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고 화려한 도자기들과 평화를 생각하며 걷는 길

김천여행(1) : 김천도자기박물관+사명대사공원+평화의 탑

by 서순오

김천여행의 첫 번째 코스는 원래 천년고찰 직지사인데, 나는 절을 잘 안 보는 편이라서 근처에 있는 김천도자기박물관과 김천시립미술관을 가보기로 한다. 나는 박물관 돌아보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마침 둘 다 직지사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쉽게 갈 수가 있다.


먼저 김천도자기박물관으로 간다. 밖에 커다란 도자기 조형물이 있어서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안으로 들어간다. 입장료가 있지만 국가유공자, 장애인, 경로(65세 이상) 등 우대가 있는 사람은 무료이다.


1층 한 층에만 전시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 도자기뿐만 아니라 유럽의 도자기, 중국의 도자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도자기는 청자, 백자, 문양을 새긴 것들, 유리로 만든 크리스털 등이 있는데 아주 섬세하기도 하고 투박하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하다.


우리나라 도자기 중 백자로 만든 달항아리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는 데도 유약을 발라 빛이 나게 했는데 마치 달이 빛을 내듯이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다. 아주 가까이에서 달을 보듯이 달항아리 위에 내 모습을 애써 투영해보기도 한다. 달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우리 민족의 순수함과 착함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유럽의 도자기들은 화려하다. 도자기 안에 큐피드와 성모 등도 새겨 넣었다. 그리스로마신화나 성경 속 인물들을 그림으로 넣은 것이다. 매일 쓰는 도자기이지만 그 안에 정신적인 가치를 나타내려고 한 것 같다.


우리나라나 중국은 산수풍경이나 새, 물고기, 꽃 등 자연물을 그려 넣었다. 유럽에 비해 동양에서는 사람이 만들어낸 정신적인 유산물에 앞서서 자연 그대로의 세계를 담으려 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동양의 도자기들은 유럽 도자기들의 화려함에 비해 조금 더 순하고 꾸밈이 없고 부드럽다.


크리스털은 가장 빛이 난다. 그 어떤 색도 칠하지 않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었지만 눈이 부시다. 마치 하얀 무채색의 화려함이라고나 할까?


김천도자기박물관 밖으로 나오니 돌비가 있어서 들여다본다. '몽향 최석재 선생 세계언론자유영웅 50인 선정 기념비'라고 쓰여 있다. 읽어보니 바른말 언론인으로 평생 살다 간 최석재 선생을 기리기 위한 비석이다.


김천시립미술관 가는 길에 돌담에 철쭉이 아주 예쁘다. 김천시립미술관은 무료라는데 오늘 문을 안 열었다. 희한하게도 개방 시간을 보니 19시 30분부터 21시 30분까지이다. 시립박물관이 이렇게 밤에만 문을 여는 경우는 처음 본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야간개장을 하면 미디어아트나 야경 등 더 특별한 전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쉽지만 그냥 사명대사공원 쪽으로 간다. 멀리서 보아도 커다란 탑이 한눈에 들어오기에 천천히 걸어서 간다. 공원에는 김천의 명소들이 사진과 함께 안내판으로 전시되어 있다. 연화지 벚꽃, 난함산 둘레길, 수도산 인현왕후길, 황악산 둘레길 등이다.


공원에는 사과꽃, 개나리, 자두꽃, 밥태기꽃이 예쁘게 피어 있고 커다란 물레방아와 <화합의 길>이라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조형물 위쪽에 날개를 펼치고 있는 새(기러기)는 '화합'과 '평화'의 메신저를 상징하고, 새 아래의 황금빛 구름과 물결 곡선들은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흐름을 표현하고, ​세 개의 구(Ball) 조형물 몸체에 박힌 은색 구슬들은 김천의 맑은 정기와 화합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조형물은 김천시립박물관에서 평화의 탑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있는데 김천의 유구한 역사와 새로운 천 년을 향한 희망을 담아 설치된 상징물이란다.


