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천국 태백 금대봉과 대덕산

금대봉+대덕산

by 서순오

그린산에서는 이번 산행이 두 번째이다. 한 번도 안 가본 산행지를 계속 가게 된다. 인제 대암산+용늪에 이어서 오늘은 천상의 화원 태백 금대봉+대덕산이다. 산행 강도가 최하 수준의 편안한 길이라고 해서 신청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짜앙가 대장님 리딩에 참석 인원은 총 29명이다. 28인승 리무진인데, 좌석은 28개이고, 운전석 옆 앞자리에 보조 좌석이 하나 있는데, 감사 정욱 대장님이 타셨다.


나는 탑승지가 죽전하행간이정류장이라 버스 한 번 타고 1시간 내로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일찍 신청을 해서 내가 좋아하는 앞자리 창가 쪽으로 앉았다.


그린산에서는 거의 1년에 한 번씩 산행을 신청하다 보니 특별히 아는 이는 별로 없지만 지난번 대암산+용늪 산행에서 만났는지 낯이 익은 분들도 있어서 반갑게 인사한다.


즐겁게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가 무지 막힌다. 죽전에서 오전 7시 20분에 버스를 탔는데 백두대간 두문동재까지 무려 5시간이나 걸려서 낮 1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을 한다. 자동차전용도로가 없어져서 그렇단다. 승용차들이 모두 밖으로 나온 것 같다.


낮 12시 산행을 시작한다. 금대봉 가는 길은 오솔길처럼 걷기가 좋다. 숲이 우거져 하늘도 가려주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준다. 서울 경기 바람과는 다른 신선한 강원 바람이다. 일기예보에 보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비소식이 있었는데, 오늘은 비소식이 없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날씨가 너무 좋다. 우비와 스패츠를 챙겼지만 차에 두고 간다.


짜앙가 대장님이 차가 막힌 만큼 원래 코스에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왕복 생략하고 두문동재-금대봉-문주령-대덕산-검룡소주차장 코스로 진행해서 약 30여 분 정도 산행 시간을 줄여 본단다. 사실 나는 산행 거리 약 10km, 산행 시간 5시간이고 길은 평이해서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해서 신청을 한 건데 걱정이 앞선다. 산행 속도가 많이 느린 편이기 때문이다. 산행 경력이 20~30대 때 15 년 이상, 다시 산행 시작하고 2018년부터 블랙야크 100대 명산도 완등하고 이제 8년 차인데도 언제나 후미를 면치 못한다. 조심조심 천천히 걸어서 그런 것일까? 산행 후유증은 없어서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 산행을 하고 있는데, 그놈의 정해진 시간이 항상 문제이다.


금대봉은 예약해야만 갈 수 있는 산행지인데 단체 예약을 해서 모두 함께 할 수 있다. 두문동재가 1,268m라서 꽤 높은 지점인데 버스가 거기까지 태워줘서 금대봉을 아주 쉽게 오른다. 평지길 같은 숲길을 걸어서 대덕산-금대봉 삼거리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서 왼쪽으로 가면 대덕산 정상을 오를 수 있다.


삼거리 갈림길부터는 완만한 오름길인데 약 500m 정도 오르면 금대봉 정상이다. 숲길에 야생화가 지천이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예쁜 꽃들이 반겨주니 자꾸 걸음이 멈춘다.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와서 사진 찍는 여산우님도 있다. 접사해서 찍으면 이쁜 사진을 좀 퍼와도 좋겠다. 나도 꽃 사진을 꽤 찍어보지만 그리 이쁜 각도도 꽃 모양도 제대로 잘 잡히지는 않는다.


곧 금대봉 정상 돌비가 있는 쉼터에 도착한다. 나보다 먼저 오른 산우님들이 거기서 점심 식사를 할 모양이다. 돗자리를 펴고 각자 싸 온 맛있는 음식들을 꺼내 놓는다.


나는 금대봉 정상에 오르자마자 정상 돌비에서 사진부터 찍는다. 그리고는 나도 함께 앉아서 아침에 싼 김밥과 천도복숭아와 오이를 꺼낸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는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김밥, 매실액에 방울토마토를 넣어 만

든 달짝지근한 음료, 소불고기에 영양찰밥, 오이지무침, 쑥떡과 단호박 등 푸짐한 먹거리를 서로 나누어 먹는다. 오순도순 정답게 이야기 나누며 먹다 보니 배가 무지 부르다.


다 먹고는 또 사진을 찍는다. 개인 사진, 둘씩 셋씩 기념사진을 남기고, 삼삼오오 여산우님들끼리도 찍는다. 사진 찍는 것도 재미있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까지는 백두대간길인데, 거길 지나서 더 갈 수가 있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가는 게 아니라서 다시 삼거리로 내려온다. 왼쪽길로 가면 대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숲이 울창한 구불구불 오솔길 같은 길이라서 걸음을 빨리해서 걸을 수도 있다. 지천에 피어 있는 야생화만 아니라면 말이다. 야생화 하나하나 눈 맞추는 건 어렵다. 유독 눈에 띄는 이쁜 곳들만 담는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군락지도 꽤나 멋스럽다. 오늘도 나는 혼자 뒤로 처졌다. 내 뒤에도 몇몇 산우님들이 있지만 아마도 그들은 대덕산 정상은 가지 않고 대덕산-검룡소 갈림길인 문주령에서 그냥 검룡소주차장 쪽으로 내려갈 런지도 모른다. 나보다 더 쉬엄쉬엄 걷는 걸 보면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다.


