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

북한산둘레길+해늘산 창립 7주년 기념산행+체스 회장님 취임식

by 서순오

여러 산악회를 꽤 오랫동안 다녔지만 창립 기념산행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늘산 창립 7주년 기념 북한산 산행이란다. 요즘 날씨가 꽤 더운데 산을 얼마나 타는 것인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북한산도 제대로 타면 암릉과 돌이 많은 산이기에 30도가 넘는 땡볕더위에 산 타는 거 그리 쉽지 않을 듯해서이다.


해늘산 창립 7주년 산행 신청자는 총 76명이다. 산 안 타고 뒤풀이 장소로 직접 오는 분들까지 포함해서이다. 나는 최근에 쉬엄쉬엄 다니려고 집결지가 가까운 수원 출발지인 산악회 밴드에 가입했는데, 약 한 달이 채 안 되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주 함산하게 된 산우님 두 분에게 함께 갈지를 물어보았는데 여산우님은 양양 1박2일 여행이랑 겹친다 하고 남산우님은 같이 가겠단다. 그래서 해늘산 카페 가입을 권유했더니 남산우님은 가입했지만 일단은 나의 지인으로 신청하란다. 어쨌든 축하산행이니 함께 가면 좋다.


오전 11시 구파발역 1번 출구 밖 분수대 앞이 모임장소이다. 집에서 오전 8시 40분 정도에 출발을 한다. 수원역에서 1호선 타고 서울역에서 GTX 타고 가서 연신내역에서 환승하면 구파발역까지 더 빠르게 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걷는 시간이 적고 환승이 비교적 쉬운 익숙한 방법으로 가기로 한다. 버스 한 번 환승하고 지하철 2번 환승해서 가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대체로 앉아서 갈 수도 있다. 또 내 지인으로 신청한 남산우님이랑 수원역에서 만나서 함께 가면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지만 나는 주로 조용히 혼자 가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구파발역에 내리니 시간이 딱 알맞다. 남산우님이 반겨주기에 인사하고, 얼굴을 아는 해늘님들과도 반갑게 악수한다. 출석 체크를 하고 운영진에서 마련한 절편을 받는다. 두 개를 받아 남산우님과 나눈다. 그런데 바로 옆 노점에서 뭘 팔고 있는 남자분이 떡이 맛있어 보인다기에 한 개를 드리고 우리는 나누어 먹기로 한다. 집에서 싸온 김밥과 복숭아도 있기에 간식은 넉넉하다.


먼저 분수대 앞 계단에서 <해늘산 창립 7주년 기념산행> 현수막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인원이 많을 때는 산행 출발 전에 단체사진을 찍어야 빠지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곧 북한산 산행을 시작한다. 1조부터 7조까지 각 조마다 12명~14명 정도로 짜여져 있어서 산행을 조별로 하나 했는데 그냥 모두 함께 걷는단다. 남산우님과 둘이서 따라간다. 가면서 보니까 북한산 자락 은평둘레길 궁녀의 길이다. 궁녀들의 최고직 상궁과 왕의 어머니가 된 숙빈 최 씨에 대한 안내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의 <서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등 시도 나무판에 적혀 있다.



윤동주,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노랗게 물든 숲 속에서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

나는 두 길을 다 갈 수 없음이 아쉬워

한참 동안 서서 한 길을 멀리 바라보다가

숲 속으로 굽어 사라지는 데까지 눈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 길은 마치 더 공정해 보였고,

풀이 무성해 사람들이 덜 걸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두 길 모두 비슷하게 닳아 있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낙엽 위에 발자취조차 남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나는 첫 번째 길을 언젠가 걷겠다고 남겨두었지만

길은 길로 이어져 다시 돌아올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다.


아마 훗날 먼 훗날, 나는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하리라.

숲 속에서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삶을 바꾸어놓았다고.



♡랜터 윌슨 스미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거센 강물처럼 큰 슬픔이 삶의 평화를 깨뜨리고

가장 소중한 것들이 영원히 사라질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가슴에 말하라.