​사명대사공원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아주 커다랗고 웅장한 <평화의 탑>이다. 이 탑은 사명대사공원의 상징이며, 그 앞에 자리 잡은 연못은 '사명지'이다.


<평화의 탑>은 ​ 높이 약 41.2m에 달하는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5층 목탑이다. 외관은 전통 목탑 형식을 따르면서도 내부에는 탑과 사명대사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밤이 되면 탑 전체에 조명이 들어와 연못에 비치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다.


<​사명지(연못)><평화의 탑> 바로 앞에 위치하여 탑의 반영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계절에 따라 연잎이나 수변 식물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평화의 탑> 주변으로는 한옥들과 <북암루>가 배치되어 있다. 북암루에 들어가서 철쭉이 핀 길을 바라보니 아주 운치가 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철쭉이 피어 있던데 이 산이 '황악산'이라고 한다. 100대 명산 찍을 때 올랐던 기억이 있어서 기록을 찾아보니 2022년 6월에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북암리는 '북쪽 산을 바라보고 있는 누각'이라는 뜻인데 바로 황악산을 바라보고 있는 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둥글게 걸으면서 물레방아, 평화의 탑, 사명지 등에서 사진을 남긴다.​ 안개 낀 산을 배경으로 한 평화의 탑과 사명지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차분하고 멋지다.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 좋다.


그 외에도 "누구보다 가장 밝게 빛날 [나(너)]를 응원해" 포토존과 김천의 캐릭터 반달곰, 항아리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많이 있다.

철쭉이 곱게 핀 황악산 둘레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생각한다.

"오늘 같은 전쟁과 불화합의 시대에는 꼭 걸어보아야 할 길이 아닐까? 누구나 다 자기만 옳다고 하면서 상대방을 파괴하고 차지하려는 사고방식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모두가 함께 돕고 화합하여 평화를 만들고 서로 멋들어지게 어우러져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아마도 그것이 그리 쉽지 않기에 저렇듯 거대한 <평화의 탑>을 만들어 염원하고 있는 것이리라. 세계 가운데 속히 평화가 오기를 기도드려 본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직지사 근처 식당가로 간다. 가이드님이 여기는 식당에서 1인분씩은 잘 안 판다며 오늘 혼자 오신 분이 16명이나 되니 개인톡을 하란다. 몇 명이 되든 예약을 해주시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산채비빔밥으로 주문을 해둔다. 혼자 오신 분들과 세 사람이 함께 앉아 식사를 한다. 이분들도 나랑 같은 걸 주문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 주변 노점에서 장을 본다. 한분이 더덕을 사기에 나는 말린 고사리와 깐 더덕을 산다. 더덕 깔려면 힘이 들고, 또 우리는 남편과 나, 두 식구니까 양이 조금 적어도 괜찮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게 항상 문제가 된다. 싸다고 많이 사 오면 한번 해 먹고 남은 거는 금방 안 해 먹어서 버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 요즘 일교차가 커서 기침, 가래에 좋다는 더덕구이를 얼큰하게 해서 돼지고기 삶아서 보쌈과 함께 먹으니 아주 맛이 있다. 잘 사 왔다.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
김천도자기박물관 도자기 장식물 앞에서
도자기에 대한 안내
우리나라 도자기들
유럽의 화려한 도자기들
크리스털
<몽향 최석재 선생 세계자유언론인 50인 선정 기념비>
김천시립미술관 가는 길 돌담과 철쭉
<사명대사공원> 사과꽃, 개나리꽃과 조팝나무꽃
<화합의 길> 조형물과 <평화의 탑>, 커다란 물레방아와 분수
<평화의 탑>과 <사명지>, <북암루>
<평화의 탑> 앞에서
"누구보다 빛날 [나(너)]를 응원해"
황악산 둘레길 만개한 철쭉, 항아리 장식
2022년 6월 황악산 정상에서 찍은 내 사진으로 AI가 만들어준 지브리풍 사진
<한성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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