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올 들어 가장 덥다는 토요일에 새로 가입한 베스산에서 광교산 번개산행이 올라왔기에 첫 산행으로 참석하기로 한다. 처음에는 리딩 대장님 공지에 딱 나 한 사람 참석 댓글을 달았던데, 엊그제 보니까 대장님 포함 6명이나 참석한단다.
"적당한 인원이네!"
날은 덥지만 실제 산을 올라보면 한여름 산행이라도 그늘길은 그리 덥지 않기에 기대를 하며 간다.
집결지인 반딧불이화장실은 남문에서 13번 버스를 타고 광교산입구에 내리면 된다. 집에서 남문까지는 도보로 약 20여 분, 13번 버스 타고도 약 20여 분, 그래서 총 40여 분 정도면 도착한다. 버스 한 번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다 시간도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니 딱 좋다.
집결 시간은 오후 1시 30분, 나는 낮 12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간식은 토마토와 에너지바 6개, 부침개와 게토레이 얼린 거, 얼음물 등을 싸 간다. 물론 더 간단하게 싸 가도 되지만 혹시 더워서 지치면 먹을 것이 좀 있고 물도 넉넉해야 좋기 때문이다.
약속시간 한 10여 분 전쯤 버스가 반딧불이화장실 근처에 도착한 듯하다. 왼쪽 옆라인 좌석에 앉은, 등산가방을 가지고 있는, 남자분에게 반딧불이화장실 가려면 여기 내리면 되는지 물어본다. 된다면서 무슨 감을 잡은 것인지 묻는다.
"혹시 베스산악회?"
"네."
버스에서 내리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한다. 당연히 내가 베스산은 처음 오는 거니까 이 분도 처음 보는 이다.
리딩 대장님인 듯한 남자분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함께 온 남산우님이 아는 체를 한다. 역시나 나는 처음 보는 이라서 인사를 한다. 잠시 기다리니 남산우님 한 분이 더 오신다.
잠시 후, 리딩 대장님이 전화 통화를 한다. 오기로 한 여산우님 두 분이 다슬기화장실에서 차를 주차하고 기다리고 있단다. 집이 신갈이라는데 모임 장소를 잘못 안 모양이다.
"그럼 절터 쪽으로 올라가서 시루봉 찍고 토끼재 쪽으로 오세요. 저희는 문암골로 올라가서 형제봉 찍고 토끼재로 갈게요. 거기 어디쯤에서 만나면 좋겠네요."
광교저수지 데크길을 걸어간다. 호수와 데크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은데, 그늘길이라 시원하기도 하다. 문암골로 들어서니 계곡 물소리가 청량하다. 그런데 '상수원보호구역이니 오염행위를 하지 말라'는 안내 표시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날씨가 영상 36도에 근접하고 있어서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문암골 쉼터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며 물 한 모금씩 마시고 대장님은 정자 바닥에 베스산 안내지를 놓아두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작은 돌로 눌러놓는다.
광교산 산길은 살방살방 걷기가 좋은 육산에 그늘길이다. 곧 천연 약수터 백년수가 나타난다. 시원한 물을 두 바가지나 받아서 마시고 기념삿도 찍어본다. 이곳에도 베스산 안내지를 놓아둔다. 참 지극정성이다. 이 더위에 산 오르기도 힘든데, 자신이 맡고 있는 산악회 홍보를 위해 일하는 대장님 모습이 아름답다 여긴다. 어느 산악회이든지 봉사하고 섬기는 이들이 있어야 부흥발전을 한다. 현재 베스산 가입 회원은 85명인데, 매주 2~3명 정도씩 꾸준히 회원이 늘고 있다. 나는 좀 쉬운 산악회와 집결지가 집 근처인 산악회를 찾던 중 검색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나와 함께 버스에서 내린 남산우님은 광교산에서 그 안내지를 보고 알게 되었단다. 그이도 이곳에 온 지는 얼마 안 되었단다. 한 두 주 전에 가입하고, 7월 셋째 주 정기산행으로 소똥령과 라벤더 팜에 다녀오고 이번이 두 번째 산행이란다.
대장님과 다른 한 분 남산우님은 오래된 베스인이란다. 대장님과 두 번째 오신 남산우님은 가파른 데크길로, 다른 남산우님과 나는 좀 더 쉬운 그늘길로 오른다. 이분도 길을 잘 알아서 가파른 데크길이 아닌 그늘길 완만한 길로 형제봉 안내를 해주신다.
중간에 암릉 조망터가 나오는데, 수원 쪽도 시원하게 보인다. 창룡문 열기구가 동그랗게 떠있는 걸 보니 위치를 대충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저 뒤쪽이 내가 사는 곳이구나!"
