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행(2) : 조선은행,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한중문화관
차이나타운에서는 한중문화관 앞에 내린다. 나는 문화관,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을 좋아해서 '여길 꼭 들어가 봐야지' 하면서 지나간다.
"시간도 넉넉하니까 일단 점심 먼저 먹고 여기저기 돌아보고 좀 일찍 내려오면 되겠다."
시간은 이제 겨우 오전 11시가 막 넘었는데, 배가 고프다.
가이드님이 조선은행 자리로 안내한다. 가는 길에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가 길거리 건물 벽에 크게 걸려 있어서 담는다. 가이드님이 우릴 데리고 들어간 곳은 개항박물관이라는데, '조선은행'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양무호ㆍ광제호, 우표와 우편배달부 같은 게 전시되어 있다.
언더우드 타자기 앞에서 해설사님이 다른 여행객들에게 설명하는 걸 옆에서 듣는다. 굉장히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는데 당시에 있던 타자기들은 무슨 글자가 쳐지는지 아래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 타자기는 밑이 보여서 잘못 쓴 글자를 옆에 다시 칠 수가 있었단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인천 열차 연보와 함께 기차에 대한 전시가 되어 있다. 개항장 인천 옛 거리 시뮬레이션 벽 장식도 있다. 고풍스러운 장식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일본제1은행 금고가 있어서 쓱 훑어보고 나온다.
'밥을 먼저 먹어야지.' 하면서 차이나타운 거리로 올라가니 'ㅎㅈㅇ'이라 쓰여 있는 곳이 나온다. 직감으로는 중국식 정원 같은데 뭔지를 잘 모르겠다. 또 AI의 도움을 받는다.
중국 전통 양식의 정원 공간인 ‘호정(湖亭) 정원’이란다. 호정(湖亭)에서 ‘호(湖)’는 연못, ‘정(亭)’은 정자라는 뜻이다. 즉 '연못가에 세운 정자'라는 의미이다. 용 조각이 얹힌 중국식 담장, 회색 벽돌과 화강석 장식, 붉은 기둥의 중국 전통 정자 등이 특징이다. 이런 요소들이 중국 강남 지역 정원 양식을 본떠 만든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와 중국 전통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은 테마 정원이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서 쉬면 차이나타운의 분주함과 인파를 뒤로 하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단다.
곧 <태화관>이라는 곳이 보여서 들어간다.
"몇 분이신가요?"
"혼자인데 식사 가능하죠?"
직원 분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간다. 널찍한 4인용 테이블이라 혼자 앉기에는 좀 뭐해서 망설이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여자분 혼자서 짬뽕을 시켜서 먹으면서 같이 앉으란다.
"네. 감사해요. 여행스케치예요?"
그렇단다. 함께 앉아서 나는 하얀 짜장면을 주문한다.
"한 번도 못 먹어본 것이라서요."
실은 하얀 짜장 얘기를 가이드님한테 처음 들었다.
'궁금하니 꼭 맛을 봐야 한다.'
하얀 짜장이 나온다. 면 따로 짜장 따로이다. 나는 골고루 잘 섞어서 먹기 전에 조금 덜어서 드리니까 앞에 앉은 여자분이 얘기한다.
"짜장면은 까만 짜장이 맛이 좋아요."
"그러게요. 그렇지만 하얀 짜장도 맛있네요."
하얀 짜장은 살짝 된장 맛도 나면서 크림 맛도 나면서 부드럽다.
차이나타운은 이전에 와본 곳이라 거리 구조를 대강은 아는 곳이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이전에 왔을 때 점심을 먹었던 곳도 지나간다. 수수깡 파는 곳이 있어서 신기해서 멈춰 선다. 배가 부르기에 맛이 궁금했지만 먹지는 않는다.
<왕의 계단>으로 올라간다. 가파르지만 등산을 주로 하는 내게는 '이쯤이야 뭐!' 아무것도 아니다. 중간에 비즈 목걸이와 팔찌를 만들어 파는 노점이 있다.
"팔찌 하나 살까?"
구경을 하는데 옥팔찌가 예쁘다.
"팔찌랑 목걸이랑 세트는 없어요?"
있는데 알이 굵다.
"저는 알이 좀 작은 게 좋아요."
"그럼 만들어드릴까요?"
팔찌를 고른 후 같은 알로 목걸이 부탁을 한다. 그런데 뒤에 고리가 은이 아니고 일반 금속이라서 망설인다.
"제가 금이나 은 아닌 것은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그럼 뒤를 그냥 실로 해드려요?"
"아뇨. 실 부분이 넘 길어서 안 이쁠 것 같아요."
팔찌만 사고 위로 더 올라간다.
