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라인 경등산화 첫 착화 산행

삼성산+호암산 산행

by 서순오

이번 주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토요일 산행이 어렵다. 그래서 며칠 앞당겨 수요일에 자랑산에서 삼성산과 호암산 산행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갈수록 산행이 힘들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능하면 1주1산을 해보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한 주 빠지고 두 주 만에 산을 타면 전혀 새로 산행을 시작하는 것처럼 힘이 든다.


서울 근교산행이지만 자랑산님들 25명이 참석했다. 아침에 내가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18명 참석이었는데, 그새 7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인테리어 지기대장님은 흐뭇하신 모양이다. 산악회가 발전을 하고 있다는 신호이니까.


관악역 2번 출구에서 오전 11시에 만난다. 나는 약 20여 분 일찍 도착했다. 역사 안에서 산우님들이 기다리면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다들 햇빛을 등지고 서 있어서 역광이라 누구인지 얼굴이 또렷하지 않아서 감으로 인사를 한다. 역사 밖으로 나가니 모두들 일찍 오셨고, 한 분이 시간이 다 되어 오셔서 인원 체크하고 출발한다.


삼성산 조금 오르다가 더워서 겉옷을 벗고 산행 준비를 한다. 서로 인사하고 단체사진도 찍는다. 산길은 대체로 살방살방 걷기가 좋다. 오전 11시 40분쯤 점심식사를 한다. 날이 추울 때는 간단한 게 좋아서 튀김우동 소컵과 뜨거운 물, 밥 조금, 귤, 배, 삶은 계란을 싸 갔다. 나는 방부제가 들어간 음식, 즉 인스턴트식품 알레르기가 있어서 평소에는 라면, 과자, 사탕 같은 것을 거의 안 먹는 사람이지만, 추울 때는 뜨거운 국물이 좋아서 두어 번 라면 소컵을 싸 가고 있다. 집에서 준비할 것이 없어서 간편해서 좋긴 하다. 그런데 산행 후 집에 돌아와서는 팔, 다리, 가슴 등 몸을 계속 긁어대서 곧 후회를 한다. 다음에는 직접 만든 누룽지나 죽으로 싸 가야겠다.


걷기 좋은 길 지나 이제 제1, 제2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암릉길이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오름길이다. 암릉길 난코스도 한 군데 있다. 나처럼 팔 힘이 약하고 몸이 무거운 사람은 위에서 누군가 스틱도 받아주고 손을 잡아 주어야 오를 수 있다. 별대장님과 남산우님들이 우리가 암릉 오르는 걸 도와주신다. 물론 여산우님들 중에는 몸이 가뿐해서 가파른 암릉을 척척 잘 오르는 이들도 있다. 꼭 산을 위해, 산을 타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같다


제1전망대 데크에서 높이 솟은 제2전망대 암릉을 배경으로 개인사진들을 남긴다. 암릉을 오르면서도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다.


참, 나는 오늘 새로 산 캠프라인 경등산화를 처음으로 신고 갔다. 10만 원 중반대 가격으로 샀는데, 바닥 릿지가 잘되고 발 안쪽도 훈훈하니 좋다. 새 신발인 데도 어디 한 군데 불편한 곳이 없다.

'이래서 캠프라인 캠프라인 하나 보다.'

100% 만족을 하며 암릉을 타는데 재미가 있다.


그러고 보니까 이참에 등산화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나는 20대 대학시절에 공공기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알게 된 공무원들로 구성된 등고산에서 한 10여 년 산행을 다녔다. 그때도 물론 산행비 같은 게 있었을 텐데 나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가끔은 친구들도 한 명씩 데리고 갔는데, 우리 회비는 물론 도시락까지 모두 다 싸 오셨다. 당시 등고산 회장님이셨던, 내가 아르바이트하던 공공기관의 사무장님은 특별히 수제화 가죽 등산화도 내게 선물해 주셨다. 1980년대 가격으로 7-8만 원대였다고 하니 꽤 비싼 것이었다. 내 신발 사이즈보다 10 정도 큰 사이즈였다. 등산양말을 두세 켤레씩 신어도 넉넉했다. 10여 년 간 신어도 신발이 멀쩡해서 결혼하고 등산을 쉬면서도 그 신발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언젠가 이사를 하면서 창고에 넣어둔 상자 속 신발들을 우리 남편이 모두 다 내다 버렸다.

