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이공키로미터 Apr 17. 2022

비밀의 방

동네에 꽤 큰 헬스장이 있다. 다른 헬스장에 비해 넓고, 깨끗한 데다가 헬스 장비도 많아서 동네에서는 제법 입소문이 좋은 곳이다. 헬스뿐만 아니라 골프, 필라테스, 줌바 같은 다양한 수업도 운영하고 있어서 나와 아내는 이곳에서 몇 년 동안 운동을 하고 있다. 난 주로 골프 연습을 아내는 필라테스를 하는데, 한주에 두세 번은 꼭꼭 다니고 있다.

어느 날이었다. 골프 연습을 마치고, 아내가 필라테스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라테스 연습실 옆에 있는 작은 방이 하나 있는데 운동을 막 마쳤는지 운동복이 흠뻑 젖은 남자가 주의를 쓰윽 둘러본 뒤 조용히 그 방에 들어갔다. 곧이어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은 어떤 여자가 후다닥 방에서 나왔다. 도대체 저 방은 뭐하는 곳이지. 필라테스 개인 교습하는 방인가 뭐지 하는데 아내가 나를 불렀다.


주말 아침, 간단히 스트레칭도 하고, 샤워도 할 겸 헬스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헬스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나는 길고 여유롭게 운동을 즐겼다. 물을 마시며 잠시 쉬는데, 눈에 띄게 아름다운 여자가 조용히 그 수상한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곧이어 허리가 굽고 흰머리로 뒤덮인 어떤 노인이 그 방으로 연달아 들어갔다. 도대체 뭐지. 난 침을 꿀꺽 삼키고, 그 방 가까이로 갔다. 무슨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문에 귀를 가까이 대는 바로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이쿠"

"아, 죄송합니다. 문 앞에 누가 계신지 몰랐네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에서 나온 사람은 전에 나에게 PT를 해준 트레이너였다.


"아, 태규 트레이너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네, 회원님. 주말 아침인데, 운동 나오셨나 보네요."

"네, 그런데 트레이너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잠깐 저쪽에서 얘기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태규 트레이너에게 들은 그 방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는 했으나 믿기지 않았다.


이 헬스장의 주인은 대체의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노화를 늦추는 것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시도들을 했는데, 그 방에서 어떤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운동 치료와 젊은 사람들의 호르몬을 이용해 노화를 늦추는 실험인데, 자세한 건 말해 주기 어렵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고, 운동을 마치고 나가던 중 시선이 문득 그 방에 머물렀다. 요전에 본 그 노인이 방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꼿꼿하게 등을 쭉 펴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How to 명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