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울 딸 부부와 다시 만나 꿔바로우를 먹으러 가기로 한다. 톡으로 울 딸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코코넛 닭샤브샤브랑 꿔바로우랑 둘 중 어느 게 먹고 싶어? 시터가 오늘부터 3일 동안 휴가라서 예림이 데리고 가야 해서 집 근처가 좋을 것 같아."
"응, 그래. 코코넛 닭은 지난번 왔을 때 먹어봤으니까 꿔바로우로 하자."
우리는 호텔을 나와서 울 딸 아파트로 걸어간다. 몇 번 걸어보았다고 꽤나 가깝게 느껴진다. 아파트는 카드를 대고 들어가야 해서 울 딸이 사용하는 작은 교통카드 같은 걸 내 가방에 걸어 주었는데, 출입구에서 관리하는 사람이 내 얼굴만 보고 그냥 문을 열어준다. 울 남편보고는 일행이냐고 물어보는 손짓을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파트 동으로 들어가는 곳에도 카드를 댄다.
"문이 열렸습니다."
중국어로 이런 뜻의 말이 카드를 대면 자동적으로 나오면서 문이 열린다. 한 번은 문을 밀어서 열려고 하니까 울 딸이 자동문이라고 알려준다.
집 초인종을 누르니 울 딸이 울 외손녀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아이는 동그란 유아용 식탁 안에 앉아서 몸에도 머리 할 때 쓰는 것 같은 가운을 입고, 온통 밥을 흘리고 먹고 있다. 엄마는 비닐장갑을 끼고 아이는 맨손으로 밥알을 집어 먹기도 한다. 이유식을 하면서 밥을 조금씩 먹이는데 애가 잘 안 먹는 편이라서 애를 쓰면서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애 키울 때는 그냥 앉히고,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김치도 빨아서 먹이고, 딱딱한 것은 깨물어서 먹이고 그랬는데, 지금 그런 얘길 하면 "으, 더러워!" 그러면서 기함절벽을 하겠다. 코로나 이후로는 손주를 안아봐도 안 되고, 뽀뽀를 하면 큰일 나고, 마스크 없이는 만날 수도 없는 시대를 살았다. 지금 조금 완화되기는 했어도 공공장소에 갈 때는 울 딸은 가끔 마스크를 쓴다. 감기라도 옮아서 애한테 영향이 가면 두세 배는 더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애 밥 다 먹이고 옷을 입히는 동안 아이 식탁을 치우고, 그릇도 닦아놓는다. 울 딸이 옷을 입는 동안 아이 방에 들어가 놀아준다. 방 벽에 "HAPPY"라고 글자를 붙여놓았는데, 아이가 이 단어를 무척 좋아한단다.
"자, 우리 예림이, 예쁘지! 해피버스데이 투 유!"
아이는 장난감을 쥐고 무표정이다. 아이를 안아보고 싶어서 품에 안고 아빠 서재로 거실로 돌아다닌다.
"여긴 아빠 공부하는 방. 예림이도 그림책 좋아하지?"
거실에 울 딸 만삭 사진이 놓여있기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기 안에 예림이 있다! 아빠가 뽀뽀하네."
아이가 신기한 듯 똘망똘망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울 딸과 외손녀가 준비를 마쳐서 함께 밖으로 나온다. 꿔바로우 집은 그리 멀지 않다. 울 사위가 먼저 가서 식사를 다 주문해 놓아서 식탁에 차려져 있다. 꿔바로우, 닭고기탕, 가지, 전, 야채 등이다. 특이한 것은 식초물을 주스처럼 마신다. 작은 컵에 따라서 마시면서 음식을 먹으니 느끼하지 않고 좋다.
울 외손녀는 모든 게 다 재미있는지 고개가 이리로 저리로 돌아가고, 눈동자도 빙글빙글 움직인다. 우리 테이블 바로 옆에 마늘, 고추, 옥수수 장식이 붙어 있는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옴 옴" 옹알이를 한다. 기분이 좋은지 꺄악 소리도 지르면서 환하게 웃는다.
중국에서는 애가 울거나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상관을 않는단다.
"애 키우기는 중국이 좋아."
우리나라는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은 시끄럽다고 애 데리고 못 가는 곳도 많은데 말이다.
"야! 예림이 보조개 진짜 이쁘다!"
울 외손녀는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가 압권이다.
우리가 밥 먹는 동안 꼭 엿처럼 생긴 무첨가 옥수수 펑튀기 떡을 손에 쥐어주니 잘 먹는다. 내가 조금 뺏어서 먹어보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음식이 다 맛있다!"
내가 그러니까 울 남편이 맞장구를 친다.
"중국 음식이 맛이 있어."
시간을 여유 있게 두고 음식을 거의 남기지 않고 천천히 먹고 일어선다. 또 오후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