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오이도 선사유적지 갈대숲과 빨강등대

오이도 여행 : 선사유적지+빨강등대+회 타임

by 서순오

"지금까지 왜 오이도를 못 가 봤을까?"

토요일에 오이도역을 향해 가면서 문득 생각해 본다.

"아마도 너무 가까워서, 아님

작은 섬이라서?"

이유는 없다. 그냥 못 가본 곳이다.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고나 할까?"

정답이다. 가보려고 애를 썼다면 가봤을 거지만, 그저 궁금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다.


해늘산 우수회원인 에라이님이 공지를 했기에 선뜻 참여 신청 댓글을 단다. 늘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시는 보애 운영부장님, 해늘에서의 첫 산행 괘방산과 정동진을 함께 했던 유끼에 산행부장님, 그리고 강화 해명산 산행을 할 때 자동차 운전도 직접 해주셨던 에라이 우수회원님, 그리고 정회원인 나, 이렇게 모두 네 명이다.

"아주 오붓하겠다. 무엇보다 오이도는 바다니까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겠다."

나는 기대를 하며 간다.


교통편은 좋은 편이다. 집에서 매교역까지는 도보 20여 분 거리이고, 매교역에서 오이도역까지는 수인분당선 전철로 약 45분 소요 예정이다.

"대중교통 딱 한 번 타고 갈 수 있는 곳이니 얼마나 좋은가?"

더군다나 나는 요즘 오른쪽 어금니 쪽 위아래 임플란트 시술 중이라서 얼굴이 부어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어서 기분이 좀 그렇고 산행도 힘이 든다. 그렇지만 한두 시간 정도 가벼운 걷기는 좋다.

"정겨운 사람들과 만나 바다도 보고 수다도 떨고 회도 먹고 일거삼득이 아닌가?"


오이도역에 도착해서 에라이님한테 톡을 보낸다.

"서광장으로 나가는 거죠?"

"네."

약속시간은 오후 2시인데, 나는 1시 45분에 도착했다. 차를 가지고 마중 나온 에라이님이 곧 아는 체를 하며 반겨준다. 통화를 해보더니 보애 운영부장님과 유끼에 산행부장님은 만나서 전철을 타고 함께 오시는 중이란다.

"2시 5분 도착 예정이래요. 중간에 전철이 멈추었다 오고 그러나 보네요."

에라이님은 차로 가고, 나는 노점에서 갖가지 채소와 잡곡 등을 팔고 있는 할머니들 옆으로 가서 구경을 한다. 그러다가 배추 두 포기와 잘 손질된 알타리무를 1만 원에 산다. 겉절이 김치만 먹는 우리 남편을 위해 새로 김치를 담글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총각김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같이 담가야겠다.

"값이 싸고 손질도 다 되어 있고 물건도 좋네요."

두 사람 올 시간이 다 되어 에라이님이 나오기에 차 드렁크에 실어둔다.


곧 보애 운영부장님과 유끼에 산행부장님을 만난다. 반갑게 인사하고 에라이님 차를 타고 오이도로 간다. 약 20여 분 걸린다. 먼저 선사유적지로 간다. 다들 가방을 메고 가는데 나는 차에 두고 내린다. 약 1시간 정도 걷는다니까 가뿐하게 걷고 싶어서이다. 아, 그런데 에라이님은 글쎄, 작은 배낭을 새로 샀다며 라텍도 안 떼었다고 자랑을 한다.

"요즘 트렌드인가?"

조용한 게 좋아서 TV도 안 보는 나는 요즘 유행을 잘 모른다. 배낭 색깔은 카키에 아이보리 조합이고 크기도 작아서 귀여우면서도 멋스럽다.


"왜 그럴까?"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라텍 먼저 떼어버리는 나는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 다른 법이니까 뭐 상관없다. 나는 옷 안에 있는 라텍도 피부에 닿아 까끌거리거나 하면 일부러 실밥을 뜯어내고 잘라내서 깔끔하게 제거해 버린다. 스카프나 목도리 상표도 겉으로 보이면 좀 그래서 비싼 상표든 싼 상표든 개의치 않고 떼어버리고 사용한다. 암튼 에라이님이 참 재미나다는 생각을 하며 뒤따라간다.


오이도 선사유적지는 공원으로 조성을 해놓은 곳인데 차에서 내려서 올라가자마자 하얀 억새숲이 일제히 하늘하늘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와우! 올 들어 처음 만나는 억새숲이닷!"

나는 살짝 흥분이 되었다. 해마다 억새 보러 간다며 민둥산이며 영남 알프스 재약산이며 천황산이며 부지런히 쫓아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힘이 달린다. 한두 번 가본 곳은 다시 가고 싶지 않고 또 긴 코스는 사양 중이라서다.


유끼에 산행부장님은 사진을 정성스레 찍으신다. 본인 사진은 안 찍으시고 다른 사람 사진과 풍경 사진만 찍으신다. 보애 운영부장님이 오늘의 모델이다. 억새 옆 그 어디에 서도 이쁘기만 하다.


