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빵을 먹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이야기를 먹는 시간

천안 여행(4) : 뚜쥬르 빵돌가마마을

by 서순오

<뚜쥬르 빵돌가마마을>은 빵과 빵돌가마가 주제인 마을이다. 빵돌가마는 국내1호라고 하는데, 스페인 돌로 일본 마루비시가 시공했단다. 빵돌가마와 천안 팥을 직접 끓이는 모습, 빵돌가마로 빵을 굽는 원리 같은 것을 볼 수 있게 잘 만들어진 마을이다. 뚜쥬르 과자점, 거북이빵점, 쌀케익, 다양한 케익점, 어린이 베이커리, 카페 등이 있다.


나는 제일 먼저 <뚜쥬르 과자점> 들어가 구경하고 나와서 거북이빵 가게로 간다. 줄이 아주 길다. 나는 처음에 거북이 모양 빵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천연효모로 14시간 느리게 발효해서 탄생한 거북이빵이란다. 사람들이 줄 서는 걸 보면 또 궁금해서 덩달아 줄을 서게 된다. 막 빵이 구워지면 사람들이 들어가서 사는 모양이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빵 맛은 보고 가야지."

한 대여섯 명씩 1차 들어가고, 2차 들어가고, 이런 식으로 기다리다가 나도 3차에 들어간다.

거북이빵 1개에 2,800원이다. 1개, 2개 사는 이들도 있는데, 5개가 쇼핑백에 들어있는 한 세트이다. 그래서 나는 5개를 산다.


막 구워낸 거북이빵 냄새가 고소하게 솔솔 나서 문을 나오면서 1개를 꺼내 먹는다.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이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점심 먹고 바로 와서 배가 너무 부른 데도 맛있는 빵은 술술 잘도 들어간다. 빵 배, 떡 배, 다 따로 있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거북이빵은 단순히 '맛있는 빵'을 넘어서 사서 들고 나오는 순간까지가 경험이다. 따끈한 봉지 들고 나오면서 '하나 먹어볼까?'하고 바로 꺼내 먹고, 결국 길에서 하나 먹고, 그 장면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 빵, 그게 바로 거북이빵이 아닐까?


“거북이빵은 들고 나오는 순간부터 맛있다.”

“집에 가기 전에 이미 하나 사라지는 빵이다.”

“빵 봉지는 포장이 아니라 ‘유혹의 시작’이다.”


천안 팥을 직접 끓이는 곳을 살짝 엿보고, 쌀케익점, 다양한 케익점 등을 들어가 본다. 카페에도 가 보는데 사람이 많아서 앉을자리가 없다. 도로 나와서 바깥 구경을 한다. 빵돌가마마을 자체가 예뻐서 볼만하다. 한쪽에 밀밭이 있다는데, 아직 밀을 안 심어서 아무것도 없다고 해서 거기는 안 가 본다.


돌아보다가 꽤 흥미로운 '뚜쥬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서 들어가 본다. 뚜쥬르는 단순한 빵집이 아니라, 역사와 철학이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이다.


1. "'뚜쥬르'가 '뚜레쥬르'보다 먼저였다"는 진짜 이야기 : 많은 사람들이 이름 때문에 뚜레쥬르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란다. 뚜쥬르(1992년)가 먼저 시작했고, 뚜레쥬르(1997년)는 나중에 등장했단다. 심지어 당시 대기업에서 뚜쥬르를 인수하려고 제안했지만, 창업자가 거절했다고 한다.


2. 상표 논란과 ‘상생’ 선택 : 더 흥미로운 건 그 이후 이야기이다. 뚜레쥬르가 상표를 등록하려고 했지만 '뚜쥬르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단다. 그 후 협의를 통해 뚜쥬르가 상표 사용을 허용해서 뚜레쥬르가 생겨난 거란다. 둘은 경쟁 관계였지만 결국 상생을 택한 것이다.


3. “프랜차이즈 대신 장인 베이커리” : 창업자의 철학도 중요한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일본식 장인 베이커리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대량 프랜차이즈보다 직접 만들고 품질 중심 운영을 선택해서 지금도 전국 체인이 아니라 천안 중심 로컬 브랜드로 남아 있단다.


4. ‘빵돌가마마을’이라는 콘셉트 :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 매장이 아니라 국내 최대 규모 돌가마 베이킹이기 때문이다. 빵집+카페+체험공간이 '마을' 형태로 구성된 테마 공간이다. 쉽게 말해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빵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뚜쥬르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되기보다 장인의 길을 선택해 살아남은 베이커리인 것이다. 철학과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뚜쥬르 빵돌가마마을 돌아보기는 그저 맛있는 빵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이야기를 먹는 시간이었다.


거북이빵은 집에 와서 남편 딱 한 개 주고는 내가 다 먹었다. '전자레인지에 20초 데우라'는 지침대로 했더니 막 구운 빵처럼 따끈하니 맛있다.

"간 김에 다른 빵도 더 사 올걸!"

아쉬움이 남는다.

"<뚜쥬르 과자점>에서 눈독 들이던 마늘바게트도 맛있어 보이던데!"

<뚜쥬르 빵돌가마마을> 이름표와 안내도
빵돌가마 국내1호
빵돌가마와 빵돌가마의 원리 안내
투쥬르 과자점
거북이빵점
거북이빵점 거북이조형물 앞에서
천연효모로 14시간 느리게 발효해서 탄생한 거북이빵
천안쌀 제분소, 천안 팥을 직접 끓임
뚜쥬르 비하인드 스토리
카페
쌀케익점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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