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O(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2026 신년음악회
2026년 설을 맞으면서 2026 KCO(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관람한다. 이화 80 유지혜 친구가 딸 권민영 하피스트의 연주에 초대해 주었다. 덕분에 이화 80 친구들이 21명이나 참석해서 소중한 시간을 가진다.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과 권민영 하피스트의 아름다운 선율로 새해를 시작하게 되어 감사하다. 음악은 사람에게 평화를 가져다주고 지극히 높은 경지로 이끌어준다.
울 이화 80 친구들은 미리 만나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시간이 되는 12명의 친구들이 백년옥 신관에서 오후 5시 30분에 만난다. 연주는 7시 30분이니까 2시간 여유가 있다.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거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맘껏 수다를 떨 것이다.
나는 집에서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한다. 운동 삼아서 도보 20여 분 거리 매교역에서 지하철을 타서 2번이나 환승해서 가기로 한다. 환승을 많이 하면 그만큼 걷는 시간이 늘어난다. 계단 오르고 내리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요즘 산행도 꾸준히 하지만 가능하면 많이 걸으려고 주로 지하철을 이용한다.
특별히 하프라는 악기는 무지 비싸기도 하다는데(물론 오케스트라의 다른 악기들도 그럴 것이다), 이런 귀한 악기 연주를 친구 덕분에 들을 수 있어서 문화생활을 제대로 누린다.
음악회, 그림, 독서, 영화 등 문화생활로는 정신 건강을, 걷기와 산행으로는 육체 건강을, 가족과 친구들 만남으로는 끈끈한 사랑과 우정을 쌓아 혼의 건강을, 신앙생활로는 영의 건강을 누리면 되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동안의 삶 가운데 진행되어 온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곱씹어볼 때가 있다.
"이 세상에 쓸데없는 것은 없다."
이건 나의 고백이다.
"이 부분은 지우개로 지웠으면 좋겠다."
한 때 너무 아픈 시절은 그만 내 생에 없었으면 좋았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생각할수록 모든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기만 하다.
"슬픈 관계도, 가난하고 고독한 시절도, 좌절된 꿈들도, 다 내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원만하고 낙천적이고 포용력 있는 내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그 무엇이든 순리에 맡기는 법을 잘 배울 수 있었을까?"
울 친구들 저녁 식사 장소인 <백년옥>은 <예술의 전당> 건너편 대로변에 있다. <백년옥>은 본관과 신관이 있는데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바로 붙어있다. 본관은 가본 적이 없고 신관도 이번이 처음이다. 본관은 앞마당에 주차장을 두고 2층 짜리 단독건물이고, 신관은 지하 1층에 있다.
우리 이화 80은 <백년옥> 신관 룸을 예약했다. <백년옥>에 도착하니 멀리 이천에서, 용인에서 오는 친구들이 제일 먼저 와 있다. 나 역시 수원에서 왔으니 집이 먼 축에 속한다. 약속 시간보다 20여 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노라니 친구들이 하나 둘 온다. 식사 모임은 14명이 온다 했다는데 2명이 못 온다고 연락이 와서 12명이 되었다.
친구들이 <백년옥>은 '순두부로 유명한 집'이라고 '순두부전골을 먹자'고 하는데, 우리 테이블은 따로 몇 가지를 시켜서 나누어 먹자고 한다. 다른 테이블도 우리를 따라서 골고루 주문해서 나눠먹기로 한다. 우리 테이블은 들깨순두부, 동지팥죽, 매생이굴전, 야채비빔밥 등을 시켰는데 푸짐하다. <백년옥> 음식은 정갈하고 맛이 있다. 들깨순두부는 구수하고, 동지팥죽은 달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가 있다. 매생이굴전은 굴이 들어가 있어서 하나씩 씹히는 맛이 달큼하면서도 고소하다. 야채비빔밥이 제일 인기가 없었는데. 그냥 집에서 온갖 야채를 섞어서 해 먹는 것처럼 평범해서이다. 돌솥비빔밥이었으면 딱 구색이 맞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는다. 다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부르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늘 과식이 문제이다. 저녁시간에 카페인 영향이 없는 친구들은 커피까지 마시고 7시 전에 예술의 전당으로 간다. 이슬비가 살짝 내리고 있어서 양우산을 꺼내 쓰고 둘씩 함께 쓰고 간다.
