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와 같다면 좋겠다

마음, 그 무게의 차이

by 연 Yeon

나의 그녀는 지치지도 않나 보다.

답을 못 받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주제를 물고 다시 나타난다. 마치 강아지 같다.


오늘도 휴대폰 화면에 뜬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멈칫, 하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왜 전화를 받을 수 없었을까? 기다리던 연락인데?

그녀는 내가 끊임없이 연락해 주길 대놓고 바란 적이 없다. 이상한 주제들로 말을 자주 걸뿐이다.

내 답장이 빠르거나 유쾌하거나 한 것이 아닐 텐데도 왜 연락을 쉼 없이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처지.


문자로 연락한다는 게 나에겐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 지어낸 텍스트로는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가벼운 사람인 걸까?

내게 연락을 매일매일 던질 만큼, 나는 그녀에게 그런 가벼운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불현듯 회의감과 자괴감이 든다.


가벼운 사람이고 싶지 않다.

그녀가 나를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대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화도 받을 수 없었다.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가 까불거리며 나타난다면, 굉장히 씁쓸할 것이다.

중요한 일이면 연락을 다시 해오겠지.


신경이 쓰인다.

나도 그녀가 대하는, 편한 동료 중 한 명이 된 건가. 하긴 그녀가 나처럼 진지해질 순 없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패배감마저 든다.

나 혼자 심각해지고 무게를 잡아도, 결국 나는 그녀에게 거리낄 것 없는 동료 1일뿐이라는 것이 쓰라리다.

동료 2, 3, 4 중의 한 사람, 뭐 그 정도.


그녀에게서 다시 연락은 없다.

역시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가벼운 주제였나 보다.

이렇게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1회성으로 그친 그녀의 전화가 퍽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그래도, 한 번 더 다시 전화해 주면 받을 텐데….

하고 나는 또 생각만 할 뿐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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