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미디어센터 <미디어-아트 융합전 드림 라이트(Dream Light)>
거의 2년 만에 수원미디어센터에 영화를 보러 간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이다. 수원미디어센터는 집에서 도보로 40여 분 거리에 있다. 가는 길에는 수원전통시장을 지나 수원성곽길을 조금 걸어서 갈 수 있다. 물론 성곽길로 오르지 않고 아래쪽 마을길로도 갈 수 있다. 나는 성곽길 걸은 지도 꽤 되었고 날씨도 좋아서 남수문에서 성곽길로 올라간다. 동남각루에 올라서니 오늘따라 창룡문에서 탈 수 있는 열기구가 이제 막 떠오르고 있다. 성곽길 걸으면서 열기구 뜬 것을 가끔 볼 수가 있는데 반가운 마음이다. 사진에 담으면서 봉돈을 지나간다. 창룡문 가기 전에 한옥으로 지은 수원미디어센터가 있다. 작년부터인가? 수원미디어센터 위쪽으로는 한옥체험마을을 짓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완공을 못했는지 커다란 철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그곳을 지나자마자 왼쪽 길로 내려간다.
수원미디어센터에는 올만에 오는 만큼 1층, 2층 두루 돌아본다. 아 그런데, 이곳에 무슨 전시를 하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전시장'이라 쓰인 곳 안쪽에 하얀 천이 드리워진 문이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까 화성성곽길 화서문, 창룡문, 화홍문이 벽에 미디어 아트로 펼쳐져 있다. 밖으로 나와서 지나가는 직원인 듯한 여자분에게 물어보니 1층부터 2,3층까지 전시 중이란다.
"이따 영화 끝나고 천천히 둘러보세요."
영화 시작 시간이 10여 분 정도 남아 있어서 내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 앉는다. 영화 상영관이 꽤나 크고 좋다. 1층, 2층으로 된 객석이다. 총 몇 개나 될까? 일부러 세어 본다. 객석은 장애우석 1개, 장애우석 옆에 휠체어 타고 볼 수 있는 빈 공간 1개, 총 6열 층으로 되어 있는데 한 열에 14개씩 좌석이 있다. 그래서 총 83석이 있는 셈이다. 아마도 메가박스나 CGV 극장 1개 정도는 되어 보인다.
영화 <어른 김장하>를 보고 나와서 1층으로 내려가 안내데스크에 물어본다.
"전시회 하던데 볼 수 있어요?"
"네. 무료예요. 자유롭게 둘러보세요."
그러면서 팸플릿을 준다. <미디어-아트 융합전>이다.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1층부터 차례로 둘러보기로 한다.
1층 로비 한가운데 옆 벽면에 커다랗게 <수원의 서재, 책가도>가 펼쳐진다. 책을 좋아했던 정조대왕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리라. 반 계단 올라가 <빛의 시작>을 본다. 약간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서서 봐야 해서 끝까지 보지는 못한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 <태양의 축복>과 <달의 기원>을 본다. 동그란 지구 같은 조형물에 빨갛게 빛이 들어오는 <태양의 축복>, 하얀빛이 들어오는 <달빛의 기원>은 해와 달을 형상화해 놓았다. 비슷한 모양이지만 빛에 따라 낮과 밤이 되는 것이다. 마치 지구가 태양의 빛을 받아 낮과 밤이 되듯이 말이다.
1층 로비를 지나 반 계단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아까 영화 보기 전에 잠깐 들어가 보았던 <블루밍 화성>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기다란 벽에 화서문, 창룡문, 화홍문이 있고, 빛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화성성곽길과 수원화성의 모습이 펼쳐진다. 수원화성에서 궁녀들이 춤추며 혜경궁 홍 씨의 연회를 베푸는 모습, 화성장대를 지키는 병사들의 무예춤 모습도 보인다. 벽 쪽에 긴 의자 한 개가 놓여 있어서 앉아서 편하게 본다. 다 끝나고는 두 손을 들고 왔다 갔다 하면 여러 가지 빛들이 화성성곽길의 문들을 찬란하게 물들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다. 문에 까만 커튼이 쳐져 있어서 열고 들어간다. 옥상 같은 곳이 나오는데 커다란 둥근 지구와 작은 동그라미 구들이 빛을 발한다. <빛의 하모니>이다. 문을 열고 건너편으로 들어간다. 문에 까만 커튼이 쳐져 있어서 열고 들어간다. <새 빛의 숲>, <끝없는 빛>이 열린다. <새빛의 숲>에는 빈백이 놓여 있어서 철퍼덕이 앉아서 관람한다. 수원화성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간다. <끝없는 빛>에서는 오색찬란한 단청들과 만난다. 양쪽을 거울로 해놓았는데 단청들 사이에 서면 아주 단청 숲에 들어가 있는 듯 황홀하다. 다시 나와서 천정에 모빌처럼 달려서 바람에 흔들리는 <빛의 아뜰리에>를 지나 아담한 <수원이 정원>으로 들어간다. '수원이'는 수원의 마스코트이다.
3층 <꿈의 행차>는 내가 생각하는 하이라이트이다. 정조대왕의 능행차를 느낄 수 있게 수많은 작은 책으로 만들어 바퀴가 구르는 듯 돌아가게 해 놓았는데 한참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마차를 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의 숲 속으로, 역사의 공간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이 든다. 과거 수원에 수도를 옮기고자 꿈을 꾸었던 정조대왕과 우리 미래의 꿈이 접목이라도 하듯이 나는 한 동안 넋을 잃고 <꿈의 행차> 소리를 들으며 바라본다.
<드림 라이트(Dream Light)> 미디어-아트 융합 전을 둘러보니 각 전시실마다 특색이 있다. 마치 동화 속 여행을 한 듯 황홀하다. 영화를 보러 왔는데 뜻밖의 전시회를 보게 되어 행운이라 여긴다. 나는 이런 전시회 같은 거 무지 좋아하는데,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일석이조가 되었다.
사진은 <블루밍 화성>에서 아이를 데리고 관람 온 이가 있어서 두어 장 찍었는데 아주 까맣게 나왔다. 그래서 AI에게 밝게 해서 지브리풍으로 만들어 달랬더니 남자 얼굴과 남자 신발로 해준다. 그래서 '여자이고 부츠를 신었다'라고 했더니 얼굴과 신발을 바꾸어준다. 꽤 멋지게 만들어준다.
<끝없는 빛>에서는 단청 빛의 숲을 거니는 내 모습을 거울을 이용해 혼자서 찍어보았더니 근사하게 잘 나왔다.
"뭐, 이 정도면 만족이다!"
화려한 빛의 세계를 여행하며 꿈꾸는 시간! 예술과 함께 기분 좋은 하루를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