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스팅스 빌딩, 1층

by 삼이공키로미터

2층에서 꽤 많은 돈을 따고, 또 잃었다. 판돈이 커지자 스탠리는 이제 1층에 가도 된다고 말했다. 1층은 식당이니 가서 요기라도 하라며, 그는 야릇한 미소를 보냈다.


1층은 얼핏 보면 평범한 식당처럼 보였다 몇 개의 테이블이 보이고, 접시에 나이프가 부딪치는 소리만 조용조용 들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곳은 여느 식당과 아주 많이 달랐다. 어떤 사람들은 전혀 옷을 입지 않고 식사를 하고 있었고, 어떤 커플은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음식으로 서로를 애무하고 있었다.


막 회사에서 퇴근한 듯한 복장에 다리가 젓가락처럼 얇고, 배만 나온 어떤 남자는 연유가 뿌려진 찰밥을, 덜 익은 바나나와 곁들여 먹고 있었고, 그 옆의 중년커플은 날달걀을 서로의 입으로 옮기며 느끼하고 아슬아슬한 키스를 하고 있었다. 국수를 후루룩 후루룩 먹고 있는 사람 옆에서 테이블 밑으로 다리를 뻗어 서로를 애무하고 있는 커플은 거침없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이왕 왔으니 밥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스탭에게 메뉴를 달라고 했다. 스탭이 준 메뉴에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있었다. 난 샐러드로 쏨땀을, 수프는 가르파초를, 메인으로 소고기 스테이크를 골랐다.


온갖 냄새와 어울리지 않는 소리들이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구운 소고기의 고소한 냄새와 트러플향, 진한 향수와 비릿한 살냄새. 애써 참으며 조용히 소리 내는 신음, 우걱우걱 음식을 씹는 소리, 포크와 나이프의 소리,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 과연 이곳에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느 때보다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여자의 교성은 내 식욕을 자극했고, 비릿한 살냄새는 음식의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연한 소고기를 씹으며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다.


인간의 본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소였다. 사람들은 허기를 채우고, 욕구를 채우는데 거침이 없었다. 젊은이, 나이 든 사람, 남자, 여자 모두 그들의 본능에 충실했다. 오히려 멀뚱히 그들을 지켜보는 내가 더 이상해 보였다.


식당을 나서며,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홀로 오기는 그렇고, 혹시 아내와 이곳을 같이 올 수 있을까? 아마도 아내를 데려오면 이혼하자고 할 것이다. 아니 혹시 모른다. 아내도 내가 알아채지 못한 욕망이 있을지 모르니.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좀 전에 식당 구석에서 홀로 식사를 하던 한 여인이 아내를 닮았던 것 같았다.


난 핸드폰을 꺼내 급하게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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