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출렁출렁 구름다리, 아찔한 삼선계단, 대둔산 단풍산행

대둔산 단풍산행 : 케이블카+구름다리+삼선계단+마천대

by 서순오

겨울에 눈 쌓인 대둔산을 한 번 오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게이블카를 타고 오른다기에 좀 많이 쉽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세상에나! 완전 오산이었다. 철계단에 돌길 너덜지대가 끝없이 이어지는 기암괴석 우람한 암릉들을 우러러보며 하늘로 하늘로 오르는 길 같았다.

"만약 다시 대둔산을 간다면?"

"절대로 케이블카를 타지 않을 것이다. 그냥 걸을 것이다. 계단과 돌이 그리 많지 않은 길을 따라서."

나는 스스로 자문자답을 한다.

그래도 해늘산님들 18명이 함께 왔으니 걸어야 한다.


두야 대장님 리딩에 자동차 세 대로 오고 차 한 대는 비박팀인데 대둔산 오를 때는 함께 한단다. 나는 두야 대장님 차에 보애 운영위원님과 산새 자문위원님이랑 함께 탔다. 해늘의 일꾼들과 오순도순 함께 하게 되었다.


보애 운영위원님은 내가 해늘에 왔을 때부터 잘 챙겨주시는 분인데. 알고 보니 웹디자이너셨다. 동영상과 홈페이지 등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신단다.

'어쩐지?'

나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통하는 데가 있다니까.'

나는 음악 지능이 낮아서 하루 종일 음악 안 듣고 노래도 안 부르고도 잘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친구 중에는 성악가, 피아노, 작곡 전공자도 있고, 특별한 악기인 하프 연주자도 있다. 학교 다닐 때는 돈이 없어서 못 배우던 미술도 나이가 들어 10여 년째 그림 그리는 한을 풀었다. 그러하기에 화가 친구도 꽤 있다. 특히나 문학은 주변 친구들이 거의가 다 소설가, 시인, 수필가, 동화작가, 그림책 작가 들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직업이 다르다 보니 수필과 그림잭 쓰는 일을 그저 취미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각 사람의 닉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서로를 알아간다.


참, 알콩달콩 이야기 나누면서 윤미 자문위원님이 차에 넣어주신 모시송편을 맛나게 먹는다. 내가 가져간 귤과 함께 먹으니 깨가 들어간 모시 송편 씹히는 맛이 고소하다.


차 세 대가 사당역 10번 출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는데, 차가 무지 막혀서 우리 차는 오전 11시에 대둔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가는 동안 앞자리에서 통화하는 걸 들어보니 다른 팀 차는 제법 일찍 도착했단다. 약 30여 분 이상 기다리고 있다는데, 우리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케이블카 표를 끊는단다.


모두 만나서 케이블카를 기다린다. 왕복표라서 표를 나누어 받고 30여 분 또 기다려야 한다. 줄을 서지 않고 5분 단위로 탑승 시간 대기번호표를 주어서 자유롭게 기다린다. 방송이 나오면 탑승장소로 가면 된다. 케이블카는 두 대가 움직이는데 한 대에 50명씩 탈 수 있다. 케이블카 타는 시간은 약 10여 분이 채 안 걸린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가파른 철계단이 우릴 맞이한다. 케이블카 타는 곳 3층 전망대에는 호떡 등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호떡 안 먹으면 쓰러집니다."

조금 과한 문구가 적혀 있다. 나는 그 글씨를 '호떡 안 먹으면 죽습니다'로 읽는다. 문구가 너무 강해서 그랬을 것이다. '맛있다'는 표현이 아니고 '생사가 갈린다'는 표현이 어째 좀 그래 보인다. 그렇지만 사 먹을 시간은 없으니까 개의치 않고 올라간다. 계속 급경사 철계단이 나온다.

"옴마야! 이를 어째?"

오름길에 약한 나는 된통 걸렸다 싶다.


산행을 할 때 나는 완만하든 가파르든 오름길에서는 숨이 가파 빨리 오르지를 못한다.

"피하려고 하면 도리어 더 센 곳으로만 다니게 된다."