"신지도 않는 걸 성가시게 뭘 가지고 다녀."

"언젠가 산행을 다시 할 수도 있는데!"

나는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되었다 생각했다.


다시 산행을 시작한 것은 2018년 봄이다. 도봉산 산행 후 내려오면서 '세일'이라고 쓰여 있는 등산용품점에서 이태리제 중등산화를 세일가로도 거의 30만 원대에 샀다. 신어보니 예쁘고 발이 편하고 좋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바닥이 릿지가 잘 되어야 한다'든지 그런 지식이 없었기에 신경을 안 쓰고 열심히 그 신발을 신고 산행을 했다. 일반 산행을 할 때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그런데 지리산 무박 산행을 할 때 하산길에 미끄러져서 얼굴 이마와 콧등을 다쳤다. 비가 온 뒤라 흙이 신발에 달라붙어서 돌을 밟았는데 그냥 스르르 미끄러져 앞으로 살짝 넘어졌다. 갑자기 피가 줄줄 흘러내려서 산행 일일 리딩을 해주시던 H대장님이 가지고 다니던 비상약과 밴드를 꺼내서 응급처치를 해주셨다. 하산해서는 지리산탐방소에서 다시 닦고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깨끗한 밴드를 붙여주시면서 안전요원분들이 얘기한다.

"상처가 너무 커요. 흉터가 크게 안 생기려면 바로 병원 가서 꿰매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야간에도 수술을 해주는 동탄성심병원을 찾아가 한밤중에 이마를 꿰매고 코부위는 살을 채우는 수술을 했다. 다 나아보니 콧등은 안경에 가려 안 보이는데 이마에는 없던 세로줄 주름살이 생겨났다.

"산행 훈장이네!"

다행히 무던한 성품을 가진 울 남편이 '산행 그만하라'는 말은 하지 않아 그 후로도 지금까지 계속 산행을 하고 있다.


"등산화가 릿지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산행에서 다시 만난 H대장님이 내 신발 밑창을 보더니 한 마디 하신다.

"그래요? 아직 등산화는 멀쩡한 데요."

그렇지만 소개받은 도봉구 등산화 수리점에 택배로 보내서 릿지 잘 되는 밑창과 앞부리를 갈았다. 왕복 택배비 포함해서 거의 10만 원 정도 들어갔다.


그런데 봄여름가을에는 경등산화를 신느라고 이 중등산화를 안 신고 신발장에 놓아두었더니 창갈이한 부분이 다 삭아서 부스스 떨어져 내린다. 검정 고무 녹은 것이 손에도 묻어서 끈끈하게 달라붙는다. 아무래도 창갈이한 고무가 오래된 것인가 보다.

"에이, 나하고는 이제 작별하라는 거네!"

미련 없이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너 등산 좋아하잖아. 이 신발 사 놓고 몇 번 안 신은 거야."

친구들이 준 등산화가 두어 개 있어서 그걸 신고 다녔다. 그런데 산행 중에 신발 밑창이 빠진 적이 두 번이나 있어서 낭패를 보았다. 그래서 아무리 새것이라도 안 신고 놔두면 신발 고무와 접착제에 곰팡이가 슬어서 삭는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새로 산 캠프라인 경등산화를 신고 산행을 하니 너무 편하고 좋다. 바위를 밟을 때 짝짝 달라붙는 느낌이 좋고 가볍고 발 안도 따뜻해서 잘 장만했다 싶다. 이번 삼성산과 호암산 산행은 이 등산화 첫 착화 산행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인테리어 지기대장님은 늘 사진 찍는 봉사에 후미를 잘 챙겨주시고, 오늘의 리딩 별다섯 대장님은 초보이든 후미이든 산우님들 한 사람 한 사람 세밀하게 돌보아 주신다. 물론 사진도 예쁘게 담아주신다. 이렇게 두 분만 있어도 어느 산행이든지 든든하다. 나는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하지만 오늘은 가능하면 사진을 많이 안 찍고 산행을 한다. 두 분의 섬김 덕분에 그만큼 편하고 안전한 산행이다.