끊임없는 고된 노동으로 기쁨의 노래가 사라지고

기도할 기력조차 남지 않은 순간,

이 진리로 마음의 슬픔을 없애고

힘겨운 하루의 짐을 덜어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미소 짓고 근심 없는 날들이 지나갈 때에도

세상적인 안락에 안주하지 말며

이 말을 깊이 새기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성실한 노력으로 명예와 영광을 얻고

세상의 귀인들이 당신에게 미소 지을 때에도

삶에서 가장 오래가고 위대한 순간조차

이 지구에선 한순간에 지나갈 뿐임을 기억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랜터 윌슨 스미스가 쓴 시인 줄도 몰랐다. 그냥 어떤 글귀려니 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이라 랜터 윌슨 스미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AI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친절하게도 시의 메시지와 의의, 전통과 유래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랜터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는 1856년 미국 메인주 캐스틴에서 태어나 1939년 매사추세츠주 타운턴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이자 기독교 작가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와 주일학교에서 오르간 연주와 노래를 하며 자랐고, 이후 본즈포트 세미나리에서 음악을 배우며 교회지에 이야기와 시를 기고했다. 그녀는 500편 이상의 시와 기사, 그리고 찬송가를 남겼으며, 많은 작품이 찬송으로 사용되었다.


위로와 겸손: 이 시는 우리의 삶에 닥치는 깊은 슬픔과 고난, 그리고 성공과 기쁨이 모두 일시적임을 상기시킨다.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지나간다는 메시지는 인생의 흐름 속에서 겸손과 평정을 유지하게 해 준다.


전통과 유래: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라는 문구는 유대 민속 전래 설화(midrash)에서 유래했다. 이 문구는 고통 속에서는 위로가 되고, 행복한 순간에는 절제를 깨우치는 지혜로 널리 알려졌다.


이처럼 랜터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의 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인생의 굴곡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깊은 감동의 작품이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도서관에 가서 사전과 참고서적을 뒤져야 나올 법한 지식을 그저 핸드폰으로 손가락을 까딱 움직여서 물어보는 것만으로 금방 쉽게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북한산 자락 은평둘레길 궁녀의 길은 궁녀들이 걸었던 길일까? 왕비가 아닌 궁녀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왕의 눈에 한 번 띄려고 애를 썼을 그녀들의 생애, 왕이 죽은 후에도 왕의 여자, 궁녀였다는 이유로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갈 수도 없었던 여인들, 어떻게든 왕의 총애를 받으려고 안달을 했을 궁녀들의 고달픈 인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의 <서시>는 외우고 있기에 작은 소리로 읇조리면서 걷는다. 청년의 시기임에도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이 전혀 아깝지 않다 여기며 시로써 항일 투쟁을 했던 윤동주 시인은 지금 우리에게 무어라고 말하고 싶을까? 마침 우리나라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에 이 길에서 만나는 윤동주의 <서시>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는지 묻지 않을까? 윤동주 시인이 목숨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을 부끄러움 없이 어떻게 더 잘 지키고 성장발전시킬지 물어보는 것만 같다.


두 나라가 과거의 잘못을 그냥 두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일은 가능한 것일까? 나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했고 찐 팬이지만 꼭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선택에 대한 중요성을 노래하고 있다. 지금 선택한 길이 옳지 않을 수 있음을, 그래서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깃들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또한 단지 내가 가지 않았기에 그 미련이 남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해서 지금 가고 있는 길, 그 길에 대한 만족이 더 아름답다 말하고 싶다.


랜터 윌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는 인간의 좋은 일, 나쁜 일, 모든 것이 다 지나갈 수 있음을 이야기해 준다. 너무 욕심부릴 것도 너무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유한한 인생에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성경 빌립보서 4:13 말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어쩌면 이 성경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풍부(부귀영화)뿐만 아니라, 비천, 가난, 질병, 전쟁,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에서 능력을 부어주시는 하나님과 함께라면 능히 이기고 지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늘 북한산 산행 코스는 북한산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 한 은평둘레길 구파발역 1번 출구~궁녀의 길~하나고등학교~은평한옥마을~마실길공원 계곡~북한산국립공원 초입 코스로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아주 짧은 걷기였다. 북한자락에 발을 살짝 담그는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그 길에서 만난 궁녀들의 이야기와 세 편의 시가 깊은 울림을 준다.


