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중앙 동아리 [매난국죽] 문인화 전시회
올해로 문인화를 그리기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다. 맘껏 수정이 가능한 아크릴화를 한 5년 간 그리다가 문인화를 그리게 되었는데, 먹과 화선지와 붓으로 그리는 세계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문인화는 집중해서 그려야 하고 수정이 어렵다. 그래서 여러 장 그려서 그중 제일 나은 작품을 서화대전에 내기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나는 올해 별로 열심히 하지를 못했다. 우선 상반기(4월-6월)와 하반기(9월-11월)에 매주 화요일마다 하는 수업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큰 작품이 별로 없다. 아마 대형 미술관을 대관해서 전시를 했다면 참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전지 크기 이상의 작품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가 [매난국죽] 문인화 동아리를 하며 그림을 그리는 수원중앙도서관 전시(2025년 11월 25일-12월 8일까지)를 시작으로 내년 2026년 1월부터 10월까지 수원시도서관 순회 전시만 한다고 해서 1/4지와 1/2지 작품 두세 점을 냈다. 수원시도서관 순회 전시회는 해마다 하는 것이라서 부담은 없다. 그렇지만 그림을 그릴수록 작품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도 없지 않아 조금 아쉽다.
나는 올해 모든 면에서 의욕이 좀 떨어졌다. 책 읽는 것, 영화 보는 것은 정말 많이 줄어들었다. 읽어도 보아도 한두 달이 지나면 그 줄거리나 내용이 그리 많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제는 너무 욕심부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가볍게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행과 여행은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1주1산 또는 1주1행을 해오고 있다. 너무 힘든 암릉 산행 코스는 가능하면 피하고, 10km 내외로 살방살방 걸을 수 있는 곳이면 환영이다.
글쓰기는 산행기나 여행기 중심으로 꾸준히 해오고 있다. 성경 쓰기와 묵상 기록도 조금 뜸해지기는 했지만 이럭저럭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다. 글 안 쓴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하든 안 하든 자유롭다.
그림은 그 중간 정도인 것 같다. 독서나 영화처럼 아예 안 하고 살아도 괜찮은 건 아니고, 산행이나 여행처럼 매주 한 번이라도 안 하면 큰일 나는 정도로 꾸준히 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앙 문인화 동아리 [매난국죽]에 소속이 되어 있고 매주 화요일마다 수업이 있으니까 이럭저럭 그림도 그리고 전시회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터를 마련해 주시는 수원중앙도서관에 감사하고,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도해 주시는 현덕 박완 선생님께 고마움을 느낀다. 물론 꾸준하게 실력을 다져가고 있는 20여 명의 [매난국죽] 동아리 회원들에게도 감사하다. 함께 하는 이들이 없다면 어떻게 그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까? 중앙 문인화 동아리에 한 10여 명 작가분들은 이곳에서 문인화 그림을 그린 지가 벌써 15년 정도나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제 3년 되었으니 아직도 새내기에 불과하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죄송하다. 내년에는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열심히 해봐야겠다. 약간의 느슨함이 있으면 또 빠르게 속도를 내는 때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중앙 문인화 [매난국죽] 전시회는 2025년 11월 25일(화)부터 시작되어 12월 8일(화)까지 수원중앙도서관 2층 로비에서 작품 28점으로 만나볼 수 있다. 판넬 작품 21점, 족자 작품 8점이다. 나는 판넬 1개, 족자 1개, 두 작품을 전시 중이다. 원래는 판넬용으로 2개 작품을 냈는데, 동아리 인원수가 많고 전시 공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1개를 뺐다. 다른 회원들도 그런 경우가 여럿 있다. 가능하면 지난해와 올해 시작한 신입회원들도 한 작품이라도 전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12월 2일 오늘은 종강일인데 작품 발표회와 평가회를 한다. 마치고는 종강 회식이 있다. 다들 몇 작품씩 가져와서 벽에 걸어놓고 작품 설명을 하고 지도 선생님 평가도 듣는다. 가르치는 선생님은 같은데 저마다 개성이 있다. 마치 얼굴 생김새와 성향이 다른 것과도 비슷하다. 사군자인 매난국죽에다 소나무, 국화, 들국회, 구절초, 파초, 빨간 꽃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서로 다르기에 재미가 있다.
마치고는 작품 발표회 현수막과 전시회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전시 작품 앞에서 내 사진을 찍으면서 두 분 예솔 송보옥 샘과 총무로 애쓰는 화림 노혜정 샘의 사진도 몇 장 찍어드린다. 다른 분들은 아마도 본인 사진은 다 찍었을 것이다. 나는 전시회를 시작하는 날인 11월 25일(화)이 오른쪽 어금니쪽 임플란트 때문에 얼굴이 부어서 못 갔다. 그래서 내게는 오늘이 전시회 첫 날인 셈이어서 사진 기록을 남긴 것이다.
종강 회식은 화서동 <본가정육식당>에서 대패삼겹살로 푸짐하게 한다. 야채를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고 밥도 볶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돌아오면서 보니까 날씨가 꽤나 쌀쌀해졌다. 옷깃을 여미며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렇게 12월 마지막 달을 맞아 2025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유수와 같이 빠른 세월에 여러 가지 취미가 있어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살고 있으니 행복하고 감사하다. 2026년 새해에는 아직 내게 남아있는, 좋아하는 것들은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