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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 산행하면서 문학 이야기

삼각산(북한산)

by 서순오

삼각산은 집에서 거리가 멀어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참석을 한다. 집결지인 불광역까지 자그마치 2시간 30분을 잡고 집을 나선다. 버스와 지하철 환승도 각각 2번씩 해야 한다. 그래도 삼각산 가본 지가 꽤 되어서 기쁘게 간다. 왔어 대장님 리딩에 인원이 20명이다. 오늘도 많은 인원이다.


불광역에 오전 10시 30분에 도착을 한다. 집결시간은 오전 11시, 산우님들이 꽤나 일찍 나오셨다. 세브란스님은 감기몸살로 며칠간 고생을 하셨다는데, 박카스와 비타 500을 상자째로 사들고 오셔서 산우님들에게 한 병씩 건네신다.

"다들 건강하시라고요."

감기이긴 하지만 며칠째 아파 보니 건강이 절실하게 느껴지시나 보다. 감사히 받아 마시고 산우님 인원 체크하고 출발한다.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도로 옆길로 한참 걸어간다. 가는 길에 문학산님과 케이엠님과 인사한다. 내 후기글을 잼나게 읽으셨다고 해서 감사하다. 길가에 눈부시게 하얀 이팝나무, 향기가 진한 찔레꽃, 계곡 물소리와 함께 흐드러지게 피어난 등꽃 등을 담는다. 북한산 둘레길과 은평 둘레길 명소 안내도를 지나간다.


길이 낯선데, 가다 보니까 구기터널 방향이다. 실은 이 길은 꽤 많이 걸었던 길인데 왜 전혀 새로운 길인지 모르겠다. 구기터널 못 미처서 왼쪽 길로 올라간다. 넓은 공터에서 서로 인사하고 왔어 대장님에게 산행 안내 설명을 듣는다. 평소 자주 가보지 않은 길로 천천히 갈 거란다. 나는 속으로 '좋군!' 대환영을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게 좋은 사람이니까!


가파른 길 오른다. 산길 양 옆으로 연초록 꽃이 많이 피어 있는데 무슨 꽃인지를 모르겠다. 어제와 오늘 새벽에 내린 비로 길은 촉촉하고 작은 물길도 만들어져서 산길 위로 졸졸 흐르기도 한다. 산과 숲이 비를 머금고 싱그럽게 깨어난 것 같다. 청량한 기운에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눈, 코, 입, 귀, 코, 피부, 오감이 맑아진다. 습도는 있지만 바람도 서늘하게 불어주어서 산행하기 아주 좋은 날이다.


각황사 지나서 넓은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오아시스님, 리콜님, 고란초님, 인지기님, 그리고 나, 요렇게 같은 쪽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한없이 건강식이 나온다. 보쌈, 상추쌈, 두부 부침, 호박전, 명태껍데기 튀김, 돈가스, 파김치, 시금치, 콩나물 등이다. 또 가루 청국장도 나오고, 웨하스 과자도 나온다.

"너무 배불러서 더 이상 못 먹어요."

나는 오아시스님이 손바닥에 털어주시는 청국장을 받아먹고 세브란스님이 타주시는 커피를 마시고는 일어선다. 과자까지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못 본 척한다.


산을 오르면서 오이시스님과 노벨문학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글쎄, 남편분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는 성묘사가 너무 적나라하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내가 대답한다.

"노벨문학상을 뽑는 위원들이 좀 정상이 아닌 듯요."

그리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의 내용을 조금 설명한 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저는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다 구입해서 읽어보는 편인데, 최근 몇 년째 읽어보고는 다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을 읽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2년 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의 이야기를 한다.

"지금 나이가 90 가까이 되었을 거예요. 이혼한 여자고요. 프랑스에 파견된 러시아 외교관이 자기 아내와 함께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데, 그걸 피해서 아니 에르노 집에 가서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거든요. 아주 잘 빤다, 뭐 그런 이야기가 소설 시작하자마자 나와요. 이 여자는 자기가 경험한 것만 쓴다고 해요. 소설이 다 그래요. 그런데 이런 작품에 노벨문학상을 준거예요. 노벨상 위원들이 얼마나 재미가 있었겠어요. 포르노는 저리 가라 할 정도니까요. 나는 그이의 작품을 읽고는 차라리 포르노를 보라고 하지 싶더라고요."


그런데 오아시스님은 이러시는 거다.

"와. 노벨문학상 작품을 다 읽은 거예요? 곧 노벨문학상을 탈 수도 있겠네요."

