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모드 11(로봇이 배달해준 피자, 돌아오는 날)

by 서순오

"저녁은 뭘로 먹을 거야? 같이 만나서 식당 갈까?"

"아니. 애기도 데리고 나와야 하는데 번거롭잖아. 그냥 호텔에서 시켜 먹으면 안 될까? 낮에 많이 먹어서 안 먹어도 될 것 같긴 한데."

저녁 7시에 울 딸과 톡을 주고받는다.

"치킨? 아님 피자?"

"피자가 좋겠네. 아주 조그마한 걸로. 조금 남겼다가 내일 아침 일찍 갈 때 먹음 되겠고."

"알았어. 피자, 호텔에 도착하면 알려줄게."


울 딸 부부는 젊어서 그런지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아주 푸짐하게 먹는다. 나는 중국 와서는 정말이지 배가 너무 불러서 두 번이나 소화제를 먹을 정도로 배가 더부룩하다. 위도 쓰리다.

"근처 편의점 가서 까스명수 같은 거 있음 한두 병 사와."

"여긴 그런 거 없어. 집에 있는 거 줄게. 한약인데 소화제야."

울 딸이 하루 전에 두 병을 주었는데, 병이 아주 조그맣다. 빨대를 꽂아서 빨아먹는 것이다. 그걸 어제 점심때 먹으니까 그야말로 속이 편안하다.


오늘도 저녁까지 나가서 먹으면 분명 과식을 할 게 뻔하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또 끝까지 다 먹는 습관이 있어서이다.


씻고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린다. 울 남편이 받더니 나간다. 문을 열자마자 피자와 음료 두 잔 얼음이 들어간 오렌지 주스와 키위 주스, 은박지에 싼 닭꼬치를 받아 들고 온다.

"로비로 안 갔어?"

"응. 로봇이 문 앞까지 배달을 해주네."

어제 그제 엘리베이터에 타서 층과 식당 등을 안내해 주던 바로 그 로봇이 분명하다.

"나는 안내 로봇인 줄 알았는데 배달도 하나 보네."

"그러게."

울 남편도 신기한 모양이다. 말만 들었지 로봇이 상용화된 걸 아직 체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디에 가지고 왔어?"

"위에다."


우리는 피자 박스를 열어서 아직 따뜻한 피자를 먹는다. 총 8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나는 한쪽 반, 울 남편은 두 쪽 반을 먹는다. 주스도 반씩 먹고 남겨둔다. 닭꼬치를 제외하고는 아마 내일 아침에도 똑같은 형태로 먹을 것이다.


돌아오는 날 새벽 3시에 잠이 깬다. 3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새벽형인 나는 그전에 일어난다. 씻고 짐 정리한 걸 다시 한번 확인한다. 물은 가져가지 못하고 핸드폰 배터리는 충전 구멍에 까만 테이프로 막아서 손에 들고 타야 한다. 라이터는 한 개는 가져갈 수 있지만 역시나 손에 들고 타야 한다. 그런데, 우리 남편이 집에서 가져온 라이터를 잃어버리고는 호텔 관리인인 듯한 사람에게 이렇게 저렇게 중국어로 말을 해서 1개를 얻었다는데, 울 딸이 또 1개를 가져다 주어서 라이터가 2개이다. 중국어가 쓰여있는 라이터를 가방 어딘가에 넣었는데 찾을 수가 없다.

"어쩌지? 라이터 있으면 검색대 통과할 때 복잡한데!"

알람이 울리자 울 남편이 일어나기에 내가 걱정을 한다.

"괜찮아."

울 남편은 천하태평이다.

"부치는 캐리어에 넣었으면 어쩌지? 짐 못 가는 거 아냐?"


그렇지만 잠근 캐리어를 다시 열고 싶지는 않아 내버려두고 그냥 피자와 주스로 이른 아침을 먹는다. 식었지만 맛이 있다.


"4시 50분 로비에서 만나. 택시 태워 드릴게. 공항 바로 내린 데서 2번 출구로 들어가서 비행기 번호 보고 발권하고 들어가면 돼. 잘하실 수 있지?"

울 사위가 오늘 일이 있단다. 울 사위는 출장이 잦다. 동남아 출장 준비로 바쁜 모양이다.

"알았어. 생판 모르는 나라도 손짓발짓 해가며 배낭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뭐."

나는 여행에 관한 책은 꽤나 읽어서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무엇이 걱정이란 말인가? 심천에 살고 있는 딸이 있고, 집 주소도 전화번호도 다 있는데.'

나는 속으로 이래서 또 울 부부가 따로 여행하는 듯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며 좋아한다.


"미리 로비로 내려가서 기다리자. 당신 담배도 한 대 피우고. 공항 들어가면 담배 못 피우니까."

"알았어."

발권은 탑승 3시간 전부터 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거의 한 나절 정도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심천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비행기만 약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3시간 포함하면 7시간, 또 비행에서 내려서 짐 찾고 밖으로 나오는 시간 약 1시간 잡으면 총 8시간 정도 걸리는 셈이다. 하루 한 갑은 못 피우지만 그래도 꽤 자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그거 참느라고 좀 힘이 들겠다. 어쩌다 담배를 배워가지고 돈 버리고, 건강 해치고, 또 불편하고, 참 낭패이다. 그런데 울 사위도 아들도(여자들은 물론 다) 담배를 안 피우기에 다행이라 여긴다.(담배 애호가들은 이런 걸 보면 뭐라 할지도 모르겠다.)