요즘 내가 그렇다. 지난 수요일에 다녀온 청계산도 고된 오름길에 암릉 만만치 않고 위험한 석기봉과 망경대를 다 가보았다. 오늘은 또 대둔산이 케이블카를 탄다면서 산행의 2/3가 가파른 오름길인 산행을 하게 되었다.

'이제 산행을 그만해야 하나 어쩌나?'

다녀올 때마다 갈등을 하지만 1주1산은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산을 알면 좀 편한 육산으로 쉬엄쉬엄 다닐 텐데, 산을 잘 모르니 리딩 대장님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혼산은 위험해서 못 가고 이를 어째야 하나?'


그렇지만 대둔산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흔들흔들 출렁출렁 구름다리도 건너고 절벽 위에 걸쳐진 아찔한 빨간 삼선계단 위에서 암릉 비경을 볼 수 있다.

'대둔산이 이렇게나 많은 암릉이 있는 산이었다고?'

비경을 보는 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가파른 철계단과 돌길 너덜지대 오름길을 통과해야만 한다.

"오를 때 힘이 들기에 풍경이 더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이리라. 이제까지 체험해보지 못한 길이기에 더 기억에 남는 곳이 되리라."

가을 단풍철이라 대둔산에도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오를 때는 거의 줄지어 다닥다닥 붙어서 간다. 사진을 찍어도 다른 사람 안 나오게 찍을 수가 없다. '대둔산' 이름표와 '별 따러' 포토존 전망대에서는 기다렸다가 겨우 개인 사진 한 장씩을 남긴다.


단풍은 군데군데 조금씩 들었다. 이제 가을이 짧아 고운 단풍을 보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케이블카 안내원은 다음 주가 단풍 절정이 될 거라고 하지만, 벌써 주말부터 추위가 찾아온다고 하니 단풍이 들기도 전에 다 시들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번 토요일에 다녀오길 참 잘했다!"


돌계단 끝나니 조릿대길 살짝 나오고 대둔산 등산로 안내와 이정표가 있다. 거기서부터도 양쪽길에 조릿대가 우거져 있고 계단이 두어 군데 있고 마천대까지는 금방이다. 꽤 가깝다. 정상 가는 게 쉽다. 이래서 또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한 방에 조금 쎄게 오르면 금방 정상을 밟을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천천히 느리게 오르는 걸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나는 또 빨리 정상에 오르는 게 좋다. 정상 가는 오름길이 완만한 길, 가파른 길, 두 갈래이면, 나는 대체로 가파르면서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오름길이 완만하든 가파르던 내게 힘든 건 마찬가지이니까 시간이 짧은 게 좋기 때문이다.


대둔산 마천대에는 항쟁전적기념탑이 세워져 있다는 안내판이 있다. 그런데 돌비를 보지 못해서 AI에게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준다.



(※)♡대둔산항쟁전적비♡


1. 위치 및 개요


이 기념비는 대둔산(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일대) 산행로 초입 케이블카 승강장 부근에 설치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제목대로 ‘항쟁 전적비’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는 동학농민혁명(1894년) 관련하여 산중에서 벌어진 저항 혹은 항쟁을 기념하기 위한 비이다.


2. 역사적 배경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들은 전라도 중심으로 활동하였고, 공주 우금치 전투(1895년 2월)에서 패한 이후 일부 세력이 대둔산 일대로 들어가 격렬한 저항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둔산은 ‘최후 항전지’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산세가 험준해 저항세력의 근거지 또는 피신처로 의미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논문 『완주 대둔산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정비·활용방안』에 따르면, 이 전적지는 1999년 지표조사로 구체적인 장소가 확인되었고, 2015년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3. 기념비의 의미


이 비는 단순한 산행로 표시물이 아니라, 당시 농민군의 저항과 희생을 기리는 역사적 상징물이다.


기단에는 동학의 운동 구호로 알려진 “척양척왜(斥洋斥倭) 보국안민(保國安民)”이 새겨졌다는 설명이 있다.


산 아래에 기념비가 세워진 이유 중 하나는, 실제 항쟁이 벌어진 지점이 산 정상 혹은 산중이어서 일반 탐방객이 직접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4. 방문 팁


산행을 계획한다면 대둔산도립공원 쪽 등산로 중 케이블카 승강장 앞 또는 주차장 부근에서 기념비를 쉽게 볼 수 있다.


