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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봉과 연꽃바위에서 인간세계에서 신의 경지로!

삼성산 학우봉능선+관악산 연꽃바위길 산행

by 서순오

나는 가능한 한 1주1산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 기독교인인 나는 주일에는 산행이 어려워 매주 토요일마다 산행을 한다. 그런데 이번 토요일은 이화 80 동창 송년회가 있어서 산행이 어렵다. 그래서 며칠 앞당겨 자랑산 별다섯 대장님 리딩 삼성산 학우봉능선과 관악산 연꽃바위길 산행을 하기로 한다. 참여 인원은 별 대장님과 인테리어 지기님 포함 모두 14명이다. 남산우님 9명, 여산우님 5명이다.


오전 11시 관악역 2번 출구 밖 정자에서 만난다. 나에게는 버스 한 번 타고 지하철 환승해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라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반갑게 서로 인사하고 출발한다. 도로길 따라 걷다가 삼성초등학교 앞을 지나 삼성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입부터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정겹다.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기온도 영상 1도-10도 예보라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이다.


나는 가능한 한 얇은 옷을 입고 왔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안에는 내복을 입었다. 물론 겉에는 솜잠바도 입고 왔다. 혹시 몰라서 모자와 장갑은 두 개씩 챙겼다. 털모자와 챙이 있는 봄가을 모자, 반 장갑과 긴 장갑이다. 봄가을 산행하듯이 겉옷은 벗고 둥근 챙모자에 반장갑 끼고 오른다.


뒤에서 누군가 나보고 묻는다.

'이거 하나 입고 왔어요?'

내 바지가 아주 얇은 거라서다.

"여름 바지예요. 그렇지만 내복을 입었죠."

"벌써 내복을 입어요?"

앞에 가시는 봄뜰 방장님이 놀란다.

"저는 추위를 많이 타서 10월부터 입어요."

그러고 보니까 오늘 날씨에는 딱 내 옷차림이 무겁지도 않고 적당하다. 걷다 보니까 살짝 땀도 난다. 조금 바람이 있어서 시원하기도 하다.


자랑산은 만나는 시간이 오전 11시라 곧 점심을 먹는다. 삼성산 오를 때마다 점심을 먹고 가는 널찍한 밥터에는 벌써 다른 산악회 사람들이 차지하고 앉았다. 아주 시끄러운 소리로 요란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그 옆에 자리가 좀 남아 있어서 별 대장님은 거기서 점심을 먹을까 하나 본데, 산우님들이 시끄럽다며 더 올라가자고 한다. 조금 더 오르니 도로와 시내 조망이 좋은 곳에 널찍한 밥터가 있다. 거기서 세 팀으로 나누어 밥상을 차린다. 두 줄로 죽 늘어앉아서 먹어도 좋은데, 오늘따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렇지만 가져온 음식들은 서로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점심 먹고는 이제 전망대를 향해 간다. 걷기 좋은 길이 끝나고 암릉길이 나타난다. 그리 험하지는 않고 아기자기 재미있는 길이다. 약간의 오름 암릉은 바위를 붙잡고 오르는 맛이 있다. 암릉길은 애써 올라서면 주변 조망이 시원스럽고 지나온 길도 쭈욱 바라볼 수 있어서 산행하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나는 암릉길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뜻하지 않게 리딩 대장님을 따라서 암릉길 산행을 하다 보면 멋진 뷰와 인생컷 사진들이 남아서 마음이 뿌듯하다.

"힘들고 위험한 구간도 안전하게 잘 걸었구나!"

스스로 대견해서 자부심도 느껴진다.


데크쉼터가 나온다. 아마도 여기가 제1전망대인 것 같다. 이곳에서는 항상 사진을 찍어보지만 '데크쉼터'라는 이름표 이외에 멋진 조망은 잘 잡히지를 않는다. 그래도 기념샷을 남겨본다. 징검님과 별 대장님 사진을 찍어드리고 나도 몇 컷 남긴다. 더 올라가야 할 데크길과 암릉길 저 뒤로 제2전망대가 우람하게 서 있다. 봄뜰 방장님 뒤로 솟은 봉우리가 꽤나 멋져서 한 컷 담아본다.