새벽 4시 30분에 호텔 로비로 내려와서 울 사위를 기다린다. 번호를 알려준 택시가 먼저 도착한다. 그래도 기다린다. 사위 도착해서 방 키를 사위에게 넘겨주고 택시에 짐을 싣는다. 울 사위가 번역해 온 한국말 글을 보여준다.

"예림이 돌잔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반갑게 만나 뵈어요.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울 남편은 중국어로 대화를 한다. 서로 한 번씩 안아주고 택시에 오른다.


약 30여 분 후에 심천공항에 도착한다. 차로 40여 분 거리인데, 새벽이라 조금 빨리 왔다. 공항 가는 길에 보니까 심천의 새벽은 조용하다. 한국 같으면 그 시간에 거리가 아주 분주할 텐데 말이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어째 4번 출구 쪽에 우릴 내려준다. 우리는 2번 출구로 간다. 바로 발권 장소를 찾아 기다린다. 비행기는 8시 35분 출발하는 거라서 5시 35분부터 발권을 시작한다. 캐리어 두 개는 수화물로 부치고 작은 가방만 한 개씩 들었다.


그런데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라이터가 말썽이다. 캐리어에는 안 들어가서 다행이다. 울 남편이 든 보라색 가방 옆주머니에 들어있다. 라이터 빼내고 다시 돌아가서 또 검색대를 통과한다. 우리 남편이 어렵게 구한 중국 라이터는 결국 압수당했다.


검색대 통과해서 비행기 탑승 장소를 찾는데 조금 헤맨다. 안내요원에게 비행기표를 보여주니 가는 곳을 알려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우리가 탈 비행기 탑승구를 찾는다.

"아직도 3시간 남았네!"

"우리 위에 3층 올라가서 구경하고 오자. 거긴 면세점이 있으니까 뭐 살 거 있나도 보고."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바로 3층으로 올라간다.

"난 살 거 없음."

"나도!"

면세점을 대충 둘러보는데 둘 다 필요한 게 없다.


올라온 김에 3층에서 쉬다가 1층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공항은 와이파이가 되기에 나는 브런치에 심천여행 글을 정리해서 쓰고 시간을 잘 보내는데, 울 남편은 담배도 못 피우고 지루한 모양이다. 혹시 흡연장소가 있는지 물어보러 간다. 없나 보다. 왔다 갔다 하다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나 구경하고 올게요."

울 딸이 면세점에서 뭐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라고 미리 용돈을 보내주었는데, 울 남편은 올 때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샀고, 나는 안 샀다. 심천공항에 <패션 쇼핑>이라는 곳이 있는데 구경하다가 심천여행 기념으로 푸바오 키링을 하나 산다. 직육면제 유리 모양 투명한 용기에 액체가 담겼는데 푸바오가 그 안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액체가 보라색인데 엄청 예쁘다. 울 딸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니까 아주 예쁘다고 잘 샀단다. 값이 얼마인가 궁금했는데 카드 결제 해외 승인되었다는 문자가 들어온다. 8,300원 짜리이다.


심천공항 풍경 사진 몇 장 찍고 내 인증숏 한 컷 찍고 기다리니 시간은 금방 간다. 스타벅스가 옆에 있어서 무얼 조금 먹을까 하다가 그만둔다. 기내식이 나올 테니까 맛있게 먹으려면 안 먹는 게 좋다.


이번에도 울 남편이 창가 쪽에 앉았지만, 비어 있는 자리가 조금 있어서 화장실 가면서 그곳에 들어가 앉아서 창밖 풍경을 내다본다. 하늘이 아주 맑다. 하얀 비행기 날개가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진다.


새벽 일찍 깬 만큼 한 잠 푹 자고 깨어서, 포도 주스 한 잔 마시고, 기내식이 나와서 맛있게 먹고, 커피까지 마신다. 나는 항상 기내식이 맛있다.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우리 남편 김치와 남긴 버터까지도 빵에 듬뿍 발라서 먹는다. 나는 못 먹는 게 거의 없고, 또 이렇게 깨끗하게 먹는 것은 나의 식습관이기도 하다. 배도 부르고 기분이 참 좋다.


비행기는 금방 인천 바다 위를 날아간다. 곧 인천공항 착륙이다. 4시간이나 되는 비행시간이 이리도 짧게 느껴지다니 역시 나는 여행체질이다!

호텔 안내와 음식 배달을 해주는 로봇
로봇이 배달해준 치즈 피자, 음료, 닭꼬치로 저녁식사와 아침식사
울 딸이 준 한약 소화재
심천공항 연결버스를 타고
심천 출국 수속 받고 들어와서 면세점과 탑승 대기실 풍경
중국 여행 기념으로 산 푸바오 키링
심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탑승 대기실에서 바라보는 심천공항 풍경
비행기에서 내다보는 하늘 풍경
기내식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인천 바다 풍경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행 모드 10(관란판화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