은평한옥마을을 지나며 보는 북한산 봉우리들의 위용이 한옥들과 어우러지며 장엄하다. 마실길 공원 계곡길로 들어서며 이쁜 꽃 탐스런 하얀 목수국, 능소화를 만난다. 계곡으로 내려가 발을 담그고 논다. 내가 싸간 김밥과 복숭아, 남산우님 싸 오신 청포도를 먹으며 즐거운 물놀이를 한다. 옷 입은 채로 알탕을 하기에는 물이 깊지 않다. 그래도 해늘님들 중에는 물속에 드러누워서 시원함을 누리기도 한다.


북한산 계곡길을 따라 걷는 동안 예쁜 꽃들을 더 만난다. 나는 담장 위에 솜사탕 같은 터리풀과 노란 호박꽃이 하늘 위로 뻗어나가서 핀 모습이 예뻐서 담는다.


<전주식당>에 도착하니 해늘산 창립산행 선물을 두 가지씩 준다. 휴대용 등산 의자와 목 선풍기이다. 선착순 신청자 60명까지는 두 가지를 다 주고 그 이후 신청자는 한 가지씩만 준다. 그래도 선물을 받는 마음은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넉넉하고 흐뭇하다.


테이블에 음식이 각 조별로 세팅이 되어 있어서 각자 편성된 자기 조 테이블에 가서 앉는다. 나와 남산우님은 2조라서 함께 나란히 앉는다. 모두들 자리에 앉으니 식당 안 2층이 꽉 찬다.


산행 안 하고 직접 식당으로 오는 산우님들이 다 모일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해늘산 제7주년 산행 기념식을 한다. 머털도사 고문님과 유끼에 산행부장님 사회로 진행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 등 의례를 갖추고 새로 취임한 체스 회장님에게 해늘기 이양식을 하고 축하케이크 커팅을 하고 인사말을 듣는다.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

해늘산악회는 어디 다른 데 가지도 않고 여기서만 잘 산행하고 논다는 뜻이란다. '아, 그런데 나는 여기저기 가는 편인데 어쩌지?'

뭐 그럴 수도 있다. 산행실력이 출중하면 그 어디인들 다 갈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요즘 산행이 갈수록 힘이 들어 가능하면 집결지가 가까우면 좋겠고 산행시간이 여유가 있어야 하기에 내게 맞는 산악회를 찾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고기는 한 테이블당 삼겹살과 오리고기가 반반씩 세팅이 되어 있는데 네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고기를 구워 먹는 동안 건너편에 앉은 남산우님이 우릴 보고 부러워하신다. 나는 술도 안 먹고 술도 잘 안 따라주는 편인데, 내가 오자고 해서 해늘산에 처음 온 남산우님이라서 소주를 두어 번 따라 주었더니 그게 좋아 보였나 보다. 마침 술병도 거의 비어 가기에 그만 따라준다. 고기는 주로 내가 구워주었는데 알맞게 잘 익어서 맛이 있다. 고기 다 먹고 밥도 한 공기 볶아서 먹는다. 배는 부른데 음식 들어가는 거 보면 신기하다.


참석 인원도 많고, 선물도 푸짐하고, 식사도 푸짐하고, 화기애애한 해늘산 창립 7주년 기념 북한산 산행, 두루두루 감사하다. 특별히 늘 애쓰시는 임원진, 운영진, 산행 대장님들에게 더 많이 감사하다. 새로 맡으신 체스 회장님 축하드리고, 해늘산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드린다.


※ AI가 알려준 랜터 윌튼 스미스

구파발역 1번 출구 분수대 앞에서 해늘산 단체사진
북한산 자락 은평둘레길 궁녀의 길
상궁-궁녀의 최고직, 왕의 어머니가 된 숙빈 최씨
윤동주, <서시>
은평한옥마을에서 보는 북한산 봉우리들의 위용
마실공원 목수국
북한산계곡에서 물놀이
터리풀, 호박꽃
해늘산 7주년 기념식
해늘기 이양식
해늘산 창립 7주년 축하케이크 커팅
해늘산 체스 신임 회장님 인사말
해늘산 임원진, 운영진, 산행 대장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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