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여행(3) : 아우내장터+병천순대거리
천안은 우리 이화 선배님이신 유관순 열사의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아우내장터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서 천안 시민들이 3.1 운동 만세를 부른 곳이기도 하다. 또한 병천순대거리가 유명하다.
나는 천안을 꽤 여러 번 가 보았다. 여고시절 군인 아저씨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초대를 받아 유관순 유적지에도 가봤다. 논길을 걸어갔던 기억이 있다. 천안 광덕산은 100대 명산 찍으면서 대중교통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가서 혼자 오른 적도 있다. 병천순대거리는 진천에 모임이 있어서 자차로 다녀오다가 들러서 순대모둠과 순대국밥을 먹고 온 적이 있다. 그때도 나는 꽤나 기록을 하는 편이어서 싸이월드와 다음 블로그 같은 데 사진과 글로 일상을 남겼었는데, 그 홈피들이 사라지면서 내 기록들도 없어졌다. 다음 블로그는 노트북에 다운로드하여 놓기는 했는데, 잘 들여다보게 되지를 않는다. 요즘은 핸드폰과 아이패드, 태블릿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찾으려 한다면 옛 기록을 찾을 수도 있으련만 꼭 필요하지는 않다.
또 천안은 그쪽에 사는 친구와 자주 만난 곳이기도 하다. 특별히 가볼 데가 없다면서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밥만 먹고 온 적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천안 여행을 가 보니 곳곳에 특색 있는 여행지가 많은 곳이 천안이다. 깜짝 놀랐다고나 할까?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아우내장터와 병천순대거리는 꼭 한 번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하고 싶었다. 마침 오늘이 장날이라고 한다. 어째 차가 좀 밀린다 싶었다. 그렇지만 서울이나 수원 같은 대도시의 교통체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냥 살짝 한 10여 분 시간이 지체되었다고나 할까? 점심 먹고 시장 구경하는 거야 뭐, 1시간이나 주니까, 10여 분 정도 줄여도 상관없으니까 괜찮다.
병천순대거리에 내려서 밥부터 먹으러 간다. <아우내 병천순대집>이라는 간판이 바로 앞에 눈에 띈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병천순대거리에 딱 그 이름을 걸었으니 호감도 1위인 건 당연하다. 조그마한 가게인데 사람들이 다 그리로 들어간다. 나도 따라서 들어간다. 차이나타운에서 함께 밥을 먹었던 여자분이 짝꿍이랑 둘이서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이리 와서 같이 앉아요."
나는 혼자라서 그 옆에 가서 앉는다.
"뭐 드실 거예요?"
"여긴 순대국만 된대요. 혼자 하셔서 여리 가지 하기가 어려운 가 봐요."
"아, 그럼 저는 다른 데 가서 먹을 게요."
나는 그 집을 나와서 여기저기 마땅한 곳을 찾아본다.
"음식점은 사람 많은 곳이 맛있는 집이다."
내 평소 지론대로 살펴보니 식당 앞에 주차장이 아주 넓은 집이 보인다. 주차장에 자동차가 가득 찼다. 거기다가 간판에 '얼큰이 순대국' 특허를 받았다고 특허번호까지 적어 놓았다.
"저길 가자."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계산대 앞에 남자분이 안내를 하는데 <부부 순대>라고 쓰인 포장용 음식이 담긴 쇼핑백이 여러 개 놓여있다. 가게 안이 넓고 사람이 많은 편인 데도 비어있는 자리가 좀 있다.
"혼자인데 식사 가능하죠?"
"네.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나는 4인용 테이블에 가서 앉는다. 2인용 자리는 없고, 둘씩 앉아있는데 끼여 앉기는 좀 뭐해서이다.
"얼큰이 순대국 좀 덜 맵게 되나요?"
"아뇨. 그럼 순한 맛으로 시키셔요. 다진 양념 따로 나와요."
"네. 그걸로 주셔요."
나는 모둠순대도 먹고 싶었지만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순대국만 주문한다.
