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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Dec 24. 2022

브런치, 일 년을 회고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금요일. 추운 날씨 탓에 거리는 한산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긴 연휴를 앞두고, 집에 일찍 들어가기는 아쉽다. 나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집방향과 반대인 열차를 탄다. 두툼한 코트와 따뜻해 보이는 목도리를 두른 들뜬 표정의 사람들을 뚫고 책과 음악으로 가득 찬 그곳으로 향한다.

“아트라이브러리”라는 거만한 이름에 어울리는 묵직해 보이는 책장에는 평소 구해보기 어려운 책이 가득하고, 멋진 조명등은 커다란 책상에 따뜻한 빛의 무늬를 만든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은 누군가 고심한 선곡이 분명하다. 너무 시끄럽지도, 너무 신나지도 않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곡들만 이어진다.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이곳은 나를 잠시 다른 공간과 시간으로 데려간다.


책상에 앉아 키보드와 잠깐, 이제 마음이 차분해지고, 비로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일 년이 되었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을 새해 목표를 삼았는데,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나면 그 목표를 달성한다. 혼자는 이루지 못했을지도.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글감을 찾는 것이 특히나 힘들었고, 빈곳간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뽑아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선배가 없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던 목표다. 내 글에 그림을 입혀야 하는 선배를 생각하며 토요일 아침이면 책상에 앉아 눈 비비며 노트북을 열었다. 일요일까지 글이 준비 안되면 선배의 은근한 압박이 있었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즐거운 일이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화상채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에 살을 더하고, 그림으로 생기를 불어넣는 하나하나의 과정은 힘들긴커녕 재미있었기에 매주 한 편의 글이 나온 것이리라.

비록 브런치 조회수는 월 200회 언저리에 머물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새해에도 계속 놀고 싶다. 쓰고 그리며 우리는 자유롭고 즐겁다. 내년 두 번째 해를 맞는 우린 아마 좀 더 ‘성격 있는’ 글을 내놓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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