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롱 음악공원은 몇 년 전에 울 딸이랑 한 번 왔었다. 울 딸 집에 와서 묵으면서 여행을 할 때이다. 공원 조성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이제 막 잔디도 나무도 꽃도 심어서 땅에 깊이 자리잡지 못해서 어딘지 조금은 어설프고 사람도 거의 없는 공원이었다. 그런데 오늘 와 보니 잔디도 많이 푸르르고 군데군데 예쁜 꽃들도 나무들도 잘 자라고 있다.
울 딸은 외손녀를 어깨띠에 매서 안고 같이 걸었다. 애가 밖에 나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어깨띠 밖으로 나온 발을 동동거리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두 사람이 악기를 켜고 노래하는 곳에서는 또 덩실덩실 춤을 춘다. 연날리기하는 사람의 연을 따라 쫓아가 보기도 한다. 둘이서 신이 났다.
"엄마 9시 30분에 예림이 잘 시간이라 먼저 내려갈게. 천천히 더 보고 와."
울 딸은 자기 아파트가 있는 쪽으로 내려가고 울 남편과 나는 둘이서 더 둘러보기로 한다.
전망대가 있고, 큰 전망대가 있다. 작은 전망대 먼저 올라가서 두루 조망해 본다. 왼쪽 편에 고급 주택들이 한데 몰려있는 곳이 보인다.
"부자 동네네!"
"그러게. 고급 별장 같아 보이네."
오른쪽으로는 고층 아파트들이 보인다. 울 딸 사는 아파트도 보인다. 지척이다.
높은 전망대로 올라간다. 철계단이 꽤나 높이 놓여있다. 철계단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계단 옆으로는 노란 꽃들이 피어있다. 이름은 모르지만 꽃이라서 예쁘다. 계단 끝으로 올라서니 노랑 꽃밭에 베토벤 흉상이 있고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울 남편은 독학한 중국어 실력을 테스트해 본다. 노래하는 이에게 자꾸 말을 걸어본다.
"워 시 한궈런."(저는 한국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째 성조가 어색해서 그 사람이 잘 못 알아듣는다. 내가 다시 제대로 된 성조(?)로 얘기를 하니까 한 번 다시 따라 해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듣는다는 것인지 못 알아듣는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은 나도 중국어를 조금 배웠기에 성조 부분은 이해를 했다. 독학을 하면 단어와 문장은 많이 알아도 성조가 불안정하다. "중국어의 특색은 성조라서 중국어 배울 때는 기초가 아주 중요하다"라고 울 딸이 늘 얘기를 했다. 암튼 말을 거는 용기가 대단하다.
베토벤 흉상은 높은 전망대 위에 올라가서 보니 더욱 멋지다. 노랑꽃과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음악이 흐른다. 전원, 운명, 합창 등 베토벤 교향곡들을 떠올려본다.
기체조하는 사람, 혼자 운동하고 있는 사람, 노래 부르는 사람,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올라오는 사람 등을 만난다.
내려올 때는 또 다른 철계단으로 쉽게 내려온다. 음악공원이라서 피리 부는 소년, 등 조형물들이 음악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 많다. 실제로 노래 부르는 사람도 있어서 음악공원의 면모를 잘 갖추었다고나 할까? 남편과 함께 걸으니 여유가 있어서 좋다.
"이따 오후에 또 봐."
예림이 잠 깨면 만나서 점심 먹고, 오후에 한 군데를 더 구경할 거란다. 아이가 어려서 고생일 텐데 어떻게든 엄마 아빠를 챙겨주려는 울 딸이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