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쓰고 읽다 보면 여자에 대한 불공평한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내가 여자라서? 아님 여자라서 집안에서 '이거 하지 말라 저거 하지 말라'라는 말을 들으면서, 남동생들한테 양보하고 차별받고, 이래저래 여자라는 이유로 제재를 많이 받고 자라서? 아마도 그런 점이 꽤나 작용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신교육의 발상지인 이화여고와 이화여대에서 공부하면서 남성 못지않은 여성 리더십과 여성의 능력 발휘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던 터이다.
그렇지만 꼭 그런 시각이 아니라 하더라도 역사를 짚어보면 그 당시 시대 풍속과 관습을 따라 여성차별적인 시각이 도처에서 발견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성경 창세기에서 하나님께서 처음 사람을 만드실 때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는데, 누굴 먼저 만드셨을까? 당연히 남자를 먼저 만드셨다. 그리고 그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드셨다. 그것도 남자가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더군다나 뱀이 여자를 꾀어내자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명하신 선악과를 여자가 따 먹는다. 남자에게도 주어 먹게 한다. 그러니 원죄가 들어오고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아 모든 것이 풍족한 에덴동산에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였는데, 여자의 범죄로 말미암아 유한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러니 따지고 보면 인생사 모든 것이 다 여자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으니 여자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지금은 남녀평등의 시대이다. 실제 생활에서는 여성이 남성 우위에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사무엘하서를 쓰고 나니 특별히 여성들의 삶에 눈길이 간다. 다윗의 많은 아내들과 다윗이 간음의 대상으로 삼은 밧세바, 암논이 강간한 다말과 수넴 여인 아비삭 등이다.
다윗은 사울의 딸 미갈을 아내로 삼지만, 사울에게 쫓기면서 미갈을 도로 빼앗기고 만다. 사울은 발디엘에게 미갈을 주어버린다. 다윗이 다시 찾아온다. 여자가 무슨 물건 같다. 다윗은 법궤가 예루살렘으로 입성할 때 기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미갈이 자신을 비웃었다고 일평생 동침하지 않는다. 미갈은 독수공방 하며 늙어 죽는다. 그럴 거면 차라리 발디엘에게서 찾아오지나 말지, 울면서 따라오는 발디엘을 저버리고 미갈을 데려와서는 그렇게 비참하게 살게 한 것이다.
다윗은 많은 아내와 후궁들을 거느렸다. 당시 풍속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왕은 아내를 많이 두지 말라'는 하나님의 법을 어긴 것이다. 그러니 이복 자식들이 계속 태어난다. 서로 암투가 벌어진다. 압살롬과 아도니야의 반역은 아내들과 후궁들 간의 자식 경쟁에 휩싸였을 수도 있다. 서로 왕위를 차지하려고 하다가 살해되는 자식을 보는 여인들 어미의 심정은 어떠할까? 부모가 자식 앞에서 가는 것은 이치이지만 자식이 부모 앞서 가는 것은 불효이다. 다윗 왕이야 자식이 많으니까 상관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아내인 여자들은 자식이 하나 아니면 둘이었을 테니까 그 자식이 죽고 나서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마도 죽은 자식을 어미 가슴에 묻고 일평생 슬퍼하며 살았을 것이다.
다윗의 큰 아들 암논의 다말 강간과 버림에 대한 것은 또 얼마나 여성차별적인가?암논은 이복 누이를 꼬여서 동침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헌신짝처럼 버리고 만다. 다말은 오라버니 압살롬의 집에 거하면서 평생 결혼도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암논에게 성폭행당한 것이 다말의 잘못도 아닌데 꼭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여자에 대해서 너무 가혹한 시각이 아닌가!
다윗의 밧세바 간음 사건에서 밧세바의 입장이 또그렇다. 다윗 왕이 밧세바를 데려다가 아내로 삼았기에 망정이지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밧세바는 남편도 잃고 혼자서 다윗 왕의 자식을 키워야 했을 것이다. 평안하게 살아가는 가정을 파탄시킨 사람이 바로 나라의 왕이 되고 말았다는 얘기이다.
아비삭은 사무엘하서에는 나오지 않고 열왕기상 초반에 나온다. 나이 든 다윗 왕의 몸을 덮이고자 전국에서 뽑은 아리따운 처녀이다. 다윗의 수종을 든다. 그런데 다윗 왕이 동침도 하지 않는다. 아비삭 입장에서 보면 젊은 처녀이니까 좋은 일이었을까? 아니다. 다윗 왕이 죽고도 아비삭은 그 누구에게도 시집가지 못하고 혼자 살아가야 한다. 아도니야가 반역을 하고도 용서받고 살아가다가 아비삭을 아내로 달라는 요구에 처형당하고 만다. 선왕의 후궁을 차지하는 것은 왕위 계승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비삭이 무슨 죄인가? 예쁜 게 죄인가? 왕의 후궁으로 발탁된 것이 새파랗게 젊은 때부터 일평생 혼자 살아가야 할 이유란 말인가?
여자는 무슨 죄가 있어서 이리도 처참한 인생을 살아야 했을까? 여자가 독신주의라면 아예 남자를 모르니 혼자 살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남자를 안 여자는 혼자 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 속 여자들은 남자에게서 이런저런 이유로, 아니 아무런 이유없이 일방적으로 버림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약에서 예수님이 유대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현장에서 잡아서 돌로 쳐 죽이려 할 때,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여자에게 '다시는 가서 죄를 짓지 말라'며 돌려보낸다. 구약의 다말과 미갈과 밧세바와 아비삭은 하늘나라에 있을까? 신약의 간음한 여인도 그곳에 있을까? 이브의 윈죄 때문에 유독 여자에게 더 가혹하다 느껴지는 성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결과와 영향에 질문을 던져본다. 이들의 이 땅에서의 고통스러운 삶도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으로 그 값을 치르고 천국에서는 영원토록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땅에서도 여자에게만 불리한 법은 고쳐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예수님 사후 2,000년이 지난 시점이다. 죄는 여자에게만 물을 것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죗값을 치러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남자 여자를 떠나서 자기 자신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