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만 남은 충의공기념관에서 충절의 길을 생각하다

영월 여행(2) : 서부시장+관풍원+충의공엄흥도기념관

by 서순오

월 서부시장 주차장에 내려 시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가게마다 온통 전을 부치는 풍경이다. 나는 안으로 쑥 들어가서 판을 벌여놓고 부침개를 부치는 아주머니들을 둘러본다. 순대를 벌여놓고 파는 곳도 있다.


영월은 올챙이국수와 메밀전, 수수부꾸미 등 전종류가 특산품이라고 한다. 다른 것을 먹을래도 마땅한 식당이 눈에 안 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점심식사를 하려는데 초입에는 사람들 줄이 아주 길다. 한참 기다렸다가 나는 혼자라서 같은 여행사로 온 여자분 둘과 한 테이블에 앉는다. 그분들이 모둠전1(특)을 시키기에 고루 조금씩 맛을 보고, 나는 올챙이국수와 수수부꾸미만 1개 주문해서 먹는다. 올챙이국수는 영월 특산품이라고는 하나 맛이 밍밍했고 수수부꾸미는 팥소가 가득 들어 있어서 먹고 난 뒤까지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모둠전을 시킬걸.'

속으로 후회를 한다. 그렇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올 때 모둠전을 포장해 온다.


그때 가이드님한테서 문자가 들어온다.

"점심식사 맛있게 하시고 관풍헌 들렀다 오세요."

집에서 나와서 여기저기 가겟집에 물어보니 잘 모른다. 한 집에서는 아주머니가 나와서 다른 집에 물어봐주기까지 한다.

"저기로 나가서 왼쪽으로 가다 보면 니와요."

그런데 한참 걸었는 데도 아무것도 없다.


네거리에 오자 초등학생 남자애 둘이 건물 계단에 서 있는데 한 아이는 누구랑 통화를 하고, 한 아이는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관풍헌이 어디예요?"

내가 물으니까 기다리는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통화하던 아이가 귀에 댄 핸드폰을 내리면서 계단 아래로 내려온다.

"엄마, 잠깐만!"

그러고는 나에게 아주 상세하게 관풍헌을 알려준다.

"길 건너서 쭉 가시면 건너편에 기와집 있고요. 거기가 관풍헌이에요."

"길을 두 번 건너는 거네."

"맞아요."

"고마워!"

한참 걸어가니 관풍헌이 나온다. 청령포 단종어가가 홍수가 나서 물에 떠밀려 갔을 때 이곳으로 피신을 와서 두 달 정도 머문 곳이라고 한다.


관풍헌 안에는 단체관광객들이 그 앞을 점유하고 앉아 있고 앞에서는 해설사인 듯한 남자분이 마이크까지 대고 설명을 하고 있다. 나는 가까이 가지 않고 멀찍이 서서 전체 풍경을 담는다.


조금 있으니까 우리 가이드님이 관풍헌 대문 안으로 들어오신다. 함께 이야기 나누며 살펴보고 있는데 대문 옆에서 관광안내 리플릿을 나눠주고 있는 여자 안내원이 끼어들어서 관풍헌 설명을 해주신다.


이곳이 원래 오대산 월정사 소유였다고 한다. 관풍헌은 임시 객사인데 단종이 청령포가 홍수가 나서 잠겼을 때 이곳에 와서 살았다고 한다. 일자형 건물은 맨 오른쪽이 단종왕이 거하는 곳이고, 가운데가 약사헌으로 암행어사나 궁에서 소식을 전할 때 사람이 오면 쓰던 장소이고, 왼쪽은 음식 등을 조리하는 부엌 같은 곳이라고 한다.


커다란 마당 한쪽 모서리 쪽에 정자가 있어서 가보니 안내판에 '자규루(매죽루)'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단종왕이 자주 올라 자규가를 읊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자규가 >

자규 자규야 우지 마라

네 울음에 내 설움 더하노라

귀촉도 귀촉도 돌아간다 하니

나는 어느 곳에 돌아갈꼬

청령포 깊은 밤에 홀로 앉아

피눈물로 세월을 보내노라

(한글 직역)

자규 자규야 울지 마라

네 울음 때문에 내 슬픔이 더해진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울지만

나는 어디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청령포 깊은 밤에 홀로 앉아

피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단종왕은 돌아갈 곳이 없는 외로움과 슬픔과 고독을 자규(두견새)의 울음에 빗대어 노래했다.


서부시장주차장으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왕 노산군에 대한 충절의 표상으로 나오는 엄흥도 기념관으로 이동한다. <충의공엄흥도기념관>이라는 이름표가 있다.


엄흥도가 단종왕의 시신을 거두는 장면이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충절의 상>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기념관 같은 거는 없고 빈터만 남아 있다. 2021년에 기념관에 불이 나서 엄흥도 초상화 등 기념물들이 다 불에 탔다고 한다. 문중이 관리하던 곳이라 재정 때문에 다시 건립을 못하고 있는 상태란다.


충절의 이야기가 돌비로 세워져 있는 충절의 길을 지나간다. 뒤쪽으로는 솔숲이 울창하다. 한 바퀴 산책하고 나온다. 능말생태숲산책로 데크길도 이곳과 연결되어 잘 조성되어 있어서 걸으면 좋을 듯하다. 나는 살짝 걸어보고 돌아온다. 어서 속히 <충의공엄흥도기념관>이 다시 세워지기를 기원드린다. 후세대에 충절을 가르치려면 이렇게 귀한 곳을 잘 복원하여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서부시장 주차장
영월 <서부시장> 풍경
<서부시장>에서 점심식사
단종왕 임시 객사 <관풍헌>
<관풍헌> 안내도
<자규루>
<충의공엄흥도기념관 >이름표와 건립취지문
<충절의 상>에서
불에 타서 빈 터만 남은 <충의공엄흥도기념관>
충절의 길
솔숲에서
능말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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