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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May 22. 2022

메타버스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런데이(Runday), 스태픈(Stepn)

법륜스님은 메타버스에 대한 질문에 답 ( https://www.jungto.org/pomnyun/view/83718 )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몸은 같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지만 정신작용은 각자의 가상현실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다"고. 그렇다. 현실에서 개개인의 생각과 가치관은 모두 다르고, 우리는 이미 자신이 구축한 메타버스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기술은 그것을 구체화시키고, 언론은 그것이 새로운 것인 양 부풀이고, 시장은 그것을 개인에게 돈을 받고 판다.


법륜 스님 글의 감동이 희미 해질 즈음 우연히 메타버스와 현실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계기는 달리기였다. 주위 사람들 여럿이 이구동성으로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고 하길래 속는 셈 치고 달리기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준비를 시작했다. 러닝화를 사고, 달리는 법도 배우고,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유튜버가 추천해 준 스케쳐스 러닝화, ABC마트에서 55,000원에 구입

유튜브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어떤 신발을 사야 하는지, 양말과 속옷은 어떤 재질을 골라야 하는지. 뛰기 전 어떤 준비를, 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유투버가 신발만큼 앱이 중요하다며, 핸드폰에 아래 앱을 꼭 깔라고 했고, 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정말 훌륭한 앱이다. 게다가 무료!

런데이앱이 알려주는 데로 며칠 동안 달리기를 했다. 런데이앱의 코치는 시작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가이드해주었다. 지칠 것 같으면 격려해주고, 중간중간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난 몸에 무리가지 않고 상쾌한 기분으로 운동을 이어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험한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에게 'STEPN'이란 어플을 소개시켜 준다. 걷고 뛰면서 돈도 버는 앱이란 자극적인 문구로 말이다. 마켓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STEPN은 즐거운 게임과 관계성을 제공하는  Web3 런닝앱입니다. 사용자는 NFT 운동화를 구비하고, 야외에서 걷거나 뛰면서 GST 코인과 NFT 아이템을 모을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이왕 뛰는 거 뛰면서 돈이나 벌어보자고 덜컥 STEPN을 설치했다. 이후 과정은 꽤 고단했다. 추천을 통한 가입은 번거로웠고, 국내외 코인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사서 입금을 하고, 적절한 신발을 사기까지 근 한 주일은 이 일에만 신경 쓴 듯싶다.

가입, 운동화 구매, 채굴까지 꽤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난 뛰기 전 두 개의 앱을 켠다. RUNDAY의 코치는 적절한 러닝 방법과 순간순간의 가이드를 제공한다. STEPN은 뛰는 동안 실물의 돈으로 환산되는 코인을 채굴한다. 동시에 난 공원을 열심히 뛴다. 공원을 달리는 현실의 나와 STEPN에서 채굴을 하는 나, RUNDAY의 코칭을 받는 나는 하나지만 그들은 모두 다른 공간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세계는 남들과 공유되지 않고 오직 나만 인지할 수 있다. 뛰는 나는 하나지만, 다른 내가 파편화된 가상세계 속에 들어가 동시에 다른 일을 한다. 메타버스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내가 산 가상 운동화, 무려 11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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