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총동창회 정기총회 및 이경 동창회 운영위 식탁교제
매주 토요일이면 가는 산행과 여행을 뒤로하고 처음으로 이화 총동창회 정기총회 및 이화경영 동창회 운영위 식탁교제를 하러 간다.
그동안 이경(이화 경영) 동창회 행사 후에 나는 브런치에 일상 기록을 꾸준히 남겨놓았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기록한 브런치의 글이 우리 이경 동창회 구미리 회장님 눈에 띄었다. 온라인상에 이경 웹진을 만들며 내가 기록한 글에 링크를 걸어주시면서 톡을 보내셨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이경 행사도 잘 기록해 주면 좋겠다고 미디어, 콘텐츠 담당을 해보면 어떠냐라고 전화도 하셨다. 사진 찍고 기록하는 거야 내 습관이니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흔쾌히 수락을 하고 오늘 첫 모임에 나간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걸 한 가지 발견했다. 지하철 타고 가서 이대역에 내려 이화로 가는 길이 '스크랜튼길'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매번 지나가는 길인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잘 눈여겨보지 못할 아주 높이 달린 이정표를 보았다. 정문 앞에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데 그 나무와 함께 '스크랜튼길'이라는 이정표를 담아 이화교정 대강당을 찍으니 꽤나 멋스럽다. 이 길은 기독교학교인 이화의 창립자 스크랜튼 선교사님을 기념하기 위한 길이다.
이대 안으로 들어가서 늘 기념샷을 찍는 ECC관 앞에서 한 컷 남기고 보니 이제 막 진달래가 피어나고 있다.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이화 총동창회 정기총회가 있어서 대강당 가기 전 왼쪽 옆길로 들어선다. 돌담길에 작고 앙증맞은 노란 꽃들이 활짝 피어서 나를 반긴다.
"봄꽃이닷!"
나는 올 들어 처음 보는 봄꽃이라 폰카메라를 연신 눌러댄다. '영춘화, 봄을 맞이하는 꽃'이다. 산행을 할 때도 2,3월이면 산길 돌담에 아주 많이 피어 있는 꽃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개나리'인가 했는데 '영춘화'라고, 자주 가는 자랑산 인테리어 지기 대장님이 알려 주셨다.
우리 이경 동창회는 함께 모여 앉는다고 했는데, 찾아보니 낯이 익은 분들이 보인다. 이경지주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서지희 선배님이 가운데 줄 내빈석, 장학생석, 신입동창석 뒤쪽에 앉아 있기에 옆에 가서 앉는다. 이경 구미리 동창회장님은 안 보인다. 아마도 순서를 맡아서 앞에 앉으신 모양이다.
새로 이경 동창회를 맡은 구미리 회장님은 성격이 굉장히 밝고 시원시원하고 활력이 넘치는 분이다. 리더십도 탁월해서 새롭게 구성된 임원들도 단합이 아주 잘 된다. 알차고 재미난 운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오전 11시에 이화 총동창회 정기총회를 할 때 우리 이경 구미리 회장님이 신입동창 환영사를 하셨다. 원고가 다소 길어서 줄이라고 할까 봐 걱정하셨다는데 무사히 통과가 되었단다. 미국 듀크 대학에서 일하신 경험을 바탕으로 신입동창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해 주셨다. 샘물이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듯 기쁘고도 기꺼이, 넓고 희망찬 바다를 향해 나아가라고 하셨다. 구태의연하지 않고 신선해서 너무 좋은 환영사라고 칭찬들이 자자하다.
"힘찬 샘물이 바위를 뚫고 솟아나
계곡과 산비탈을 따라 기세 좋게 흘러갑니다.
푸른 하늘을 비추며 그 샘물은 길을 이어가
기쁨과 기꺼이 넓은 바다의 중심을 향해 나아갑니다.
맑은 샘물처럼 우리의 정신도 하늘을 향해 치솟고,
수많은 시련이 우리를 가로막아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시련을 이겨낸 후 기쁨의 노래를 부르며,
기쁨과 기꺼이 희망의 바다를 향해 나아갑니다."
