 자를 쓰는데,꿩과 구렁이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어서란다. 어느 나그네가 구렁이에게 잡혀 먹힐 위기에 처한 꿩을 구해 주고 구렁이를 죽였다고 한다. 그런데, 날이 저물어 산속에 있는 오두막에 들어갔더니 어여쁜 여인이 맞아 주더란다. 그 여인은 구렁이의 아내였는데, 원수를 갚으려고 어여쁜 여인으로 변장해서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절에서 종이 3번 울리면 살려준다고 했는데, 동틀 무렵에 종이 울리자 여인이 감쪽같이 사라져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단다. 아침에 가보니 종 옆에 꿩 부리가 부러진 채로 어미 꿩과 새끼꿩들이 죽어있었단다. 보은에 대한 이야기라 가슴이 훈훈해진다.
가이드가 있는 여행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 미리 공부해오지 않아도 여행하는 지역을 더 자세히 정겹게 배울 수 있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