제2전망대까지 울퉁불퉁 암릉길이 이어지다가 끝부분에서는 가파른 데크길이 잠시 나온다. 다들 제2전망대 암릉 조망터로는 오지 않고 저쪽 길가에서 쉬고 있다. 나와 솔벗 방장님, 별 대장님만 사진을 찍고 합류한다.


학우봉 오르는 암릉길도 만만치 않다. 손발을 다 움직이며 바위와 씨름을 한다. 몸에 착착 달라붙는 바위가 신기하기만 하다.

"거친 암릉을 타는 사람들은 이 스릴감에 위험한 암릉을 즐기는 것이리라!"

별 대장님이 산우님들이 암릉길 잘 올라오고 있나 살피며 오르신다. 인 지기님은 산우님들 암릉길 올라오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서 후미로 오신다. 다른 남산우님들도 스틱도 받아주시면서 앞에서 뒤에서 여산우님들을 끌어주고 밀어주시는데 그저 고맙기만 하다. 암릉을 오르며 함산 하는 기쁨을 한껏 누린다.


대체로 산봉우리들은 멀리서 보면 우뚝 솟아 있는데 올라보면 그리 뾰족하지가 않다. 학우봉도 그렇다. 아담한 이름표 돌비가 놓여있다. 처음 올라보는 곳이다.

"왜 학우봉일까? 아마도 학이 노닐다 가는 봉우리가 아닐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그 어디에도 학우봉에 대한 기록이 없기에 넘겨짚어본다. 고고한 봉우리 학우봉!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수묵화를 그린다면 암릉 비경 꼭대기에 학이 앉아 있거나 암릉 위를 나는 모습이 아닐까?"

사군자에도 문인화에도 수묵화에도 바위를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매난국죽이나 소나무, 국화, 산 봉우리와 산마루, 능선 등을 그릴 때 우람한 바위나 낭떠러지를 그리고, 그 위로 떠오른 신비스러운 달을 그려 넣기도 한다. 그러면 그림이 한결 깊이가 있고 이야기가 생기고 좋아진다. 그 안에 학 같이 고고한 새를 그려 넣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그것은 인간 세상에서 신의 경지로 들어간다. 학은 신선들이나 선녀들과 노닌다. 학우봉에 올라 잠시 인간사의 시름을 잊고 신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삼성산 학우봉 옆 바위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관악산 연꽃바위를 향해 간다. 지나는 길에 삼막사가 있다. 삼막사 조망이 잘 되는 쉼터에서 쉬어간다. 여기서는 국기봉도 가깝게 보인다. 그렇지만 가파른 오름길 한바탕 올라가야 국기봉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국기봉은 오르지 않고 삼막사 지나 거북바위를 보고 연꽃바위로 가는 코스이다.


삼막사에서 원효굴을 보러 가는 이들이 있어서 기다린다. 원효대사가 참선을 했던 굴이란다. 굴이라니까 원효대사가 어둠 속에서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날이 새서 보니 해골바가지에 담긴 썩은 물이었지만, 원효대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일화가 떠오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했다죠."

원효굴에 다녀온 산우님들과 함께 도로길을 걸어가면서 내가 한 마디 한다.


이어서 이야기를 덧붙인다.

"우리 집에 '만사유의(萬事有意, 모든 일은 뜻과 같이 된다)'라는 한문 글씨 족자가 하나 있어요. '뜻이 있어야 일을 이룬다'는 이야기죠! 유명 서예가 선생님이 써주신 것인데 뜻이 좋아 가훈으로 삼았어요."


그러고 보니까 지난 토요일 자랑산 송년산행에서도 원효봉에 올랐었는데, 원효대사와 얽힌 곳이 참 많다. 옛날에는 다들 걸어 다녔을 텐데 축지법을 쓴 것도 아니고 원효대사가 머문 지경이 참 넓다는 생각이다.


거북바위는 순식간에 지나쳐서 못 봤는데 별 대장님이 사진을 찍었기에 감상을 한다. 연꽃바위는 멀리서 보아도 봉우리가 딱 연꽃 봉우리 모양이다. 바위에서 저런 부드러운 연꽃의 자태가 나오다니 신기방기하다.


제일 먼저 남산우 님 푸른솔 대장님이 오르기 쉽지 않은 가파른 위험 구간 연꽃바위 암릉을 오르기 시작한다. 여산우님 은비, 세브란스, 두 자문위원님은 배낭을 아래에다 두고 겁도 없이 뒤따라 오른다. 나는 살짝 암릉에 발만 올려보고 그만둔다.

