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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May 01. 2022

유튜브가 지배하는 세상

요즘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유튜브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컨텐츠에다가 덤으로 내 취향을 고려한 음악이나 영상까지 친절히 추천해줘서 남는 시간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최근에 우연히 개콘 출신의 코메디언이 하는 유튜브 채널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았는데, 전통 매체가 다루지 못하는 소재의 다양성이 주는 파격과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광고를 보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료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전통 매체는 유튜브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유튜브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내가 뭘 본 건지 잠시 생각해보지만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 몇 시간을 즐겁게 본 것 같은데, 남는 것이 없다.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책을 한 권 읽고 난 다음의 그런 여운이 유튜브에서는 남지 않는다. 게다가 내 의지로 컨텐츠를 찾아서 봤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위대한 구글의 알고리즘이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찾아내 권해준 컨텐츠들일 것이다. 아니면 40대 중년 남성을 타겟으로 하는 광고주가 원해서 그 컨텐츠를 봤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tv를 켜면 제일 먼저 유튜브를 들어간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채널을 능숙하게 찾는다. 외국인이 만든 로블록스 게임 공략법을 찾아서 보고, 일반인이 만든 아이들에게 아주 정확하게 타겟팅된 예능 채널을 본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유머 일번지, 주말의 명화는 KBS, MBC가 아닌 유튜브에 있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거실에서 아이들이 tv를 보고 있다. 작은 녀석을 tv로 유튜브를, 큰 녀석은 본인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 "얘들아. 유튜브 그만보고, 책이라도 좀 읽으렴." 이렇게 말은 했지만, 나 역시 씻고, 식사를 한 뒤 내 방에서 역시 주식투자 관련한 유튜브를 볼 것이다. 그래도, 오늘만은 몇 주 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무라카미 류의 책을 꼭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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