"대덕산 정상 멀었어요?"

"아, 네. 정상에 야생화가 장관이에요."

나와는 반대쪽에서 오는 산우님들에게 물어본다.

"지금까지 보다 더 예쁘단 말이야? 그럼 기왕 온 거 대덕산 정상을 가봐야지."


그런데, 대덕산-검룡소 갈림길 문주령 쉼터 나무의자에 함께 차를 타고 온 여산우님이 앉아 있다.

"다들 대덕산 정상 갔어요?"

"네. 이쪽으로 다시 내려온다 하네요. 나는 정상 안 가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지만 나는 용기를 내서 대덕산 정상을 향해 간다. 갈림길 이정표를 찍으면서 대덕산 정상까지의 거리를 읽었더라면 아마도 안 올랐을 수도 있긴 하다. 그렇지만 휙 지나오면서 몇 km가 남았는지 몰랐기에 한 5km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짜앙가 대장님이 금대봉 정상보다 대덕산 정상이 더 낮은 곳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 높이가 금대봉은 1,418m인데 대덕산은 1,307m이다.


아, 그런데 금대봉 정상까지는 약 500m라 금방 오르는데, 대덕산 정상까지는 약 1.5km인 데다 완만한 오름길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올여름 운동 제대로 한다. 한참 가고 있는데 희성 대장님이 내 뒤에서 오고 있다. 아까 나무 데크길에서 닉네임도 물어보고 인사를 나누었기에 혼자 걷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며 걷는다. 희성 대장님은 가방을 갈림길에 두고 왔는지 핸드폰만 들고 걷고 있다.

"가방 두고 오지 그랬어요?"

내가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낑낑대고 걸으니까 한 마디 하신다.

"정상 찍고 다시 아까 거기로 내려가실 건가요? 저는 정상에서 바로 넘어가는 길 있으면 선두팀 따라서 거기로 가고 싶은 데요."

나는 대꾸를 하고 앞자리를 양보할까 싶지만 그냥 나보고 앞서 가란다.


이제 대덕산 정상 가는 길 막바지 400m를 남겨 둔 지점을 통과해서 한 100m 정도 갔을 때 희성 대장님 폰이 울린다. 대덕산 정상에 먼저 오른 오늘의 리딩 짜앙가 대장님인 모양이다. 급히 서두르며 나를 앞질러 가신다. 나는 급경사이든 완경사이든 오름길에서는 늘 숨이 가빠 힘이 들기에 야생화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걷는다. 예쁜 꽃이나 멋진 풍경에 눈이 팔린 순간에는 잠시나마 힘든 것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대덕산 정상에 갔다가 희성 대장님이 내려오신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선두팀 따라서 그쪽으로 넘어가세요. 저는 후미 챙겨서 내려갈게요."

"네."

정상에 짜앙가 대장님을 비롯해서 10여 명의 산우님들이 기다리고 있다. 저 건너편으로는 굽이굽이 산 봉우리와 능선들이 그림 같고, 매봉산 바람의 나라 하얀 풍력 발전기도 줄지어 돌고, 갖가지 야생화도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어서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다. 하얀 꽃 탐스러운 당귀와 분홍 보랏빛 쑥부쟁이, 진노랑 마타리도 참 예쁘다. 힘들게 오른 만큼 정상 돌비에서 개인사진을 찍고, 단체사진도 남긴다. 저 멀리 바람의 나라를 배경으로도 다 함께 포즈를 취한다.


"이제 서둘러야 해요."

나는 풍경과 꽃에 취해서 동영상을 찍어보고 싶지만 그냥 따라 내려간다.

"이 쪽도 저 쪽도 정말 멋져요."

내 뒤에 오시던 여산우님 한 분이 내가 풍경을 보고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지체가 된다고 생각을 하는지 나를 앞질러 간다.

"같이 온 친구가 앞에 가서요."

"네."

나는 부지런히 걸어 보지만 금방 선두팀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햐! 정말 빠르다!"

늘 그렇듯이 나는 혼자라도 잘 걷기에 내 보폭에서 조금은 속도를 내며 걷는다. 검룡소 주차장으로 가면 될 듯하여 검룡소 이정표를 따라 가파른 나무 데크길을 내려간다. 호젓한 산길에는 아무도 없다. 이렇게 고요히 아무 말없이 혼자 걸을 때 나는 가장 좋다. 어떤 이들은 무섭다고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혼자일 때 가장 숲을 깊이 느끼며 이것저것 눈 맞추며 최고의 힐링 시간을 갖는다.