"얘기가 그게 아닌 데요. 작품 다 읽고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으면 다들 그렇게 하겠죠. 제 얘기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노벨문학상 위원들이 상 줄 사람을 정하는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이야기를 더 이어가 본다.

"그뿐이 아니에요. 그 후 아니 에르노가 20살 연하의 남자와 사귀었는데, 그 남자가 딱 이 여자가 한 것처럼 자기 연애한 이야기를 소설로 쓴 거예요.

보복 내지는 질투 비슷한 거였어요.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어요."


나는 내친김에 일사천리로 이야기를 확장해 간다.

"작년에 노벨문학상 받은 욘 포세 역시 미성년자의 출산 얘기, 불륜 얘기, 이런 것을 소설로 썼어요. 교묘하게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님을 낳은 후 방을 구하는 이야기와 오버랩 되게 쓴 거예요."

오아시스님은 내 뒤에서 오고 있고, 나는 앞서 가고 있기에, 산행 특성상 오르막 산길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열을 받는다.


속으로 한 마디 한다.

'쓰레기 같은 작품에 상을 준다고요! 노벨상 위원들이 읽어보니 아주 재미가 있었던 거지요! 늙은 여류작가가 자기 자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에 대해서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말이 하고 싶어진다. 나는 <소년이 온다>를 아주 감명 깊게 읽었지만, <채식주의자> 같은 작품들은 지극히 염려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근친상간에 몸에 그림을 그리며 성관계를 하고, 또 그것을 비디오로 찍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만 끝을 낸다. 산행은 오롯이 자연과 동화되어 지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왔어 대장님 리딩 산행은 처음인데 자주 쉬어가며 기다려주고 여유가 있어서 좋다. 각황사 지나 아기곰 바위 들른다. 해바님은 아찔한 아기곰 바위 위로 올라가 멋진 포즈를 취하며 아슬아슬한 사진을 찍는다. 산우님들과 나는 무서워서 바라만 보고 못 올라간다. 향로봉 쪽으로 오르다가 향로봉은 안 오르고, 사모바위도 안 오르고, 새로운 숲길로 들어선다. 해바님이 선두를 맡아서 산우님들을 데리고 숲길로 가고, 왔어 대장님은 중간에서 산우님들을 챙기신다. 인지기님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숲길보다는 풍광이 좋은 암릉길이 더 좋으신 모양인데, 오늘은 이래저래 그랬다. 숲길이라도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완전 돌이 많은 너덜길이다. 그리 많이 가파르지는 않아서 조심조심 내려오니 걸을 만하다.


마지막 구간 연신내 쪽으로 하산할 때는 삼각산 올 때마다 자주 오르던 길로 내려온다. 가파른 암릉길인데 풍광이 그만이다. 비로봉, 향로봉이 다 보인다. 불광동 시내도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릉들이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소나무와 암릉을 문인화로 그려봐야겠다.


다들 <양철통>으로 뒤풀이를 가는데 나는 배가 아직 안 꺼져서 그냥 집으로 온다. 승아님과 산이랑님이 같이 간다. 아, 연신내역에서 GTX를 타고 간단다. 65세 이상은 무료란다. 아까 헤어지기 전에 몇 분들과 무료니 아니니 조금 이견이 있었지만, GTX 전철은 분명 무료이다. 돈을 낸다는 분들은 아마도 ITX 기차로 잘못 아신 모양이다.

"아직 해당사항 없어요."

그런데 연신내역에서 서울역까지 6분 걸린단다.

"오이? 정말요?"

GTX를 타본 적이 있는 승아님을 따라간다. 환승할 때도 금방이다. 정말 빠르다. 집에서 불광역 갈 때는 2시간 30분 걸렸었는데, 1시간 30분 만에 수원 집까지 온다.


수원역에서 뒤풀이비 아낀 거로 찐빵과 왕만두, 찹쌀도넛과 꽈배기를 사 온다. 한참 두고 먹을 수 있겠다.


리딩해주신 왔어 대장님, 해바님, 인테리어 지기님, 함산 한 산우님들, 모두모두 감사하다.

이팝나무
찔레꽃, 등꽃
시원한 계곡
맛있는 점심식사
점심 먹고 단체사진
향로봉, 비봉 조망
향로봉을 배경으로
아기곰 바위에서
초록숲길
암릉길
천궁, 미나리아재비, 병꽃
솔숲에서 단체사진
계곡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릉을 배경으로
오늘의 리딩 왔어 대장님
하산길 암릉길
삼각산(북한산) 산행 기록 : 총 8km, 4시간 소요(점심, 휴식 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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