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이따 저녁도 먹고 마켓 들리게 만날래요?"
낮에 돌잔치를 하느라 신경을 많이 써서 피곤할 텐데 울 딸한테 톡이 들어온다. 점심 먹고 우리를 호텔에 데려다 줄 때는 그냥 일정 없이 쉬기로 했는데 말이다. 시간이 아까워서 무어라도 더 해주려는 것이다.
"좋아."
"5시 30분 어때요? 우리 집으로 오실래요?"
"응, 그래."
약 2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 빈둥거린 후에 울 딸 집으로 걸어서 간다.
외손녀가 깨서 드디어 안아본다. 낯을 익혀서 그런지 울지 않는다.
"외할머니 지난번에 한국 왔을 때 봤었지? 예림이 태어나길 기다리면서 <탄생> 그림책도 냈어. 아유, 예쁜 우리 예림이 착하기도 하지."
아이를 얼러본다.
외손녀는 시터 손에 맡기고 넷이서 밖으로 나온다. 쭉 걸어서 <상하방> 거리 구경을 한다. 이곳은 야경이 굉장히 화려한 곳이란다. 아직 시간이 좀 일러서 야경 불이 켜진 곳이 없다. 약 10여 분 걸어간다.
"저녁은 뭘로 드실래요? 닭꼬치 종류, 아님 홍콩 음식 어떠셔요?"
울 남편은 닭꼬치도 좋겠다는데, 나는 고기는 많이 먹었기에 또 먹기가 좀 그래서 홍콩 음식으로 하자고 했다.
약간 돔 형태 뾰족탑이 있는 홍콩 음식점에 도착했다.
"여기야. 근데 거리 좀 돌아보고 먹자."
우리 부부는 울 딸 부부를 뒤따라 간다. 남자들은 둘 다 롱다리라 걸음이 빠르고, 울 딸도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라 꽤나 빠르게 걷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보폭에 맞추어 걸으며 거리 장식 사진도 찍고 찬찬히 구경을 한다. 산행할 때랑 비슷하다.
커다랗게 나무 위에 만들어 달은 꽃, 장미꽃, 스노우맨 장식 등 예쁜 조형물이 많다. 몸집이 작은 희귀종 말들도 있고, 강아지 파는 곳도 있다. 거리 구경은 여행 중 또 다른 재미이다. 한 10여분 정도 돌아다니다가 홍콩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울 남편은 스파게티와 짜장면 비슷한 면, 나는 닭발과 베트남식 특이한 음식 두 개, 울 딸은 연유빵, 울 사위는 짬뽕 비슷한 탕 종류를 주문한다. 음료는 다들 이 집에서 유명하다는 레몬주스로 하고, 나만 카페인이 없다는 백향과 주스로 시킨다. 음식이 닭발이 젤 먼저 나오고, 면, 연유빵, 베트남식 음식, 주스가 나온다. 그런데 탕은 맨 마지막에 나온다. 즐겁게 식사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내가 어제저녁에 여기 한 바퀴 돌아봤어."
울 남편이 하도 안 들어와서 울 딸이랑 톡을 여러 번 주고받았다. 거의 30여 분 만에 들어왔다. 여권도 내가 가지고 있는데 혼자 나가서 톡을 해도 답문이 없어서 약간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울 남편이 독학한 중국어를 써먹어볼 기회를 만들어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아직 장소가 헷갈린다. 밤이라서 더욱 그렇다. 울 딸 집에서 바시롱 음악공원까지, 홀리데이인 호텔까지는 알 수 있겠는데, 아니, 오늘 걸은 홍콩 음식점이 있는 상하방 거리까지도 대강 알겠는데, 다른 곳은 낯설다.
울 딸 부부가 호텔까지 바래다준다. 옛날에 친한 친구끼리는 헤어지기 싫어서 서로 집까지 바래다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연애할 때 애인하고는 더 그랬다. 좋은 풍습이다.
"엄마, 차 산다고 했지?"
"응. 중국전통차."
한 10여 분 걸어가서 마켓에 들른다. 가는 길에 다른 할인 마켓도 들렀는데 마땅한 게 없다. 좀 더 큰 마켓으로 간다. 굉장히 큰 마켓이다. 카트를 끌고 와서 낼 먹을 과일과 견과류와 껌도 사고, 한국 가져갈 과자 선물도 사고, 교회 식구들에게 줄 차도 산다. 이번에 울 아들은 시간이 안 된대서 함께 못 왔는데, 아들 줄 심천과자도 산다.
특이한 점은 마켓에도 안내로봇이 있다. 중국어로 하는데 번역도 해준다면 외국인들한테는 아주 유용하겠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거리와 건물 야경이 여러 색으로 바뀌며 화려하게 빛난다. 환하게 불이 켜진 집도 보인다.
"저기가 아까 그 닭꼬치 집이야."
홍콩 음식점 바로 옆인데 사람이 무지 많아서 궁금했다. 중국에서도 한국 못지않게 역시나 닭꼬치가 인기인 모양이다.
호텔로 들어와 울 사위가 사준 과일을 먹고 씻는다. 배가 불러도 과일 배는 따로 있다.
"과일은 소화제니까."
배가 불러 안 먹겠다는 울 남편에게도 파인애플과 망고 한 개씩 맛을 보인다. 남쪽지역이라 역시 과일이 달고 맛있다. 매 끼니와 간식을 잘 챙겨 먹어 살이 좀 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