<왕의 계단> 맨 위쪽에 웅장한 <선린문>이 나온다. '선린문(善隣門)'은 “이웃과 선하게 지낸다”는 뜻인데 한국과 중국의 우호와 교류를 상징하는 이름이란다. 문은 중국 전통 양식의 화려한 단청과 3개의 아치형 통로가 특징인데,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라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단다.
지나가는 이들이 있어서 바로 옆에 삼국지 벽화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쪽이 더 밝고 좋아요."
양지쪽으로 자리를 옮겨 더 찍는다.
아, 그런데 사진에 보니 <송월동 동화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바로 이 쪽 길로 조금만 더 가면 있었던 모양이다.
"동화마을 꼭 가봐야지."
그랬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차 안에서 가이드님이 '동화마을 벽화가 예쁘다'라고 한 마디만 해주었더라도 가 보았을 것을!"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있는 줄 몰랐으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봄에 오면 <월미자유공원> 벚꽃길이 아주 예쁘다고 하니 한 번 더 와야겠다. 그때는 동화마을도 꼭 들르면 좋겠다.
선린문을 지나 더 위 계단으로 올라가면 자유공원 쪽으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인천자유공원 벚꽃길 위쪽에 뾰족한 청동탑이 보이는데 바빠서 자세히 볼 시간은 없어서 사진만 찍어온다. AI에게 물어보니 인천상륙작전 기념탑으로 1950년 9월 15일에 있었던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단다. 특징은 삼각형(피라미드처럼 보이는) 형태, 청동빛(녹청색) 외벽, 위로 뻗어 오르는 듯한 구조는 ‘돌파’와 ‘승리’를 상징한단다. 자유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기도 하고, 인천 개항과 한국전쟁의 역사와 깊이 연결된 장소라고 한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사진 각도가 좋아서 탑의 기하학적인 선이 더 강조되어 보인다'라고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발상지 기념비와 맥아더 장군 동상을 지나 자유공원 앞 전망대에서 월미도 바다 조망을 한다. 건물들이 가리고 있어서 바다 조망은 시원스럽지가 않다. 넓은 광장에 등대와 닻줄과 대포가 전시되어 있어서 눈여겨본다. 인천상류작전을 기념하는 것들이다. <인천시무훈업비>라 쓰여 있는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기념비도 살펴본다. 한미 연합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며 세워진 <연희정>을 지나 월미자유공원 전망대 <석정루>에도 올라가 바다 조망을 해본다.
삼국지 벽화거리 지름길로 내려와 <한중문화관>에 들어간다. 입장료가 천 원인데, 65세 이상 경로 우대와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은 무료이다. 3층, 2층 순서로 관람한다. 3층에는 중국 전통의상 치바오를 입고 사진을 찍어보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은 울 딸이 좋아하는데, 나도 닮아가는지 잼나다. 이것저것 입어보는데 옷들이 나한테는 작은 게 많다. 앞에 천 단추도 잘 안 채워져서 할 수 없이 긴 조끼 형태로 된 것을 입어본다. 이건 걸치기만 하는 거라서 괜찮다. 안내하는 분이 모자도 골라서 씌워주신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앞에 양쪽에 청룡 두 마리가 올라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이구머니나! 난 용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런데 사진은 이쁘게 나왔다.
3층에서 산동성 등 전시관을 휙 돌아보고 2층으로 내려온다.
2층에서는 <화교관>을 자세히 둘러본다. 중국인들이 어떻게 한국에 들어왔는지, 첫 정착촌이 인천이고 또 화교촌이 바로 차이나타운이 되었다는 것, 한중문화축제 등 전시물들을 살펴본다.
"이국땅에 와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착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문화도 이룬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간다. <축하 한중문화관 개관> 금장식이 빛이 나기에 담아본다. 마차도 찍으면서 언젠가 한 번 타 볼 기회가 있으려나 생각한다.
1층으로 내려가니 특별한 전시는 없다. 특별관이 있기는 한데 전시는 안 하는 모양이다. 1층 출입구로는 나갈 수가 없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 화교관 중간 연결통로 옆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1층으로 내려와 밖으로 나온다.
시간이 딱 알맞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거의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송월동 동화마을에 다녀온 분들이 벽화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예쁘다고 자랑을 한다. 나는 치바오 입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거기를 갔다면 아마도 한중문화관은 못 갔을 거'라며 위안을 한다. 그렇지만 시간 안배를 제대로 했다면 다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머리 좋아 공부 잘하는 모범학생(?)이 이렇게 또 여행지를 빼먹고 온 경우는 처음이라서 좀 황당하긴 하다.
"남겨두고 오면 또 갈 기회가 생긴다."
이건 내 산행과 여행에서의 지론이라서 다음을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