'안전장치가 없는 위험한 암릉은 오르지 않는다'

이것이 내 산행 수칙이기 때문이다.


"연꽃바위 역시 신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암릉이 아닐까? 산 위에서 노닐던 신선들이 특별한 꽃이 보고파 빚었을까?"

맑은 물에서 피어나는 연꽃이 초록 숲 거친 암릉 위에서 이제 막 피어나려고 곱게 봉오리를 오므린 모습이 볼수록 아름답다.


연꽃바위에 오르지 않은 산우님들은 다들 연꽃바위 왼쪽길 완만한 길로 간다. 연꽃바위에 오른 이들은 아직 내려오기 전이다. 징검님, 솔벗 방장님, 나는 인 지기님 따라서 오른쪽 암릉길로 내려간다. 그런데 또 그냥 내려오기 위험한 암릉 구간이 나타난다. 인 지기님 자일과 징검님 자일을 묶어서 나무에 걸고 잡고서 간신히 내려온다. 연꽃바위 왼쪽길은 완만한 길인 모양인데 우리가 내려온 오른쪽 길은 암릉길이라 험하지만 조망이 좋다. 철탑이 솟은 관악산 정상도 보이고 주변 산봉우리들과 능선이 그리는 그림이 아주 시원스럽고 수려하다.

"잘 따라왔는데요."

"그러게요. 풍경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징검님이 연신 감탄을 하기에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암릉길 끝나고 길이 편해진다 싶더니 왼쪽길로 오시는 별 대장님 소리가 나면서 왼쪽길, 오른쪽 길 합류 지점이 나온다. 다 같이 만난다. 곧 정자가 보이고 관악산 호수공원이 나온다. 관악산공원 대문에서 하산 완료한다. 삼성산 학우봉능선+관악산 연꽃바위길 산행은 총 9km, 5시간 소요(점심, 휴식시간 포함) 되었다. 리딩해주신 별 대장님과 후미 봐주신 인 지기님,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눠주신 징검님에게 감사하다. 참, 징검님은 새로 자랑산 대장님이 되셔서 다음 주부터 목요 산행 리딩을 해주신단다. 좋은 산길에서 자주 뵙기를 기대한다.


뒤풀이는 자랑산 신입생인데 신림동 오랜 주민인 렌키님 소개로 신림역 <갈비촌>에서 한다. 영양이 풍부한 소갈비인데 칼집이 들어가서 잘 익고 육즙도 적당한 맛있는 고기로 푸짐하게 먹는다. 김치와 된장국 등 다른 반찬들도 모두 맛깔스러워서 흡족해한다.

"돼지갈비가 더 맛있어요."

주인분이 권유하기에 다음을 기약한다.

오전 11시 관악역 2번 출구 밖 정자에서 만난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 정겹다.
조망 좋은 밥터에서 점심식사
이정표와 삼성산 종합 안내도
데크쉼터에서 징검님
데크쉼터에서 제2전망대 쪽을 배경으로 봄틀 방장님
제2전망대 오르는 데크길
제2전망대에서
쉼터 소나무와 삼막사 조망
거북바위
학우봉 오르는 암릉길
별다섯 리딩 대장님이 산우님들이 학우봉능선 암릉 잘 올라오나 살피고 있다.
학우봉능선 암릉 위에서 지나온 길 조망
학우봉능선 암릉 위에서
삼성산 학우봉 돌비에서
삼성산 학우봉 옆 바위에서
관악산 연꽃바위 조망
연콫바위를 배경으로
나는 연꽃바위로 오르는 시늉만 하고 안전장치가 없어서 안 오른다.
연꽃바위로 오르는 푸른솔 대장님
연꽃바위 위에 올라서서 은비 자문위원님
연꽃바위 오른쪽 길로 내려오면서 연꽃바위 조망
연꽃바위 오른쪽 길 위험한 암릉구간 자일을 나무에 메고 붙잡고 내려온다.
연꽃바위 오른쪽길 암릉길에서의 주변 조망
관악산공원 대문으로 하산 완료!
삼성산 학우봉능선+관악산 연꽃바위길 산행 기록 : 총 9km, 5시간 소요(점심, 휴식시간 포함)
신림역 <갈비촌>에서 소갈비로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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