에라이 우수회원님은 새로 산 배낭이 주인공이다.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을 내민다.

"이를 어째?"

배낭이 주인을 참 잘 만났다.


선사유적지 갈대숲은 아주 짧은 코스이다. 공원이니까. 억새숲 한 10여 분 걸어서 넘어가니 선사시대 움막이며 사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 나타난다. 석기시대 돌을 쪼아 그릇이나 기구를 만드는 모습, 죄를 지은 사람을 나무창살을 해서 가두어 둔 모습, 사냥을 해서 짐승을 메고 오는 모습 등 여러 장면들이 옛 교과서에서 읽어 본 장면들이다.

"애들 데리고 오면 좋겠다."

보애 운영부장님은 여기도 서 보고 저기도 서 보고 사진 찍는 재미가 한창이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마스크 패션인지라 자중을 한다.


도로길 따라 내려가니 오이도 바다가 보인다. 서해안은 바다색이 회색빛이다. 그래도 바다라는 점에서 있을 건 다 있다. 저 멀리 수평선, 바닷물, 해안선, 방파제, 선착장, 배, 그리고 노을이 아름다울 것이다. 물고기와 해산물을 채취해서 먹고사는 사람들과 잡은 생선을 팔아먹고사는 사람들의 삶도 있을 것이다.


도로를 건너가니 옆으로 잘 조성된 산책길이 있다.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길이다. 우리는 해안선이 맞닿아 있는 모래사장으로 더 내려간다. 바닷물이 출렁이는 게 보인다. 신발이 푹푹 들어가는 모래밭을 천천히 한 발 한 발 걸어간다.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도 취해본다. 곧 울퉁불퉁 바닷물과 파도에 쓸리면서도 아무렇게나 솟아있는 바위들과 자갈들을 밟으며 걷는다. 배 모양으로 생긴 하얀 배 전망대가 가까이 보이는데 방파제가 나오면서 해안선이 끝난다. 이제 해안선으로는 더 걸을 수 없는 지점이다. 데크 담장을 넘어 방파제 위로 올라간다.


도란도란 이야기밭과 옛 시인의 길이 나온다. 김소월의 시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가 적혀 있다. 노래는 익히 알고 있지만 그 노랫말이 김소월의 시인 줄은 몰랐다. 함상 전망대가 보이지만 올라가지는 않는다. 인천해양경찰서의 250년 된 퇴함이라고 한다. 함상전망대 위에서 두 사람이 무언가 만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층에서는 공연과 전시도 한다는데 좀 더 시간이 있으면 둘러보아도 좋겠다.


노을의 노래 전망대가 나온다.

"오늘은 날이 흐려 노을을 보지 못하겠네요."

에라이님이 아쉬워한다.

"우리 집에서 바다가 보여서 이삼일에 한 번씩은 노을을 볼 수 있거든요. 노을 지면 참 예뻐요."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늘이 노을 보여주는 걸 허락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럼 다음에 또 오라는 거다!'

나는 속으로 다음을 기약해 본다.

'나중에 공지를 치면 그때 또 와 보는 거지 뭐!'

항상 그렇다. 남겨 두고 오면 또 갈 기회가 생긴다.


"아, 저기 빨강등대네! 어째 안 보인다 했더니만 우리가 돌아서 왔네."

보애 운영부장님이 빨간등대를 발견하고는 기뻐한다. <빨강등대>는 2006년도 10월에 방영된 MBC 드라마 <여우야 뭐 하니?>의 촬영장소이며 시흥시의 명물이라고 한다.


<빨강등대>로 가는 길에 강성훈님의 <WIND-HUMAN> 조각작품이 있다. 바로 옆에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남녀의 형상을 바람으로 표현한 작품이란다. 남녀의 바람(氣)이 하나 되어 소용돌이를 만들어 남과 여의 기운이 하나의 원을 이루는 조형성을 갖는데 이는 남자와 여자, 혹은 사람과 사람,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의미한단다. 한가운데는 원으로 되어 있지만 양쪽 옆으로는 여자와 남자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저 가운데 원으로 노을을 보면 참 예쁘겠다!"


보애 운영부장님과 나는 <빨강등대>에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에라이님과 유끼에 산행부장님은 슈퍼로 들어가서 맥주와 소주를 사는 중이다. 나는 술을 안 마시기에 맥콜 한 병을 산다. 저기 선착장 간이 횟집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회만 팔고 술은 사 가도 되나 보다.


"우리 화장실 들렀다 갈게요."

그래서 둘은 먼저 횟집으로 가고 둘은 나중에 간다.

"우리 중간에 있어요."

전화를 하니 에라이님이 금방 데리러 온다.

"여기로 들어가요."

포장마차 같은 곳이다. 플라스틱 테이블 3개, 의자는 4개씩 총 12개가 놓여있다. 우리는 안쪽 테이블 두 개를 차지하고 편하게 널찍하게 앉는다.


제일 먼저 생굴이 한 접시 나온다.

