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원님에게는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
인포메이션을 지키다 보면, 모든 회원님과 눈을 마주하고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안내를 해드리고 전산 처리를 도와드리면서 그 얼굴과 이름을 익힐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특히나 항상 같은 시간대에 오시는 회원님들의 경우 더더욱 머릿속 깊이 각인되어 있다.
모두 비슷한 목적으로 센터를 방문해 힘겨운 50분 간의 사투를 겨루고 가시지만, 인포 매니저로서 회원님들마다 제각기 달리 가지고 있는 특징 또한 포착할 수 있었다.
일단 수업을 듣기 위해 센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간부터 아주 다양하다. 첫 번째, 30분 전에 도착하시는 분. 운동을 가기 위해 마음먹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한 것을 아는 입장에서, 여유롭게 센터에 도착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 경우에 속하는 회원님은 아주 아주 드물다. 성실하게 센터에 도착하시는 회원님들은 수업에도 아주 성실하게 참여하신다. 출석률 또한 좋은 편이시다. 아마 필라테스를 하시는 목적 또한 자기 계발을 위함이 아닐까,라고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해본다.
두 번째, 5분에서 10분 전에 도착하시는 분.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 50분 수업 후 10분 쉬는 시간 사이에 도착해야 막 운동을 끝낸 회원님들과 바통 터치 하듯이 룸 안 기구에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옷을 갈아입고 물 한 잔을 마시고 몸무게나 인바디를 한 번 재보기에 적당히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졸린 눈을 비비고 오전 마지막 수업에 참여할 때마다 10분 정도 여유를 두고 도착하는 편이다.
세 번째, 수업 시작 직전 또는 직후에 도착하시는 분. 회원님들과 강사님들이 수업을 하러 들어가시면 한 순간 로비가 조용해지는데, 이 적막을 깨는 게 바로 이 분들의 다급한 발소리이다. 덜컹, 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심호흡을 내뱉으며 빠르게 탈의실로 들어가신다. 환복을 마치시면 종종걸음으로 나와 지각한 학생이 뒷문을 열고 들어가듯 조심스레 들어가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네 번째, 지각하시는 분. 힘들게 번 돈으로 결제한 회원권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함인지, 지각하시는 회원님들을 본 적은 많지 않다. 가끔 지각하시는 회원님을 보면, 지각의 정도가 10분 혹은 그 이상으로 넘어가 수업의 절반을 못 들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하시는 회원님들보다 오히려 더 여유롭게 걸어오셔서 룸에서 룸으로 이동할 때 자연스레 섞여 들어가시는 것 같다. 길을 잃었다가 돌아온 연어가 흘러가던 연어 떼에 몸을 싣듯이.
운동 후 샤워를 하는 유형도 아주 다양하다. 첫 번째로, 안 씻고 바로 가시는 분. 센터 근처에 사시거나 차를 끌고 오셔서 집까지 가시는 데에 불편함이 없으신 분이 이 유형에 해당하는 듯하다. 나도 헬스장에 다닐 때 공용 샤워장이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집까지 가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어서 굳이 샤워장과 얇디얇아 물기를 제대로 닦아내는지 알 수 없는 수건을 구태여 사용하지 않았다.
청소 담당을 겸한 인포 매니저로서 샤워를 하지 않고 가는 회원님들은 언제든 환영이다. 그만큼 샤워장을 덜 치워도 되고, 탈의실을 청소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까.
두 번째로, 샤워를 하고 가시는 분. 우리 센터에는 개인 샤워실이 총 4칸이고, 샴푸와 바디워시 또한 구비되어 있다. 필라테스는 강도에 따라 꽤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는 운동이라, 퇴근 후에 운동을 하러 오신 직장인 회원님들이나 해치워야 할 집안일 때문에 집에서 씻을 시간이 없는 주부 회원님들이 종종 씻고 가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이하게 운동 전에 샤워를 마치고 나오시는 분도 계셨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분은 일하면서 딱 한 분밖에 보지 못했다. 퇴근 후 개운한 몸가짐으로 운동을 하고 싶으신 걸까. 운동이 끝난 후에는 따로 집에서 샤워를 하지 않으시는 걸까. 음, 대놓고 말을 건네지 못해서 그 속마음을 정확히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의 회원님은 혼자 운동을 하러 오시지만, 부부나 커플 분들이 함께 오시는 경우도 가끔 있다. 두 분이서 하하 호호 이야기를 나누시며 오실 때가 많지만, 가끔, 아니 가끔이라고 하기엔 조금 빈번하게 아내 분만 오시거나 남편 분만 오셔서 옆자리가 허전해 보일 때가 있었다.
원장님께서 이유를 여쭤보면, 같이 가자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귀찮아서 안 갈 테니 혼자 다녀오라는 답변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함께 운동을 다녀도 귀찮음은 이길 수 없나 보다.
이렇게 회원님들의 특징은 아주 다양하고 개성이 넘친다. 인포 매니저로서 그 모습을 구경하는 순간과, 회원님들의 쾌적한 운동 환경을 위해 하는 일이 때로는 즐겁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