언급된 코스 예시: 주차장 → 케이블카 승강장 → 기념비 → 동심바위 → 금강구름다리 등으로 이어지는 경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산행한다면, 해당 기념비에서 잠시 멈춰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다.


계절 및 날씨에 따라 산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준비가 필요하다.


5. 왜 “항쟁 전적비”라는 명칭인가?


‘항쟁’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체제나 외세에 맞선 집단적 저항을 강조하는 용어이다. 동학농민혁명은 당시 봉건체제·외세침략 등에 맞선 농민의 운동이었기에, 그 의미를 담고자 ‘항쟁’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적비’는 그 저항이 벌어졌던 현장을 기념하고 후대에 알리기 위해 세운 비(碑)라는 뜻이다. 이 비 하나가 그 장소가 단순한 산길이 아니라 역사적 기억이 깃든 곳임을 알려준다.(※)


참 좋은 세상이다. 무심코 지나쳐서 미처 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도 이토록 상세히 알려주니 말이다.


대둔산을 다시 가야 할 것 같다. 케이블카를 또 타야 할 것 같다. 대둔산행쟁전적비를 보기 위해서이다. 가파른 오름길 너무 힘들어서 대둔산 케이블카 코스는 다시 안 간다 했는데, 금세 마음이 바뀐다. 다시 간다면 조금 더 시간 여유를 두고 더 천천히 느리게 하나하나 살펴볼 것이다. 어쩌면 미리 준비를 할 수도 있다. 도서관에 가서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책을 몇 권 찾아볼 수도 있겠다. 역사 공부를 다시 하고 대둔산을 오르면 또 다른 느낌의 산행이 될 것이다.

"배움은 끝이 없다."


하산해서 미리 예약한 뒤풀이집으로 갔는데 그 집에서 우리 팀 예약을 다른 팀과 혼동해서는 우리 먹을 밥과 반찬을 다 팔아버렸단다. 앉아서 조금 기다리다가 할 수 없이 바로 옆집 토속청국장집으로 옮겨온다. 이 집은 분위기도 멋지고 청국장이 주 메뉴인데 수육과 두부도 나오고 밑반찬이 넘 맛있다. 청국장은 이때까지 먹어본 중 최고의 맛이다.

"다음에 이쪽 지역 산행할 때는 뒤풀이는 꼭 이 집으로 예약해요."

이래서 단골이 생기는 거다. 대둔산에도 이 청국장집에도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가보고 싶다.


리딩에 운전까지 해주신 두야 대장님과 세 분 머털도사 고문님, 호타루님, 구름산 자문위원님, 안전 운전해주셔서 감사하다. 멋진 사진 남겨주신 사진작가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함산 한 반가운 해늘님들 모두 잘 지내시다 나중 또 멋진 산행길에서 만나길 바라본다.


(※) 부분은 AI가 알려준 내용이다.

대둔산 케이블카와 케이블카 안에서 보는 암릉 비경
"호떡 안 먹으면 쓰러집니다"
가파른 오름길 철계단
구름다리 안내
대둔산 고운 단풍과 암릉 비경
출렁출렁 구름다리
AI가 만들어준 지브리풍 구름다리와 삼선계단 풍경
'대둔산' 이름표와 '별 따러' 포토존
정자에서 점심식사
대둔산항쟁전적비 안내문
삼선계단
AI가 만들어준 지브리풍 삼선계단 오르는 풍경
가파른 돌길 너덜길
조릿대길, 대둔산 등산로 안내도와 이정표
대둔산 정상 마천대 기념탑에서 단체사진
AI가 만들어준 지브리풍 대둔산 마천대 단체사진
대둔산 정상 마천대 풍경
대둔산 정상 마천대에서
하산할 때는 삼선계단이 아닌 돌길로 내려온다.
하산하면서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배경으로 한 컷!
뒤풀이집 <토속청국장>에서 맛있는 저녁식사(※깜빡하고 주 메뉴 청국장 사진을 못 찍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로운 길 청계산 석기봉, 망경대 암릉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