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펫이다. 카오산로드에서 길거리 바를 운영하고 있다. 겉모습은 무섭게 생겼지만, 그는 무척 세심한 사람이었다. 혼자 술을 마시는 나에게 심심하지 않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기도 하고, 내가 노트북을 켜자 묻지도 않았는데 다가와 와이파이 주소를 알려주기도 했다. 어느 정도 맥주를 마시자 화장실 위치를 먼저 알려주고, 사소한 행동과 말에 기품이 느껴졌다. 그가 운영하는 바는 작지만, 정돈되어 있었고, 음악은 평범하지 않았다. 게다가 길거리바임에도 아주 깔끔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난 그의 범상치 않은 풍모에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 거리에 흔치 않은 블루스풍의 재즈음악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가 지키고 있는 바 근처로 테이블을 옮겼다. 펫이 태어난 고향은 말레이시아와 가까운 리뻬란 곳인데, 바다가 무척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십수 년 전 작은 바를 만들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허락을 해주어서 이곳에 바를 차렸다고 한다. 바가 있는 곳은 카오산 로드에서 살짝 벗어난 람브뚜리 거리인데, 손님 대부분은 카오산로드의 유명한 바에서 밤새 즐기다가 숙소에 들어가기 전 잠시 들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늦은 오후 가게의 문을 열고, 새벽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내가 늦은 밤까지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거꾸로 나의 업무시간을 물었다. 그는 비록 밤에 일하지만 내가 일하는 시간보다 훨씬 짧고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숙소에 갈 시간이었지만, 그와의 대화는 흥미롭고 재미있어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손님도 나를 제외하고 인도인 한 팀 정도밖에 없었기에 우리는 긴 시간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의 집이 카오산로드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으며, 작은 정원에서 파파야 샐러드를 만들 정도의 오가닉 채소 정도는 거뜬히 키우고 있다고 했다. 태국 맥주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태국 맥주는 세 종류가 있고, 각 맥주병에 그 맥주의 이름이 상징하는 동물이 그려져 있다고 했다. 싱하맥주는 사자를 닮은 상상의 동물이, 창맥주는 코끼리가, 레오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고 하면서, 펫은 일일이 맥주병을 들고 와서 설명을 해주었다. 싱하맥주가 제일 유명하지만 최근에 창맥주가 맛을 개선하면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칵테일을 주문했다. 그는 진토닉이 자신 있다며 정성 들여 칵테일 한잔을 만들었다. 얇게 슬라이스 된 라임이 들어간 진토닉은 진하면서 상큼했다.
그는 작년에 태국에서 합법화된 대마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이기에 그냥 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도 대마초를 종종 피우는데, 자신은 이 바의 모든 손님들을 케어해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중에는 절대 대마초를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에서 파는 대마초 통을 가져오더니 한번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다. 뚜껑을 열자 상큼하고, 진한 풀냄새가 확 났다.
그의 세심함은 알아채기 어렵지 않았다. 바 한편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근처에서 일하는 많은 노점상들이 그곳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면서 펫과 눈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눈빛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또한 자정이 가까워질 즈음 고양이들이 슬그머니 가게로 모여들었다. 고양이들은 바의 한구석에 놓인 사료를 아주 자연스럽고 먹고 손님들을 쓱 한번 둘러보고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밤이 늦었다. 펫과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내일 아침 일찍 골프 예약이 있어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세 종류의 태국 맥주를 마시고, 진토닉도 몇 잔 마셔서 술도 꽤 올랐다. 그와 힘 있게 악수를 하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랩 택시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