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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인데 관악산 문원폭포에서 신선놀음

관악산+문원폭포 물놀이

by 서순오

덥다 덥다 해도 올여름 같이 더울까? 집에서는 에어컨 없이는 단 한 시간도 지내기가 어렵고 밖으로 나오면 아스팔트와 시멘트 건물이 반사하는 열기로 실제 온도보다 더 더워 헉헉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베스산에 가입하고 나의 첫 산행 광교산에서 만난 베스산 두 번째 오셨다는 남산우님이 8월 1일 금요일 관악산 문원폭포 계곡산행을 한다기에 신청을 했다. 그렇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선답자 글과 사진에는 지난 7월 29일에 계곡 물이 조금밖에 없단다. 그 후로는 비도 안 왔고 연일 35~36도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지라 문원

계곡에 물이 있을지 없을지 걱정이 된다.

"이 무더위에 땀만 된통 흘리고 오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취소하기도 그런 게 딱 나 한 사람 신청을 했다. 혹시 같이 갈 수 있으려나 싶었던 여산우님은 수련회 기간이라 어렵다고 댓글을 달았다.


"둘이서 오붓하게 데이트 산행을 하겠네!"

나보다 세 살 아래라고 "누님 누님"하고 부르는 그 산우님은 1주 1산은 꼭 하는 편이고 주로 혼산도 많이 한다기에 실은 나도 1주 1산은 하고 혼산을 꽤 하는 편이라 동병상련의 마음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즐겁게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선다. 버스 타고 지하철로 환승해서 정부과천청사역에 내린다. 약속시간은 오전 10시, 시간이 조금 빠듯하려나 싶었는데 한 15분 정도 빨리 도착했다. 8번 출구 쪽으로 가니 역사 안 동그란 기둥의자에 남산우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일단 얼려간 이온음료 한 병 드리고 8번 출구로 나간다. 정부과천청사와 국사편찬연구원 등을 지나 한참 걸어간다. 가는 길 하늘로 쭉쭉 뻗은 키 큰 나무들이 멋스럽다. 나무향도 진하게 난다. 향기로운 길이다.


관악산 문원계곡 길로 가려는데 산림관리를 하는 듯한 두 분이 통제를 하며 계곡으로 못 내려가게 줄을 쳐놓은 우회로로 안내를 한다. 조금 가파른 길로 올라간다. 초반부터 땀을 쏟는다. 나무가 하늘을 가려 그리 더운 것 같지는 않은데 땀이 줄줄 흘러내려 연신 손으로 땀을 훑어서 땅바닥으로 던지며 걷는다.

"왜 손수건 안 써요?"

"네. 그냥요."

남산우님은 계속 손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아낸다. 손수건을 짜면 땀물이 주르륵 흐른다.


드디어 계곡이 나타난다. 너덜지대 계곡길을 지나는데 물이 거의 없다.

"이런 곳이 아닌데!"

남산우님은 오르면서 계곡 쪽을 바라보며 물을 찾기에 바쁘다.


드디어 나무의자 쉼터 아래쪽 계곡에서 처음으로 물을 발견한다. 발을 담글 정도는 된다. 그런데 누군가 돗자리 두 개를 깔아놓고 돌로 눌러 놓았다. 곧 돌아와서 물놀이를 하겠다는 선점의 표시이다.


"조금 더 올라가 보죠!"

아래쪽보다는 물 양이 적지만 한 군데 물 있는 곳이 있다.

"조금 더 걷고 위 쪽에 물이 없으면 여기 와서 쉬죠 뭐."

물을 찾아 부지런히 걷는다.

"날 더워도 문원폭포까지는 가면 어때요?"

내 말에 함산 한 남산우님이 기꺼이 응한다. 오늘은 여러 사람이 아니니까 자유롭게 산행하면 된다. 가다가 아무 데서나 쉬어도 된다.


그렇지만 약 1시간 정도 걸으니 청록빛 담에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물이 꽤나 깊다. 사람 수는 대여섯 명쯤 되어 보인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쳐서 데크길로 올라간다. 가파른 암릉에 가느다랗게 물이 흐른다.