"굴이 너무 크면 맛이 없어요."

적당한 크기의 생굴을 초장에 찍어 먹으니 달큼하다. 나는 어려서는 굴을 안 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굴을 먹는다.

"물컹물컹한 게 꼭 콧물 같아서는 당최 먹을 수가 있어야지."

그랬었는데 사람 식성도 세월 따라 변한다. 덕분에 아주 맛있게 굴을 덥석 덥석 잘도 파먹는다.


두 번째로는 민어회가 나온다. 하얀 회인데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고소하다. 에라이님이 집에서 준비해 온 상추와 깻잎에 싸 먹으니 제대로 된 회맛이다. 나는 회나 고기를 먹을 때 야채에 싸 먹는 걸 좋아해서 부지런히 먹는다.


세 번째로는 가리비가 나온다. 알이 꼭 구슬처럼 동글동글하다. 하나씩 빼서 양념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유끼에 부장님이 새끼 오징어 데친 것을 한 접시 가져오신다.

"이건 생으로 먹어야 맛있는데 익혀 왔네요."

에라이님이 한 마디 한다.

참, 우리 옆 테이블에 젊은 여자 둘이 와서 앉았는데, 그이들에게 조금 덜어준다.

"야, 이거 사진 찍어야 돼!"

예쁜이들이 너무 좋아라 하니까 우리도 덩달아 좋다. 배는 무지 불렀지만 하나씩 집어 먹다 보니까 어느새 다 먹는다.


선착장 간이 횟집에서 유끼에 산행부장님의 매력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를 나누고 나도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요즘 매력 있는 여자는 남자 같은 여자!

혹시 '츤데레'(※1)라는 말 들어보았을까나? 안 그런 척하는 데 그런 거, 새침데기 같은 데 실은 그 안에는 부드러움이 있는 여자를 지칭한다고나 할까?"

나는 주로 듣는 게 재미있어서 최대한 조용히 있었지만 이 말을 하고 싶기도 했다.


어느새 회 먹는 것도 이야기도 끝났다.

"칼국수집으로 2차 가자."

우리가 일어서서 칼국수집으로 가려는데, 나는 국수도 싫어하는 데다 배도 너무 불러서 그냥 집으로 먼저 오기로 한다. 에라이님이 자동차로 가서 내 백팩과 아까 산 배추와 알타리무를 꺼내 준다.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잘 안 잡힌다. 한참 기다린다. 버스 두 대가 지나간다. 월곶역, 안산역을 지나가는 버스라서 타도 된다는데 나는 굳이 택시를 기다린다. 배추와 알타리무 봉지를 들고 버스 타기가 좀 그래서이다. 반대편으로 오는 택시를 잡아서 돌려서 탄다. 채소가 싸다고 샀는데 그것 때문에 택시를 탔으니 결국 싸게 산 게 아닌 셈이 되었다. 우리가 때로 그럴 때가 있다. 이렇게 저렇게 따져 보면 말이다. 집 근처 마트에서 세일한다고 걸어가서는 물건을 잔뜩 사가지고 들고 오기 뭐해서 또 택시를 타고 오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편하게 왔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한 번도 못 가본 오이도를 시흥 주민 에라이 우수회원님 공지 덕분에 바다를 실컷 보고 맛있는 회도 먹고 정겨운 이야기도 나누었다. 저마다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술은 안 마시지만 같이 술 마시는 사람처럼 기분이 좋아서 실컷 웃었다. 에라이님 두 명의 예쁜 딸 자랑에 나도 딸 자랑, 외손녀 자랑이 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후훗! 요즘 자식 자랑, 손주 자랑 하려면 돈 내고 해야 하는데, 에라이님은 오늘 좋은 곳 안내에 회도 푸짐하게 대접했으니 자랑할 만했던 것이다. 그 어느 것도 과하지 않은 아주 적당하고 알맞은 오이도 여행이 되었다. 함께 한 세 분에게 감사를 전한다.


다음 기회에 오이도를 간다면 시간을 더 할애해서 두루 더 많이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갯벌체험도 해보고, 함상전망대와 빨강등대 전망대에도 올라가서 멋진 노을 풍경을 꼭 보고 싶다.


(※1) 츤데레 :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

선사유적공원 갈대숲
선사유적공원
오이도 바다 걷기
방파제 위로 올라와서 바다 조망
도란도란 이야기밭
<옛 시인의 산책길> 이정표와 김소월의 시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함상 전상대
노을의 노래 진망대
노을의 노래 전망대에서 오이도 바다 조망
<WIND-HUMAN>(강성훈) 조각작품
초상화 그려주는 곳
오이도 선착장 간이횟집에서 회 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오이도 바다 갈매기들
선착장 간이횟집 싱싱한 해산물들
생굴, 민어회, 가리비, 새끼 오징어로 푸짐한 회 타임
빨강등대
빨강등대에서
<빨깅등대>를 배경으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라사랑에 부하사랑도 남달랐던 이충무공 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