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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Feb 12. 2022

빵을 살 겸 아침 산책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꽤 오랫동안 방치된 공사장 주변에 이렇게 틈이 보인다. 여기서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 번째 부류는 이 틈을 그냥 지나친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틈을 보았지만 아무런 호기심과 궁금증 없이 이 길을 지나치거나 혹은 다른 생각을 하느라 이 틈을 인식하지 조차 못한다. 두 번째 부류는 이 틈에 호기심을 갖는다. 이 틈 너머에 뭐가 있을까 너무나 궁금해서 빨리 식빵을 사서 아침을 준비해야 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다가간다.  

저 너머에 뭐가 있을까? 왜 저 넓은 공터가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거지. 혹시 홈리스라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기 보이는 저 흰색 물체는 뭐지. 잠깐만 뭐가 적혀있는 것 같은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몸과 마음은 틈과 틈 너머로 자석처럼 끌려간다. 아내의 잔소리가 잠깐 걱정됐지만 이미 식빵은 저 멀리로 가버렸다. 아 너무나 궁금해. 좀 더 가까이 가 볼까.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조용히 틈 안을 응시한다.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손에 식은땀이 난다. 


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내가 생각한 그런 것은 없었다. 지저분한 낙엽과 쓰레기, 미세먼지를 뚫고 희미하게 보이는 회색 건물들만 시야에 들어왔다. 쳇 아무것도 없잖아. 난 식빵이 다 팔리기 전에 서둘러 빵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혹시.. 혹시 말이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이러다가 세상에 나온 건 아닐까? 확신하건대 틈을 그냥 지나치는 부류는 절대 작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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