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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팀 찾아 삼만리

도봉산

by 서순오

'취소할까 말까?'

도봉산 산행을 몇 번이나 망설이다 참석하기로 한다. 집결지가 도봉역인데, 집에서 자그마치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걸로 나온다. 버스 한 번 환승하고, 지하철 환승해서 중간에 또 한 번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

'너무 멀다!'


이번 주에는 지인분과 오붓하게 불암산도 다녀왔기에 1주1산은 한 거고, 그때 상계역도 무지 멀어서 고생을 좀 했다. 버스와 지하철 한 번씩 환승했기에 비교적 편하게 가긴 했고, 오랜만에 정상도 밟아봐서 만족감은 최상이었다.


그런데 도봉산은 불암산보다 결지까지 가기가 어렵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걸로 나온다. 2시간 10분 내외, 그렇지만 환승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있으니 30분은 더 추가해서 2시간 40분 정도 잡고 가야 한다.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해서 더 걸릴 수도 있다. 아침에라도 취소를 할까?'

가기가 싫다. 이럴 때 나는 대체로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인데, 어째 오늘은 갈까 말까 꾸물대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2시간 30분을 잡고 집을 나선다. 신청 댓글은 일찍 달았고, 도봉산을 가본 지가 꽤 되어서이다.

'도봉산도 암릉이 많은 산인데, 둘레길로 살방살방 갈 것이다, 아마도!'

위안을 하며 간다.


인터넷으로 만남장소까지 가는 시간 측정을 해보니 갈 때 좌석버스 3000번을 환승해서 타고 가면 조금 더 빠른 걸로 나온다. 늘 타는 7770번보다 3000번이 먼저 오기에 올라탄다.

'아, 잘못 탔다.'

강남 쪽으로 가는 이 좌석버스는 정차 안 하고 건너뛰는 정류장도 많고 터널도 여러 번 통과하는데 그만 조금씩 막힌다. 시간이 더 늦어지게 생겼다.

'지금이라도 취소 댓글을 달고 관악산이나 올라갔다 올까?'

또 망설인다.

선바위역에 내려 지하철 4호선으로 갈아탄다. 시간을 체크해 보니 겨우 맞추어서 갈 수는 있겠다. 그래서 그냥 도봉산으로 간다.


아, 그런데 창동역에서 1호선 지하철로 갈아타려는데, 인지기님한테 전화가 온다.

"지하철이 금방 안 와서 조금 늦겠어요."

도봉역까지는 2 정류장이라 약 5분 소요되는데, 지하철이 한 10여 분 정도 늦게 도착한단다. 도봉역 내려서 2번 출구로 나가는 시간 포함하면 약 11시 17분 정도에나 도착할 수 있겠다. 급행은 바로 와서 지나가는데 도봉역은 안 서고 도봉산역에 선단다.

"이를 어째?"

나는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

"많이 늦어서 여러 사람한테 민폐가 되겠네. 참석 인원이 19명이나 된다는데."

나는 중얼거리며 간다. 내려서 기다리고 있는 인지기님을 만난다.

"급하지만 잠깐 화장실 들를게요."

갔다 오란다. 집에서 약 3시간 가까이 왔으니까 산행하기 전에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는 게 좋긴 하다.


이제 인지기님 따라서 간다. 산길 지름길인 모양인데 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인지기님은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면서, 오늘의 리딩 다온 대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저만치 앞서 가신다. 나는 부지런히 따라간다.

"곧 합류를 하겠지."

인지기님이 여러 번 통화를 해보지만 선두팀이 간 곳을 찾지 못한다.

"그래도 점심 먹는 장소에서는 만나겠지."

그런데 그곳도 찾지 못한다.


결국 인지기님과 둘이서 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인지기님은 빵을 안 드시는데 어쩌다 보니 늘 밥을 싸가던 내가 오늘따라 수제 식빵에 두유, 수제 요구르트로 소스를 만들어 끼얹은 샐러드를 싸갔다. 할 수 없이 식빵 한쪽 드시고 샐러드를 안주 삼아 지고 오신 막걸리 한 잔으로 점심을 대신하신다.


