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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암반천 계곡 여름 산행 최고!

관악산+암반천 계곡 물놀이

by 서순오

여름 산행은 계곡이 단연 으뜸이다. 그렇지만 올여름은 폭염과 폭우로 인해 쉽게 할 수 있는 계곡 산행도 기회가 잘 안 온다. 폭염 때는 계곡이 다 말라서 그랬고, 폭우 때는 또 물이 넘쳐서 위험해서 그랬다.


집에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관악산 계곡산행 공지가 알파산에 올라왔기에 참석하기로 한다. 쉬크석 대장님 리딩에 총 13명 참석이다. 오전 10시 30분 사당역 6번 출구 밖 소공원에서 모인다.


"벌써 출발하신 거래요?"

나는 10시 2분에 도착해서는 아무도 없어서 쉬크석 대장님에게 톡을 보낸다. 모임 시간을 10시로 잘못 안 것이다.

"2분 늦었는데 다 가버렸단 말이야?"

그때 저 쪽에서 빨간 티를 입은 쉬크석 대장님이 나타나신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오전 10시 아닌가요?"

"10시 반이잖아요."

그래서 공지방에 들어가 보니 30분이 아래쪽에 내려가 쓰여있다.

"이래서 못 봤군!"


암튼 나는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하고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간다. 일을 보고 의자에 앉아 있으니 지맥팀에서 몇 번 뵌 강지명님이 오시면서 반갑게 인사한다. 화장실 다녀오시는 동안 가방 맡아주고, 20여 분 지나 함께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다른 산우님 두 분이 시간 착각을 해서 11시가 넘어야 온단다.

"또 기다려야 하네!"

강지명님과 여산우님 한 분이 기다렸다가 같이 오기로 하고 우리는 먼저 출발한다. 나는 속으로 일이 이렇게 되는 날도 있고 저렇게 되는 날도 있다 생각을 한다.


한 번은 자랑산에서 도봉산 갔을 때는 집에서 버스, 지하철, 환승 4번을 하고 무려 3시간이나 걸리는 집결지 도봉역에 도착하니 17분 늦었는 데도 모두 가버렸다. 인테리어 대장님만 남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나보고 계속 30분 늦었다고 그런다.

"늦은 것은 내 잘못이지만 시간을 불려서 말하는 건 또 뭐람!"

이래저래 일행도 못 만나고, 50미터 앞서가는 인대장님을 멀찍이 따라가며 따로따로 산행을 하고 내려왔다. 너무 멀어서 가기 싫은 걸 억지로 갔는데 기분이 별로였다. 그래서 그때 나는 집이 먼 데다 산행 속도가 느리니까 집결지가 먼 곳과 험한 산은 가능하면 가지 말아야겠다 다짐을 했다.

"체력도 기력도 조금씩 떨어지는데 이제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이번 알파산 관악산 산행길은 내가 한 번도 안 가본 길인데 흙길이라 걷기가 좋다. 날씨가 습한 데다 더워서 초반부터 땀이 비 오듯 한다. 근처 관음사에서는 연신 확성기에서 염불소리가 들린다. 나는 기독교인이어서 그 소리만 아니면 이 길은 자주 와도 좋겠다 싶은데, 한참 동안 듣고 가야 해서 불편하다. 교회에서는 종소리 치는 것도 민원이 제기되어 그친 마당에 우리나라는 산 그 어디나 염불소리는 여전하니 형평성이 좀 안 맞는다 싶기도 하다. 어느 정도 오르니 염불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쯤에서 강지명님과 후발팀이 온다.

"참 빠르네요!"

앞서 보내고 나를 살피며 오시는 두세 분 산우님들과 함께 나는 가장 후미로 걷는다.


오늘 날씨는 며칠째 폭우가 쏟아진 뒤라서 시계가 맑아 조망이 좋다. 과천시내와 경마장도 보이고 저 멀리 북한산까지 다 조망이 된다. 바람도 간간이 불어 주어 쉬어가는 시간에는 에어컨 바람을 쐬는 듯 시원하다. 땀은 많이 흐르지만 꽤 상쾌한 산행이다.


2시간 정도 걷고 널찍한 밥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밥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산우님들이 다양하게 싸 온 반찬과 떡, 과일들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갖는다. 텃밭에서 키워서 따왔다는 상추쌈과 쌈장이 별미이다. 나는 오징어볶음을 조금 싸갔기에 상추에 싸서 먹으니 아주 맛있다. 참, 후식으로 늘품님 가져오신 팥빙수도 별식이었다.