<예술의 전당> 2층 매표소에서 초대권을 티켓으로 발권하고 직접 음악회만 오는 친구들을 기다린다. 내 자리는 맨 앞자리 가운데 R석 C블록 2열이다. 우리 친구들도 대체로 내 옆자리이거나 D열 앞자리이다. 티켓을 사려면 꽤 비싼 좌석들이다. 친구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연주 장면을 가까이 보면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연주회 도중에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먼저 의자만 놓인 무대를 찍어본다. 연주자들이 악기를 들고 들어와서 의자에 앉아서 음을 고르고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이 마지막으로 들어오셔서 인사하고 앉으시는데 음악감독을 맡으신 김민 님이시다. 지휘자인 세르게이 슴바티안 님은 아주 유명한 실력 있는 분이란다.
"예술의 전당! 이곳을 몇 번이나 와 보았던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다. 미술 관람하러 서너 번, 음악회는 처음이다. 이화 80 친구들은 몇 년 전에도 이곳에 와 보았다는데 나는 그때는 시간이 안 되어서 참석을 못했다. 그 대신 롯데콘서트홀에서 하는 KCO 송년음악회 마티네 콘서트에 가서 유지혜 친구의 하프 연주를 들은 적이 있다. 내 기록을 찾아보니 그때가 2022년 12월 초순의 일이다.
"시간이 꽤 흘렀구나!"
나는 그때 하프라는 악기가 참 신기했다.
이전에는 울 딸 초등학교 때 친구 중에 취미로 해금을 배우는 아이가 있어서 해금이 어떤 악기인가 궁금한 적이 있었다. 신학대학원 시절 동기 중에 그 당시 모테트 합창단 지휘를 하는 분이 있어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정기연주를 할 때 초대를 받아서 간 적이 있었다. 또 그 이후에 그곳에서 하는 국악연주회도 초대해 주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해금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보통 키의 여자 한 팔 정도 길이의 악기인데 구슬프고 처연한 느낌의 소리가 났다.
그런데 하프는 해금과는 아주 다른 크기에(키도 몸통도 엄청 크다) 아주 맑고 경쾌하며 숭고한 느낌의 소리가 난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리스ㆍ로마신화에 보면 신을 찬양할 때 시인이 시를 짓고 연주하는 '리라'라는 악기가 나오는데 '하프'가 바로 이 악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AI에게 '신화에 나오는 리라를 그려달라'라고 하니까 그 악기는 하프처럼 크지는 않고 자그마하다.
유지혜 친구의 딸 권민영 하피스트의 연주가 아주 가까이 보인다. 로얄석이라서 그런지 손가락이 움직이는 모습이 다 보인다. 하늘하늘한 연분홍 드레스를 입고 하프를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천사가 신에게 찬양을 드리는 것 같기도 하다. 몰입을 할 때는 얼굴과 목과 몸도 리듬을 타면서 위아래로 젖히며 부드럽게 빠져드는데 보고 듣는 관객이 숨이 막힐 정도이다.
참, 연주회에서 가장 인기를 얻어 앙코르를 받은 피아노 협주는 하프 연주보다 먼저 했다. 선율이라는 남자 피아니스트인데 꽤 젊은 분 같고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열 손가락이 거침없이 건반 위를 오갈 때 통통 튀기도 하고 휘몰아치기도 하고 잦아들기도 한다. 작은 악기인 바이올린과 큰 악기인 첼로와 비올라 등 연주와 아주 잘 어우러지며 음률의 고저와 강약을 넘나들고, 청중은 음악의 세계로 깊이깊이 빨려든다.
음악회는 장장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밤 시간이었지만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프도 계속 박수를 받아 앙코르곡을 연주해야 함에도 아마도 시간 때문에 그냥 지나간 듯하다.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이화여고 전 교장선생님과 은사님들이 오셨기에 인사를 드리고 이화 80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조금 있으니 유지혜 친구와 권민영 하피스트도 나오기에 꽃다발을 증정하고 또 함께 기념사진을 남긴다.
돌아오면서는 오경희 친구가 강남역까지 차를 태워줘서 좌석버스를 타고 금방 귀가한다. 집까지 약 1시간 걸렸다. 밤 시간이라 그런지 아주 빠르다. 밤 12시에 집에 도착했다는 친구도 있는데, 나는 비교적 빨리 온 셈이다.
귀한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준 유지혜 친구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연주해 준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특별출연 선율 피아스니스트와 권민영 하피스트, 그리고 멋진 지휘를 해주신 세르게이 슴바티안 님과 음악감독 김민 님에게 두루 감사하다. 무엇보다 함께 한 우리 이화 80 친구들이 있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