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여행(1) : 단종왕 유배지 청령포
가족과 함께 <왕과 사는 남자> 영화를 보고 단종의 유배지 영월 청령포를 가보기로 한다. <왕과 사는 남자>는 또 한 번 보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단종왕과 엄흥도 등 주인공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엑스트라들도 매력이 있어서 꼼꼼히 보고 싶어서이다. 이 영화 관객수가 1,600만을 기록했다는 인기에 힘입어서 청령포는 여행지 인기 급상승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국 전체 여행 인원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청령포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안 가보면 또 안 되겠다 싶다.
아니나 다를까? 주차장도 차들로 가득 찼고 청령포 들어가는 배 타는 줄도 아주 길다. 거의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배를 탈 수가 있다. 청령포로 가려면 건너야 하는 서강은 폭도 그리 넓지 않고 깊이도 그리 깊어 보이지 않았다.
"겨우 배 두 척으로 관광객들을 1시간씩 기다리게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영월시에 만원을 넣어야겠네. 배 늘려 달라고."
다들 기다리면서 한 마디씩 하지만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괜찮아서 기다릴 만하다. 삼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섬 청령포가 한눈에 들어오고, 부드러운 곡선의 파란 강 위에 배 두 척이 사람을 싣고 오가는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 청령포 뒤쪽으로는 산봉우리들과 산 마루금이 배경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거의 내 순서가 왔을 즈음 청령포와 서강과 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가이드님이 바로 옆에 있어서 부탁을 하니 예쁘게 찍어 주신다.
배는 34명이 탈 수 있다. 맨 앞에서 배를 타면서 안을 찍어서 의자 수를 세어보니 그렇다. 서강을 건너는데 배로는 5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이다.
청령포에 내려서 걸어가다 보니까 사람들이 길 왼쪽에 작은 돌탑을 많이 쌓아 놓았다.
"저 돌탑들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무슨 소원이 담겨 있을까?"
탑을 쌓을 때는 주로 소원을 빌면서 쌓기 때문에 궁금해진다.
"단종 같이 억울한 왕이 없는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을까?"
물론 나는 기독교인이어서 탑 쌓는 일도 소원을 비는 일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걸으면서 기도를 드린다.
"부디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일할 올바른 지도자를 잘 뽑아서 대대손손 살기 좋은 나라, 최강국으로 가는 나라가 되게 해 주세요."
청령포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서 읽어본다.
♡단종이 머무르던 곳 청령포♡
청령포는 서강이라는 하천이 구불구불 흐르면서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과 같은 곡류(사행천)가 발달한 지역으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50호로 지정되어 있다. 하천이 곡류하게 되면 곡류하는 안쪽은 물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고, 반대로 바깥쪽은 빨라져서, 안쪽에는 자갈이나 모래가 쌓이고, 반대로 바깥쪽은 하천변이 깎여 말발굽 모양(\Omega)의 물길이 발달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말발굽 모양의 물길은 더욱 심하게 구부러지고, 마침내 잘록한 부분이 끊어지면서 하천은 직선으로 흐르면서 주변에는 곡류가 잘린 구부러진 물길이 그대로 남게 되는데 이를 '구하도'라 한다. 청령포 앞에는 과거 서강이 크게 구부러져 흘렀던 방절리 구하도가 있다. 방절리 구하도는 과거 경작지로 이용되었으나 현재는 공원으로 조성되었으며, 국내에서 대규모의 구하도 형태를 볼 수 있는 자연학습장소이다. 영월 청령포는 어린 나이에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유배지로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같이 형성된 곳이다.
관음송이 하늘로 쭉쭉 뻗은 솔숲길을 걸어 단종어소로 간다. 초가집 한 채와 기와집 한 채가 있다. 담장 위로 휘어진 나무가 꼭 안을 들여다보며 단종왕의 안위를 살폈을 듯한데, 그래서 그런지 <엄흥도 나무>라고 불린단다. 집안은 들여다볼 수 없게 모두 다 닫혀 있어서 열어보는 사람이 없다.
<단종어가 낙성고유축문>이라는 안내가 있어서 담아본다. 홍수로 떠내려가서 다시 지은 단종어소를 기리며 <왕과 사는 남자>가 <왕과 사는 영월>이 되기를 비는 내용이다.
♡단종어가 낙성고유축문♡
경진년 2월(2000년 4월 6일)
영월군수 김태영 삼가 고하나이다.
단종대왕이시여
나라의 운이 크게 돌아와 영월의 상서로운 복이 오도다
신위를 봉안하여 지성으로 예를 행합니다
대왕께서 돌아가신 후 어가를 돌보지 못하다가
군민의 총의를 모아 금일에야 낙성하게 되었으니
슬픈 마음 이길 길 없고 신민 된 충정 부족함을 진실로 뉘우칩니다
4천만 국민 모두가 대왕의 외로운 혼을 슬퍼하고 슬퍼합니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흐르는 눈물을 금할 길 없습니다
비록 하늘 저편에 계시나 못된들이 숭앙하고 있습니다
어가를 복원함이 너무나 늦은 느낌이 있으나
이제 청령포 옛 어가에 다시는 지난날과 같이 어지러움 없을 것이며
평안하게 강림하여 백성들의 추앙함을 받으소서
엎드려 비옵건대
존령이시 여 흠향하시고
더욱 우리를 비호하여 주시고 영월을 평안케 하여 주소서
이에 감히 고유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단종왕의 슬픔을 보고 들었다'는 이름을 가진 '관음송' 숲을 지나 노산대로 올라간다. 단종왕이 한양을 바라보며 슬픔을 달랬다는 '노산대'는 울퉁불퉁한 커다란 바위가 놓여있다. 노산대에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청령포를 빙 둘러서 나가는 서강이 내려다 보인다.
단종어소를 보호하기 위해 300보 이상 접근을 금지한다는 '금표비'를 담고, 단종어소 다시 들러 한번 더 눈 맞춘다. 조금 넓게 쌓인 돌탑을 담고 다시 배를 타고 청령포를 나간다. 이 땅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하늘이 굽어 살펴서 죽음 이후 새로운 세상에서는 가장 좋은 자리에 앉혀서 영원토록 잘 살게 한다는 게 기독교 신앙인데 부디 단종왕과 엄흥도가 그리 살기를 기원해 본다. 아니 후대의 사람들이 단종왕과 엄흥도를 기억하고 이렇게 일부러 찾아와서 기리는 것이 곧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집결지는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랑 천상재회>라는 동상 앞이어서 기념사진 남기고, 지자체 지원 여행상품이라 벽화 앞에서 단체사진도 남기고 버스에 탑승한다.
서강 둔덕에서 플리마켓도 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가볼 시간은 없다. 개인적으로 와야 여유 있게 이것저것 돌아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