"여기가 바로 문원폭포! 연일 폭염이라 물이 없어서 이렇구나!"


우리는 문원폭포 위 계곡물에서 쉬기로 한다. 딱 텐트를 칠 만한 공간도 있다. 그늘이 져서 돗자리만 깔고 굳이 텐트를 안 쳐도 될 것 같은데 남산우님이 텐트를 꺼내서 친다.

"물놀이하다 힘들면 한 잠 자고 가도 돼요."

무겁게 메고 온 텐트라서 배려를 해서 쳐주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옷 입은 채로 물속에 들어가서 노느라고 텐트에 들어갈 틈이 없다. 수온이 차지도 덥지도 않고 알맞은데, 어찌나 시원한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햐! 이래서 여름엔 계곡산행이 최고라니까요!"

데크 다리 아래 물속에는 누우면 몸이 반쯤 물에 잠기는 게 마치 물침대 같다. 신선 선녀라면 그곳에 나란히 누워서 낮잠을 자도 좋을 것 같은 장소이다.


시간이 12시가 다 되어가기에 싸 간 간식을 꺼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차림으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바위 위에 앉아서 옥수수, 빵, 무뼈닭발, 에너지바 등 간식과 음료와 캔맥주를 마신다. 바람이 살살 불어주니 살짝 춥기까지 하다.

"오늘 날씨가 영상 36도라고 했는데 이곳은 천국이네요!"

서로 살아온 이야기도 나누며 잼나게 시간을 보낸다.

"몇 사람 같이 왔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게요. 우리만 이런 신선놀음을 해서 조금 아쉽네요."


"저기 능선까지 조금 더 올라가 볼래요?"

"그래요. 옷이 젖어 몸이 추운데 걸으면 괜찮을 듯요."

그래서 텐트 안에 배낭을 넣어두고 놀던 자리는 그대로 두고 다시 산행을 한다. 암릉 로프구간에 커다란 암릉, 너덜지대, 초록 숲길이 나타난다. 곧 널찍한 일명사지 절터가 나온다. 국기봉까지는 좀 먼 듯하여 거기서 돌아오기로 한다.


다시 물놀이, 그러다가 배낭을 챙겨 들고 내려가 문원폭포 아래 청록빛 용소에 몸을 담그기로 한다. 목까지 잠길 정도로 물이 깊다. 암릉 옆 가장 깊은 곳은 키를 넘을 수도 있겠다. 조심조심, 그렇지만 온몸을 담그고 일어나니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물속은 그리 춥지 않은데 물 밖으로 나오니 춥다.

"이제 내려가요."


산행 2시간 정도 하고 물놀이 2시간 하고 깔맞춤 관악산 문원폭포 신선놀음을 했다. 정부과천청사역까지 내려오는 데도 젖은 옷 때문에 시원하다. 옷을 안 갈아입고 내려오길 참 잘했다. 웃옷은 거의 말랐고 아래 옷도 겉옷은 대강 말랐다. 얼굴에만 땀이 조금씩 밴다.


뒤풀이는 수원역에 가서 회를 먹기로 한다. 아직 배는 안 고팠기에 회만 먹어도 될 듯하다. 좋은 곳 관악산 문원폭포 산행 리딩에다 <광명수산>에서 쫀득쫀득한 싱싱한 회까지 쏘신 남산우님에게 감사하다. 근교산행을 혼자서 가시는 분들은 가끔 함산 하면 좋을 것 같다.

나무향이 짙게 나는 향기로운 길
과천생애길 종합 안내도
첫 번째로 찾아낸 문원계곡 물 있는 곳에 선답자가 선점 표시를 해놓았다.
문원폭포 옆 너덜길과 데크길
문원폭포 용소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문원폭포 위 계곡에서 신선놀음
관악산 문원폭포
물놀이 하다 추워서 조금 더 산행을 해보는데, 암릉, 너덜길, 로프구간이 있다.
문원폭포 청록빛 용소에서 신선놀음
때죽나무, 누리장나무
수원역 매산시장 <광명수산>에서 싱싱한 회로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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