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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Jul 11. 2022

태국 이야기

저번 글에서 동남아 국가를 소재로 글을 썼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인 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 이번에는 태국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한다. 태국은 내가 처음으로 간 해외 여행지이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장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이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해변, 저렴한 호텔과 친절한 사람들, 귀를 나른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태국어와 몸을 노곤하게 만드는 마사지까지..태국의 매력은 정말 다양하다.

처음 태국에 간 건 대학교 졸업을 앞둔 4학년 말이었다. 졸업하기 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려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는데, 돈은 얼마 모이지 않았고, 비행기표와 경비를 따져보니 갈 수 있는 곳이 딱 태국이었다. 여차여차해서 도착한 곳은 태국의 수도 방콕이다. 며칠 동안 방콕의 화려한 밤을 즐기고, 우연히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친구들을 사궈 다 함께 나이트버스를 타고 남쪽의 피피섬도 갔다. 다시 북쪽으로 올라와 신시티인 파타야에도 며칠 머물렀다. 이때 먹고, 경험하고, 즐긴 것들은 그간 단조로운 삶을 살던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마치 맵고 신 향신료로 가득 찬 뽐얌꿍 수프를 몸으로 들이마셨다고 할까. 


이후 나는 틈만 나면 짐을 꾸려 태국으로 떠났다. 태국 동쪽의 코팡안섬에서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따고, 코사무이섬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려 섬의 이곳저곳을 누볐다.(푸껫에서는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급하게 한국으로 귀국한 적도 있다. 오토바이는 역시 위험합니다.)  아내와 카오산 로드의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잡아, 배낭여행객처럼 지내보기도 하고, 가족들과의 여름휴가 일 순위는 늘 태국이었다. 이 글을 함께 쓰고 있는 선배와 푸켓의 창문도 없는 숙소에 묵으며 길거리 음식을 즐기기도 했고, 북쪽의 치앙마이에서 함께 맛난 커피를 즐기고, 코끼리에게 진흙 목욕을 시켜준 적도 있다.  

태국은 일상에서 전혀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다.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닷속에 들어가 섬의 밑바닥과 작은 상어를 볼 수 있는 곳. 늙은 게이가 고단한 일을 마치고, 힘겹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학대받아 상처가 많은 코끼리들에게 음식을 주고, 조심스럽게 그 상처에 보듬아 줄 수 있는 곳.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곳. 현실이지만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할 것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그런 곳이 태국이 아닌가 한다. 한편, 태국은 모순으로 가득 찬 곳이다. 모두 신실하게 종교를 믿지만 욕망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새벽에는 탁발하는 스님을 볼 수 있지만 밤이 되면 도시는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사람들의 눈빛은 요염하고, 붉게 변한다. 한없이 친절해 보이는 그들이지만, 무에타이 경기장에서 그들의 눈빛은 날카롭고 잔인해 보인다. 세계에서 손꼽힐만큼 아름다운 바다인 시밀란군도에서 만난 현지인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수십 년 동안 이곳에서 여행객들을 나르다 보니 이 바다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내가 본 그 아름다운 바다가 그들에게는 신도림역 지하철과 같은 것이었다. 머리숱이 좀 더 풍성할 때 내게 태국은 늘 'Fun 태국 Amaizing 태국'이었고, 그 외 다른 시각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오로지 내가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뿐이었다. 사실과 진실의 이면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재잘대고 싶어 꾸물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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