그렇지만 오늘은 차가 막혀서 오는 길에 5시간이나 걸렸으니 최대한 빨리 내려가야 한다. 5시간 잡았던 산행 소요 시간을 30여 분 정도 줄인다고 했던 것이다. 이정표에 검룡소와 문주령이 있다. 두 갈래 길이라서 짜앙가 대장님과 전화 통화를 해보고 싶은데 핸드폰이 안 터진다.

"긴급통화만 가능합니다."

문자나 톡이라도 보내보려고 해도, 그린산 홈피에 들어가 최종 하산지점을 찾아보려고 해도 안 열리고, 똑같은 메시지만 폰 아래쪽에 뜬다.

"미리 산행 안내를 자세히 읽어보고 올 걸!"

그래봐야 소용이 없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는 왕복해야 하니 안 간다 했고 검룡소주차장으로 가면 될 것 같다. 나는 공간지능이 높아서 이럴 때는 그냥 몸이 시키는 대로 하면 대체로 잘 맞기에 무조건 내려간다. 계곡이 나오면서 옆길로 임도길처럼 조금 넓은 길이 나오고, 돌이 바닥에 깔린 돌길도 나오고, 검룡소 다리와 검룡소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거기서 짜앙가 대장님에게 전화를 거니 통화가 된다.

"검룡소 주차장까지 0.9km 남았어요."

"속도를 내서 가능하면 빨리 오세요."

스틱을 접어들고 최대한 빨리 걷는다.


주차장에 다 와 가나 보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를 보러 오는 것인지 관광객인 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주차장 멀었어요?"

"다 왔어요."

곧 우리가 타고 온 차가 보인다. 산우님들이 씻고 옷을 갈아입으려는지 화장실 쪽으로 가있고 차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시간 절약을 위해서 옷 안 갈아입고 그냥 뒤풀이 식당으로 가기로 한다. 인견 속옷을 입어서 그런지 내려오는 동안 속옷까지 다 말랐다. 옷에서 그리 냄새도 나지 않는다.


차 안은 에어컨이 빵빵해서 쾌적하다. 운전해 주신 사장님 기사분이 하시는 말씀이 차 뽑은 지 이제 겨우 1년 되었단다. 어쩐지 차가 좋다 했더니만 이유가 있었다.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매너가 좋으시다. 에어컨을 가장 약하게 틀어놓았다는 데도 추울 지경이다.


20여 분 차를 타고 태백 황지연못이 있는 근처 원조태백물닭갈비 집으로 가서 뒤풀이를 한다. 우리가 들어갈 때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나올 때쯤 보니까 줄이 길다. 생각보다는 맛이 별로인 집인데, 반찬이 모두 간이 안 맞다. 물닭갈비와 볶음밥은 싱겁고, 양배추와 콩나물 무침은 짜다. 음식이 간이 맞아야 맛있는데 어째 2% 부족한 맛이다.


거기다가 우리 테이블에는 닭고기를 잘 안 먹는 분이 있어서 고기가 많이 남아서 옆테이블에 갖다 준다. 나는 또 술을 안 먹고, 우리 팀은 맥주도 안 먹어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맥주 두 병을 막걸리로 바꾸었는데 그것마저도 한 병이 남는다.

"한 병은 일요일 산행에 가져가야겠어요."

"그러셔요."

여산우님 한 분이 막거리 한 병을 챙긴다.

마지막으로 밥 두 공기를 볶았는데 다들 맛만 보고는 그대로 다 남긴다. 나는 아까워서 식당 주인한테 포장 그릇을 달라고 해서 싸 온다. 배가 너무너무 부르다.


오후 7시 5분 전 귀경길에 오른다. 돌아오는 시간 4시간, 죽전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는데 배차 간격이 30분이다.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었다. 찬물로 샤워하고 단잠에 빠져든다. 산행 후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영혼몸 가득 차오르는 엔도르핀이 기분을 최상으로 이끌어준다. 이래서 느려도 기력이 조금씩 달려도 아직은 산행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좋은 곳 리딩해주신 짜앙가 대장님, 뒤풀이 후 아이스크림 쏘신 그린산 감사 정욱 대장님, 우연히 일부분 산행을 함께한 후미 희성 대장님, 그리고 함산 한 산우님들 모두에게 감사하다. 비록 느리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 또 산길에서 만나길 바라본다.

초록 숲길
개망초꽃, 둥근이질풀, 동자꽃
동자꽃, 쑥부쟁이
범꼬리, 마타리, 당귀
초롱꽃, 큰제비고깔
금대봉 정상 돌비와 이정표
금대봉 쉼터에서 점심식사
데크 전망대에서
야생화 천국 데크길
어수리 군락지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
대덕산 정상 돌비와 이정표
대덕산 이야기
대덕산 정상에서
일월비비추, 솔나리
노루오줌, 각시취
꽃며느리밥풀꽃
대덕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
대덕산 정상 천상의 화원에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남겨두고 왔으니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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