울 친정엄마가 평생 순대국 장사를 했기에 나는 순대국 진짜 맛을 안다. 언제나 식구들과 단골손님들에게는 푸짐하게 머리 고기며 오소리감투며 순대와 내장과 선지도 넣어 주신다. 큰 솥에 직접 뼈를 고아서 끓이니 국물맛도 일품이다. 울 친정엄마표 순대국을 먹다가 다른 걸 먹으면 냄새도 많이 나고 국물도 싱겁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연천여행에서 먹은 순대국도 오늘 병천순대거리에서 맛본 순대국도 울 엄마의 손맛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둘 다 맛은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우내장터 구경을 한다. 혼자라서 더 여유가 있다. 아까 내릴 때는 못 보았던 현수막이 도로 위에 걸려 있는 게 보인다.
"제14회 詩로 다시 부르는 고향의 향수 · 제107주년 4.1 아우내독립만세운동 추념식"
4월 1일에 이곳에서 아우내독립만세운동 추념식을 시를 낭송하면서 하나 보다.
길을 건너 시장 노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으로 들어간다.
"뭐 살 거 없나?"
그렇지만 대충 보면서 간다. 골목 끝부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서 또 골목을 따라 걷는다. 신기한 것들이 많다. 대마씨 기름 짜는 모습, 기름은 따로 짜져서 그릇에 내려오고 하얗게 과자 비슷한 것이 기다랗게 구멍으로 나온다.
"맛을 봐도 되나?"
내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그 맛이 궁금한 모양인데 사람이 없다. 아마도 시간이 점심 때라 식사를 하러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맛보고 싶었지만 주인도 없는데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게 좀 뭐해서 그냥 간다.
러시아의 산삼 차가버섯 구경하고, 땅콩 볶는 기계 앞에서 고소하게 볶아져 나온 땅콩 두 되를 5천 원에 산다. 선조의 현명한 명약 재래식 된장 항아리를 담고 베 보자기들이 여러 장 펼쳐져 있는 곳을 지나간다.
"베 보자기도 사긴 해야 하는데, 빵 찔 때 필요한데!"
그렇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안 산다.
"다이소에서 사야 싸!"
커다란 양푼에 번데기 끓이는 모습도 구경한다.
"번데기가 단백질 보고라는데!"
그렇지만 안 산다. 차 안에서 냄새가 날 수 있어서이다. 아우내 장터에는 우리 수원 전통시장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도 있어서 재미가 있다.
"시장에서는 물건 사는 맛도 꽤 쏠쏠한데!"
그냥 나오려니 겨우 땅콩 5천 원어치를 사서 그런지 어째 손이 좀 허전하다. 골목을 나오다가 잡곡 파는 데서 발을 멈춘다. 그렇지만 우리 집에서 밥에 넣어 먹고 두유도 만들어 먹는 서리태 값을 물어보니 수원보다 비싸서 안 산다.
대로변으로 나왔다. 배오징어 파는 곳이 있다. 나는 오징어 킬러라서 꼭 값을 물어본다. 10마리에 5만 원짜리부터 15만 원짜리까지 다양하다. 시식을 하라고 잘게 잘라서 접시에 조금 내놓았기에 먹어보니 짜지 않고 맛있다. 6만 원짜리를 6만 원에 달라니까 안 된단다. 할인가라서 1천 원, 2천 원도 깎아주기 어렵단다. 그냥 지나온다. 가다가 되돌아간다.
"요즘 마른오징어 값이 비싸서 좀처럼 사 먹기가 쉽지 않아요. 일 저질러야 먹죠."
그러고는 오징어 제일 작은 거 10마리를 5만 원에 산다. 그래도 오징어가 제법 크다. 버스 안에서 냄새날까 봐 봉지를 꼭꼭 묶어서 한 번 더 담아 달라고 한다.
버스 탑승지로 가니 그 옆에서 서리태를 팔고 있다.
"국산이죠?"
"직접 기른 거예요."
1kg에 1만 원이라 수원 전통시장보다 싸다. 현금 주고 사서 배낭에 넣는다.
아우내장터에서 필요한 것을 거의 다 샀다. 술빵을 만들어먹고 싶어서 베 보자기를 보았는데 그건 다이소에서 사면 되겠다. 배도 부르고 특이한 것도 구경하고 장도 푸짐하게 보고 기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