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속에는 직원들의 속마음이 항상 녹아있다. 특히 재미있는 건 말투와 이모티콘에 숨겨진 미묘한 뉘앙스다. 말투 하나, 이모티콘 하나에도 그 사람의 상태와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오늘은 내가 느낀 '사내 메신저 심리 분석 노하우'를 공유해볼까 한다.
일할 때 나는 슬랙을 즐겨 쓴다.
나는 우리 회사 슬랙을 보면서 이 사람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혹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나 궁금해하는 편이다. 생산성이 달려있는 부분이다보니 마냥 에너지를 허비하는 것은 아니다...
첫번째로 눈에 띄는 건 답장 속도와 에너지다.
메시지를 보내고 상대방의 답장이 오는 시간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부터 업무 스타일까지 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알림음이 울리자마자 "확인했습니다✨" 하고 답장하는 즉시 답장러가 있는가 하면, "앗... 죄송합니다 이제 봤네요 ㅠㅠ" 하며 영원히 답장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무한 대기조도 있다.
또한 "네넵!"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답장을 보내는 신입이 있는가 하면, "넵..."하고 말줄임표로 속마음을 표현하는 선배도 있다. 특히 이 말줄임표는 개수가 많아질수록 그 사람의 속마음이 복잡하다는 걸 의미한다. 야근이 확정된 날 팀장님의 추가 업무 요청에 달리는 "넵........"을 보면 말줄임표만으로도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슬랙에서는 이모티콘도 남발된다.
특히 신입들은 - 뭐든 긍정적이고 밝은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업무 요청에도 "네넵!" 하며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가끔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면 7~10년 차 이상의 베테랑들은 이모티콘을 거의 쓰지 않는다. 쓰더라도 따봉 하나로 끝낸다. 대신 말투나 맥락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능숙하다. "알겠습니다 :)"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면 실제로는 웃고 있지 않을 확률이 90%다.
회사 메신저는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감정과 관계,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작은 사회다. 기왕 같이 하는 일이라면, 밝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사람에게 한번 더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