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모드 10(관란판화촌)

by 서순오

"엄마 아빠 어디 가고 싶어? 송산호, 아님 유회촌?"

"어디가 가까운데?"

"송산호는 1시간 넘게 걸리고, 유화촌은 한 30분 정도. 유화촌은 화가들이 그림 그리는 곳이야."

"아, 그럼 유화촌 가자."

딸은 내가 취미로 하고 있는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많다. 신경 써서 고른 장소 같다.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어."

"아니. 애도 같이 가는데, 안 그려봐도 돼."

그런데 가 보니 유화촌이 아니라 판화촌이란다. 유화이든 판화이든 그림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정식 이름은 <관란판화촌>이다. 이곳에 1,000여 명의 화가들이 살면서 판화 작업을 했던 곳이란다. 작업실들이 아주 오래된 석조건물이다. 현재 판화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수원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생생공화국이라는 데를 가본 적이 있는데, 그곳이랑 비슷하다. 서울대 농대 수원캠퍼스 자리에 공작소를 꾸며 놓았다. 건물들이 낡았지만 예술과 접목이 되니 운치가 있다. 몽마르트 언덕과도 유사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 순교의 언덕이 화가들의 거리가 된 것처럼 이곳도 아마 가난한 화가들이 판화 작업을 하며 머물던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쪽은 석조 건물들이 즐비하고, 다른 쪽에는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 연이 자라는 연못, 농장들이 있다. 전시관도 있는데 그곳에서 현대판 화가들의 작품 전시를 하고 있다.

울 남편은 현대 것에는 관심이 없는지 대충 둘러본다. 나도 휙 한 번 보고 나온다. 찬찬히 다 보려면 이곳 전시관만도 하루는 걸리겠다.

"중국이잖아. 큰 나라라서 뭐든 커."

숲길도 농장도 안 걸어보고 나온다.


현재 판화작업을 하시는 화가 분이 있어서 그곳은 들어가 본다. 예술 작업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자꾸 들어와서 보면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을 그려본다는 곳에서는 에코백이나 앞치마에 그림을 그려서 가져가기도 하나보다. 일명 체험활동이다.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 들어가서 사진만 찍고 나온다.


<관난판화촌>에는 군데군데 커다란 고목들이 위용을 자랑한다. 오래 살았기에 화가들의 역사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 나무들이다.


유모차에 탄 손녀가 조금 칭얼댄다. 긴 팔에 긴 바지를 입어서 더운지, 아님 배가 고픈지, 자꾸 졸음이 오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거의 봤으니 차로 가자. 예림이 옷도 시원한 거로 갈아입히고."

"그래그래."

세 가지 다 한 번에 해결을 하니 외손녀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울 사위 차에 아기용 의자가 있는데, 외손녀는 거기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옹알이를 한다. 얼굴이 타서 발그레하다.


"어제 돌잔치하느라 너무 애썼는데, 오늘은 이만 들어가 쉬자. 집에 가면 5시 되겠네.=

"마사지 안 받으러 가도 되겠어?"

"응. 괜찮아. 우린 마사지 별로 안 좋아해. 산행이나 헬스가 더 좋아."

울 딸이 마사지를 받으러 가자는데 사양한다.

"저녁은? 우리 집에서 좀 쉬다가 아예 먹고 호텔 들어가는 건 어때?"

"아냐. 괜찮아. 배 안 고파."

"그럼 이따 한 저녁 7시쯤 뭐 시켜줄 테니까 로비에서 받아다 먹으려?"

"그것도 좋고. 엊그제 사 온 빵도 남아 있는데, 어제 산 과일이랑 그거 먹어도 돼. 점심에 너무 많이 먹어서 배 안 고파.

"그럼 일단 두 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톡하자."


울 딸 집에 들러서 외손녀와 울 딸 필요물품들을 담아 온 캐리어를 가지고 온다. 거기에 어제 산 선물들 담고, 이것저것 담아서 가져가면 되겠다.


<관란판화촌>에서 부부 인증샷도 좀 찍었으면 좋았을 건데, 울 남편은 사진 찍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좀 아쉽다.

<관란판화촌> 정문에서
고목
오래된 건물들
판화 작업을 화고 있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관란판화촌> 둘러보기
고목이 고풍스러운 길
<관란판화촌> 안내
기념숏
현대 판화전
<관란판화촌>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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