관안악 산행 코스는 정상은 안 오르지만 코뿔소바위와 암반천 계곡을 가는 것인데, 후미인 내가 너무 못 걸은 탓인지 쉬크석 대장님이 급 변경 코뿔소바위는 생략하기로 하신다. 조금 더 쉽게 해서 암반천 계곡 물놀이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다. 여산우님 한 분은 코뿔소바위를 간다고 해서 왔다며 조금 아쉬워하신다. 나중에 보니까 그분은 물놀이도 안 하시던데 혹시 마음이 좀 상하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산행 리딩을 하시는 대장님들은 참석하는 모든 산우님들에게 다 맞춰야 해서 어려우실 것도 같다. 그렇지만 또 산을 잘 타는 산우님들에게만 딱 맞출 수도 없는 것이 애로사항일 것이다. 느리고 더딘 후미를 버려두고 가면 원망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파산을 알게 된 것은 주로 안내산악회를 혼자 다니다가 검색해서이다.

'좀 쉬엄쉬엄 하는 산악회 없나?'

그런데 산악회는 그 어디나 산악회이다. 산을 좋아하는 베테랑 산꾼들이 모인 곳이 바로 산악회인 것이다.


공지가 올라오는 다양한 산행지들이 있지만, 가고 싶어도 민폐가 될까 싶어서 신청을 못한다. 이제 곧 노령 인구에 속하는 나이라서는 그렇잖아도 느린데 요즘은 더 느리다. 그동안 후유증 하나 없이 잘 다녔는데 이제는 다르다. 너덜지대나 돌길 험하게 타거나 길게 타면 후유증도 있다. 어깨도 허리도 뻐근하고 무릎도 발목도 시큰거린다. 발가락에 물집도 여러 군데 잡힌다.


또 나는 한 번 간 곳은 다시 잘 안 간다. 물론 같은 산이라도 다른 코스로 가는 것은 괜찮지만, 가능하면 새로운 곳이 좋다. 예전에 초등학교에서 독서지도를 할 때도 같은 책은 다시 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책으로 지도를 했다.


산과의 인연은 20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학년 때 공공기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등고산악회를 산행이 뭔지도 모르고 따라다녔다. 도시락도 한 번 안 싸 가고 산행비가 있는 줄도 몰랐다. 주로 공무원들로 이루어진 등고산악회는 내가 친구 누구를 데려가든 혼자 가든 한결같이 반겨주시며 모든 서비스를 완벽하게 해 주셨다. 그 후 결혼해서도 남편 대학친구 세 분과 부부동반해서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 한참 산행을 재미나게 했었다. 그런데 북한산 산행에서 내 인대가 모두 늘어나 3개월 고생을 하고는 산행을 중단했다.


2018년 봄, 산행을 다시 시작해서 부지런히 100대 명산도 찍고, 영남 알프스도 찍고, 대한민국 가보고 싶은 산과 섬도 어느 정도는 가보았다. 이제 산행을 그만한다 해도 그리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다. 그렇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산행은 계속하고 싶다. 내가 세운 계획은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 1주 1산'이다.


내게 맞는 산악회를 찾느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있는 중이다. 7~8km 정도면 가장 좋겠고, 10km가 안 넘으면 크게 무리는 없다. 육산이면서 조망도 좋으면 금상첨화이겠고, 가능하면 집결지가 집 근처이면 좋겠다. 두어 군데 찾아는 놓았는데 아직 산행 전이다. 여기도 역시 산악회인지라 가봐야 실상을 알 수는 있겠다.


쉬크석 대장님 리딩 관악산+암반천 계곡 산행은 하마바위, 얼굴바위(장군바위, 프로필바위) 등 적당한 암릉 비경에 숨어있는 남근석에 시원한 암반천 계곡 물놀이까지 두루 갖춘 산행이었다.


날이 더워 쉬크석 대장님도 땀 깨나 쏟으셨다. 연신 얼음물에 적신 수건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 나는 땀이 흐르는 대로 그냥 두었더니 세상에나 땀이 흘러서 양말이 젖어보기는 또 처음이다. 등산화 속 양말이 물컹물컹해서 발가락 사이에 크게 물집이 두어 군데나 생겼다. 집에 와서 터뜨리니 쓰라려서 눈물이 찔끔 나온다.


참 '빛나는 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 귀린님 후미 잘 챙겨주시고 숨어있는 남근석도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 더운 날 쉬크석 대장님 산행코스 잘 조정해 주셔서 또 감사하다. 즐거운 물놀이 시간 예쁜 사진 담아주신 사진작가님들, 함산 하신 산우님들 두루 감사하다. 특별히 너덜길 돌지대 오름길에서 내 배낭 받아주시러 후미 마중 나와주신 지맥팀 인연 강지명님께 더욱 감사하다. 도란도란 여산우님들과의 이야기도 잼났다. 기회 되면 또 좀 쉬운 산길에서 만나길 바라본다.

히늘 구름과 주변 조망
하마바위 / 얼굴바위(장군바위, 프로필바위)
관악산 멋진 암릉
남근석
암릉 위에서
암릉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대 풍경
암릉길과 소나무
명품 소나무에서
관악산 암반천 계곡
암반천 계곡 시원한 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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