(환영사에 담긴 '당시 학생들이 불렀던 교가')
이화 동창회 정기총회는 아주 꼼꼼하게 이루어졌다. 선교부장님의 기도로 시작해서 장학금 수여식, 신입동창 환영식, 이화총장님의 학교 소개 등 알차게 순서가 진행되었다. 회칙 정관도 현시대에 맞게 조금씩 수정한 것도 동의와 재청을 받아 통과되었다.
총동창회 끝나고는 오후 1시에 이대 후문 <로프트>에서 이경 동창회 구미리 회장님이 점심식사로 섬겨주셨다. 부총장님인 우리 이경 21기 동기 박성연 교수님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식사기도를 해주셨다. 모든 음식이 다 깔끔하고 맛이 있다. 오기로 한 한 사람이 개인사정으로 못 나와서 12명 분 음식을 11명이 먹었다. 나는 내가 주문한 음식 고르곤졸라 만조 외에도 호박수프 1개를 더 먹고 전복리조또 맛을 보았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그만 속이 불편하다.
"괜찮겠지."
식사 마치고는 다들 <필름포럼>으로 가서 영화상영관과 세미나실 구경을 하고, 다음 모임에 자주 이용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나는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이태원으로 가고 남아 있는 임원들과 운영위원들은 제5회 이경 걷기 대회를 할 이화교정 코스를 미리 걸어보았다고 한다. 참 대단한 준비성이다. 이런 섬김 정신이 이경 동창회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동창회가 단합이 잘 되면 물론 이경 재학생들에게도 유익을 가져올 것이다. 학교가 잘 되면 졸업생도 좋고 졸업생이 잘 되면 학교에 좋다. 서로 윈윈 하는 관계라고나 할까? 이화 총동창회 정기총회 참석과 이경 동창회 운영위 식탁 교제를 하면서 보니까 학교 다닐 때 느꼈던 '이화'와 '이경'이라는 이름의 자부심이 되살아난다. 이래서 모임에는 무조건 잘 참석하고 봐야 한다.
다시 영춘화 돌담길을 걸어서 다음 약속장소인 이태원역으로 간다. 지하철로 이대역~합정역~이태원역 30분 정도 거리이다.
나는 다음 약속에 가서는 아무것도 못 먹는다. 배가 어찌나 부른지 도무지 더 먹지를 못하겠다.
"식혜는 소화제니까 드셔도 돼요."
신대원 후배 목사님이 옮길 교회 장소를 봐 달라고 해서 함께 가 보았다. 수제 식혜 2개를 사 와서 1개를 내미는 데도 나는 끝내 거절을 한다. 배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
집에 오는 데도 배가 더부룩하다. 아니나 다를까? 급기야 체하고 만 것이다. 저녁 8시 정도에 집에 도착했는데, 금방 잠이 들었다. 밤 10시에 깨서 울 남편한테 편의점 가서 까스명수 한 개만 사다 달랬더니 두 개를 사 왔다. 하나를 먹고 다시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결국 일어나서 점심에 먹은 모든 것을 다 내놓고 말았다.
"하여간에 식탐하고는. 맛있다고 너무 많이 먹는 거는 미련한 건데!"
까스명수 한 개를 또 먹고 얼굴을 씻고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제 겨우 괜찮다. 이래서 '이화'와 '이경'이라는 이름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겠다.
사람이 무엇을 기억하는 데는 좋은 일도 있지만, 때로는 안 좋은 일이 더 오래 남는다. 내 기록을 알아보고 행사글을 쓰라고 맡겨주신 구미리 이경 회장님의 초대는 내게도 이경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하필 이 날 지나치게 먹어서 체해서 배탈이 난 것은 안 좋은 일이다. 두 가지 다 내게 특별한 일이라서 각인효과가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 세상에 쓸데없는 것은 없다."
이건 내 삶의 가치관 같은 것이라서 오늘 하루를 감사로 적는다. 함께 한 이경 동창회 회장님과 임원진과 운영위원들에게도 같은 감사가 넘쳐나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