오늘 산행은 선두팀 찾아 삼만리가 되었다. 인지기님은 거의 50미터 앞서 가시고 사진 한 장 안 찍어주신다. 쉬어갈 때, 내가 부탁을 해서 겨우 한 장 남겼다. 그런데 내가 누구냐? 혼자 산행해도 주요 지점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을 기다려 사진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던가? 오늘도 그냥 산길에서 지나가는 이에게 부탁해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긴다. 이렇게 멀리까지 우여곡절 끝에 와서 사진 한 장 없이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쉬운 것이다.


"앞으로는 10분 이상 늦으면 그냥 두고 가셔요. 저든 누구든요."

나는 인지기님에게 여러 번 얘기를 한다. 일행이 먼저 갔으면 나는 또 혼자서 유유자적 가고 싶은 만큼 산을 올랐다가 수유역 친정집에 들러서 엄마랑 놀다 갈 수도 있고, 또 수원으로 이사 가기 전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았으니 보고 싶은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얼굴을 보고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항상 그렇다. 무언가 일이 어그러지는 것 같으면 더 좋은 대안을 생각해 낸다. 낙천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안달복달을 안 한다. 늦어서 산행을 못하면 또 어떠하랴! 오늘만 날이 아닌 것이다. 혼자서 여행도 하는데 도봉산역 근처에서 구경하며 이것저것 사도 좋고 도봉구에서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해서 들러봐도 좋다. 찾아보면 할 것은 많다.


하산할 때 선두팀에서 갈라져서 조금 쉬운 길로 내려오고 있는 우리 팀 5명을 우연히 만난다. 무지 반갑다. 우리는 여유가 있을 줄 알고 중간에 쉬어간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다온 대장님, 무지 빠르고 쉬지도 않고 가요. 60대 중반 여성 첫 산행하는 사람에게 맞춰 달라는 데도요."

처음 오셨다는 여산우님 이야기이다.

"단체사진도 안 찍어요."

누군가 사진이 아쉬운지 얘기한다.

"아, 그럼 저는 금요산행은 어렵겠는데요."

나도 한마디 거든다. 그토록 부지런히 걸었는 데도 도무지 만날 수 없었던 선두팀이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다.


거기다가 또 점심식사 장소를 제대로 안 알려주신 것이다. 쌍봉 전망대에서 계곡 쪽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는데, 우리 보고는 방학능선 쪽으로 가라고 하신 것이다.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우리가 늦게 출발했으니 좀 쉽게 가라고 그러신 거란다. 우리는 왔다 갔다 선두팀을 찾으려고 엄청 헤맸다. 그렇지만 산에서는 선두팀을 도무지 만날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가 쉬는 사이에 선두팀은 벌써 내려와 뒤풀이집에 가 있었다. 더 어려운 길로 더 많은 거리를 걷고도 우리보다 더 일찍 하산한 것이다. 도봉산역 뒤풀이집에서 겨우 만나서 봉평메밀막국수와 메밀전병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다온 대장님이 둘이 사귀느냐고 물으신다.

"사귀긴요? 인지기님은 거의 50m 이상 앞서 가시고, 멋진 암릉구간도 많던데, 내 사진 한 장 안 찍어주시던 걸요."

나는 살짝 서운했다. 지기님이니까 뭐 이래저래 얽히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참으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올만에 도봉산 산행을 하였다. 그렇지만 나름 아주 바쁜 산행이 되었다.


도봉산 산행 코스는 도봉역 2번 출구~방학능선~무수골~원통사~주능선~거북샘~도봉탐방소 ~도봉산역으로 총 9.5km, 4시간 30분 소요(점심, 휴식 시간 포함)되었다.


기다려주고 리딩해주신 인지기님에게 감사하고, 나 때문에 걱정했을 다온 대장님과 산우님들에게 미안하다. 아주 먼 거리는 시간 계산이 서툴러 가끔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다음번에는 이쪽 지역 산행을 할 때는 이전에 한 것처럼 수유역 친정집에서 자고 참석을 해야겠다.

인지기님은 새로운 산길 지름길로 간다.
방학능선 이정표
수제 식빵과 두유와 샐러드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한다.
지나가는 이에게 부탁해서 사진 한 장 남긴다.
인지기님은 50m 이상 앞서가고, 나는 뒤에서 따라가느라 바쁘다.
불두화, 때죽나무
우이암 등 멋진 암릉 봉우리 조망
멋진 암릉과 소나무
우연히 일행 5명을 만나 함께 내려온다.
도봉산 봉우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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