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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Feb 22. 2022

옛날 책을 읽다 - 팩트풀니스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저자 :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번역 : 이창신

출판사 : 김영사, 출판일 : 2019년 3월


간단한 책의 개요는 이렇다. “통계 없는 사고는 곧 편향이고 숫자의 확인 없는 믿음은 곧 미신이다.”

따져보면 내 머릿속 공상과 세계의 실제가 동일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70억 명의 공상이 70억 개의 진실과 부합하는 일이 애당초 가당 키나 한가.  


지난해 읽었던 책 중 단연 최고는 의외로 사회통계분야의 것인데 작가 한스 로슬링은 통계를 통해 세계를 분류하고 사회를 분석해 편향을 띄는 독자라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객관적이고 건조한 ‘숫자’에서 도출된 결과는 오히려 파괴적이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복잡함과 왜곡으로 점철된 사건, 현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고 명료했다. 사실을 정확히 보는데 장애가 되는 인간의 본능들이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책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내 범주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수는 이 끝과 저 끝의 중간에 몰려있다.


나는 균형 잡힌 사고를 지향하고 자기 비평을 하는 편, 게다가 명상까지 주기적으로 하니 내가 가진 믿음이 적어도 ‘평균 이상’ 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셀프 확신의 허접함을 적나라히 보여준 사례가 최근 주식 급락 시황 중의 뇌동매매였다. 그 많은 투자철학, 원칙, 다짐은 몇 번의 시장 출렁임에 산산이 -그렇게도 쉽게- 무너지고, 비로소 정신을 가다듬으니 계좌는 다이어트를 성공한 아가씨의 허리춤마냥 홀쭉해져 있었다. 


사실 나(후배)도 선배의 최근 주식 거래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실행하기 전 준비를 많이 하고, 신중한 성격이라 주식 투자도 그런 방식으로 할 줄 알았으나 웬걸 포트폴리오에 있는 많은 종목이 리스크가 크고, 트랜디한 종목이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선배가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유튜브에 난립하고 있는 편향되고, 검증되지 않는 정보들이 선배의 머릿속을 흔들어 놓지 않았을까 한다. 


고민은:  이건 삶의 많은 이벤트 중 하나일 뿐이니 내가 어떻게 나를 믿을 수 있을까? 나는 사실 ‘평균 이하’의 일인이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문하고 대답을 유보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곰곰이 보면 나는 편한 ‘어림 계산’에 익숙하고 꼭 필요한 계산과 사실 확인은 이런저런 핑계로 피하는, 편한 것을 선호하는 축이다.

 

이것은 에너지를 적게 쓰려는 뇌의 본능 때문인 것 같다. 편하고, 단순한 것을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경험상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루틴을 만들고, 습관화하는 것뿐이다. 책에는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다수의 시민들은 나와 같은 생각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사실 확인은 너무나 귀찮은 일이다), 다수가 편한 대로 편향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갈수록 양극으로 갈리는 정치편향일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중간에 있다. 
확증편향과 갈라 치기는 최근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 그리고, 이것의 주된 원인은 인터넷, SNS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인터넷, SNS에서 개인이 누군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정보를 선택하고 취득한다고 하지만, 자본가의 의도가 담긴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된 정보를 우리는 자연스럽고, 반강제적으로 접하고 있다. 내가 자주 본 기사의 논조를 알고리즘이 알아내고, 그런 기사만을 노출하거나 자극적이고, 시선을 끄는 기사와 광고를 의도적으로 상위에 배치하여 클릭을 유도하기도 한다.


균형 잡힌 시각은 결코 편하게 오지 않는다. 통찰은 치열한 관찰과 부지런함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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