제2 전망대에서 학우봉을 오르는 분들과 학우봉 안 오르고 우회로로 가는 분들이 있다. 암릉 한참 올라가야 해서 나도 생략한다.

"학우봉 돌비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학우봉에서 내려오신 산우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한다.

"요즘 하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요. 돌비를 아래로 떨어뜨렸나 보네요."

"그러게요. 참 이상도 하네요."


제1,2 전망대 지나 학우봉 지나면 삼성산 힘든 코스는 다 오른 셈이다. 삼성산 국기봉을 가면 또 한바탕 오름길이지만 오늘 코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삼막사에서 화장실에 들른다. 화장실 안이 따뜻하고 깨끗하다.

"사랑은 물속의 연화처럼 다시 솟아오른다"

양 옆에 세로로 길게 글귀가 새겨진 불이문 앞에서 단체사진을 남긴다.


도로길 완만한 오름길 힘겹게 지나 거북바위와 장군봉을 지나간다. 삼성산과 호암산은 몇 번 갔지만 오늘은 석수역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라 일부분 안 가본 코스가 중간에 들어가 있다. 능선길이라 대체로 흙길이 완만해서 걷기 좋지만 암릉길도 꽤 있다. 늘 지나면서 보기만 하던 호암산 국기봉을 일부러 들른다. 암릉 위에서 태극기가 휘날린다. 우람한 암릉 위로 올라가 태극기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여기로 가면 또 신기한 바위가 있어요."

별 대장님을 따라 국기봉 옆을 지나가니 가로로 길쭉한 바위가 널찍한 바위 위에 올려져 있다.

"강아지 만년필 바위예요."

여산우님들이 못 알아듣는다.

"아, 그거요!"

자세히 보니 그렇다. 이름들도 참 잘 짓는다. 바위 위로 올라가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석수역 쪽 하산길이 제법 길다. 마지막 구간은 돌계단이 가팔라서 무릎과 발목이 뻐근하다. 다들 엄청 빠르게 내려가서 나는 살짝 뒤처진다.

"먼저 내려가셔요."

몇 분 차이이지만 막 따라가다 보면 내게는 무리가 되어서 조심을 한다.


삼성산과 호암산 산행은 관악역 2번 출구-제1,2전망대-학우봉-삼막사-거북바위-장군봉-호암산 국기봉-석수역 코스로 총 10km, 5시간 소요(휴식, 점심 시간 포함) 되었다.


뒤풀이는 내가 좋아하는 코다리찜으로 한다는데, 아침에 집에 해놓고 온 닭볶음탕도 있고 해서 그냥 온다. 4시 30분, 재래시장에서 토마토와 주전부리 아귀포를 산다. 재래시장은 오후 5시에 문을 닫기에 일찍 왔기에 장보기가 가능하다. 문 닫을 시간에는 물건값도 싸서 세일가로 산다. 새 등산화 착화식에 안전한 삼성산과 호암산 산행을 하고 장도 보고 기분 좋은 하루이다.

서로 인사하고 단체사진
걷기좋은 흙길
점심식사
제2전망대를 배경으로
제2전망대 오르는 암릉길
제2전망대에서
학우봉을 오르며 암릉 위에서 오늘의 리딩 별다섯 대장님
쉬어가면서 한 컷
삼막사 가는 길
삼막사 불이문에서 단체사진
거북바위에서
호암산 국기봉
호암산 국기봉에서
강아지 만년필 바위
강아지 만년필 바위에서
석수역 쪽으로 하산 완료!
삼성산+호암산 산행 기록 : 관악역2번출구-삼성산 제1,2전망대-학우봉-삼막사-거북바위-장군봉-호암산 깃대봉-석수역 코스, 총 10km, 5시간 소요(휴식, 점심 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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