기념샷도 찍어주시기에 포즈를 취한다.
곧 숲 속 주막에 이른다. 막걸리와 음료수 등을 팔고 있다. 대장님과 남산우님 두 분은 이곳에서 시원한 막걸리를 한 잔씩 하고, 나는 포카리스웨트 캔을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가만히 서 있으면 바람도 간간이 불어 주어 시원하다.
암릉인 형제봉도 시원하다. 정상 돌비에서 기념삿 찍고 가파른 데크길 내려간다. 나는 오름길에서는 숨이 차서 힘들어도 내리막길에서는 잘 걷는다. 휘리릭 내려간다.
"잘 내려가는 걸 보니 무릎이나 발목 등 관절은 이상 없는 것 같은데, 왜 걷는 게 느려요?"
두 번째 오셨다는 남산우님이 가파른 데크길 오름길에서 내 배낭을 받아주시면서 한 마디 하신다.
그동안 총 500여 회 정도 산에 오르면서 또 이렇게 배낭 받아 주는 사람은 처음 만나본다. 지난주 화요일에 관악산에서 지맥팀 인연 강지명 님이 너덜지대 오름길에서 잠시 내 가방을 받아주러 마중 나와준 거에 이어서 이번이 두 번째이다. 이제는 무거운 가방 메고 산을 오르는 것도 기력이 달린다.
"다음에도 또 가방 받아드릴 게요."
나보다 세 살이 젊은 남산우님은 산행 외에도 매일 헬스로 체력관리를 해서 근육이 좋다며 자랑을 하신다. 후미 잘 챙겨줄 테니 가방 걱정은 말고 산행 참여만 하란다. 베스산에 왔더니 또 이런 행운이 있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내 가방은 내가 메고 올라야 한다. 약간의 키리스마가 있는 꽤 젊은 리딩 대장님도 성품이 좋으신데 오늘 만난 두 분 남산우님들도 아주 친절하시고 배려심이 깊다. 내게 맞는 산악회를 잘 찾은 것 같다.
다슬기화장실에서 오르기로 한 여산우님들은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 노루목 정도까지 오르고 시루봉 정상은 안 오르고 도로 내려가신 모양이다. 남산우님 한 분이 그쪽으로 가서 이 분들과 동행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우리도 서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시루봉 안 오르고 토끼재에서 잠시 쉬면서 싸 온 간식을 먹고 하산하기로 한다. 대장님 싸 오신 참외와 방울토마토는 손도 안 대고(내일 오전에 또 광교산에 오르신다니 그때 드시라고 남겨둔다), 내가 싸간 토마토와 남산우님 싸 오신 단백질 음료와 바나나만 1개씩 먹는다. 내가 싸간 에너지바도 하나씩 나누어 드린다.
광교산은 하산길에도 상수원보호지역으로 계곡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렇지만 황톳길이 있는데 그 끝부분에 발 닦는 수도시설이 있어서 씻을 수 있다. 두 번째 오신 남산우님과 처음 온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어 들고 황톳길을 걸어서 가는데 날이 더워서 황토가 다 말랐다. 어쩌다 몇 군데 아주 조금씩 진흙이 말랑말랑한 곳이 있어서 거기에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보고 아쉬워한다. 황토 보관통도 열어 보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는 황톳길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셋이서 발 닦는 수돗가에서 시원하게 씻고 있는데, 여산우님들과 마중 간 남산우님이 오신다. 이산가족 상봉같이 반갑게 인사하고 나는 옷을 갈아입으러 다슬기화장실로 간다.
"빨리 오세요. 단체사진 찍어요."
뒤풀이 장소인 <광교헌 농원> 마당으로 가서 베스산악회 현수막을 들고 오늘의 광교산 산행 인원 6명이 모두 함께 기념샷을 남긴다. 광교산 산행 올 때마다 자주 오던 집이다. 보리밥, 콩국수, 잔치국수를 골고루 주문해서 나누어 먹는데 다 맛있다. 선짓국도 서비스로 나오고 된장국도 구수하다.
뒤풀이 시간에 얘기를 나누다 보니 여산우님 두 분은 나랑 산행 수준이 비슷한 듯하여 안심이다.
"정말이지 원하는 대로 어쩜 이리 내게 딱 맞는 산악회를 찾았을까?"
신기방기하다. 폭염 속 광교산 산행이지만 기쁘게 리딩해주신 선두 대장님, 후미 번갈아가며 맡아주신 두 분 남산우님, 나랑 산행 수준이 비슷해 보이는 두 분 여산우님, 그리고 폭염산행에도 불구하고 내 가방까지 배낭 두 개를 앞뒤로 메고 산행해 주신 베스산 두 번째 산우님에게 특별히 더 많이 감사하다. 자주 산길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