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팝송, 클래식, 어떤 게 가장 잘 어울릴까?
필라테스, 헬스, 크로스핏, 스피닝, 요가. 체력이 늘고 마음은 안정되고 칼로리는 소모되는, 우리의 일상에 정말 필요한 운동이라는 장르. 위의 이것들은 모두 다른 분위기와 형체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운동 장르에 속한다. (아마도.)
헬스는 러닝머신, 천국의 계단, 인클라인, 사이클 등의 유산소 기구와 바벨, 덤벨 등 근력 운동을 돕는 기구를 활용해 칼로리는 소모하고 근육량을 길러 다이어트 혹은 유지어트를 돕는다. 필라테스는 바렐, 체어, 캐딜락, 리포머(모두 우리 센터에 있는 기구들이다.) 등의 기구를 이용해 속근육과 코어를 강화하고,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의 고통을 완화하고, 틀어진 자세를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다. 헬스가 겉의 큰 근육을 단련시킨다면 필라테스는 속에 감춰진 근육을 키워 튀어나온 지방을 없애 마르고 탄탄한 몸을 가질 수 있다.
크로스핏, 스피닝, 요가 또한 갖가지의 매력을 가진 운동일 것이다. (세 장르 모두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어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다양한 매력과 장점을 가진 이것들은 '운동'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 같지 않지만, 놀랍게도 공통점이 딱 하나 존재한다. 바로 음악을 튼다는 것.
모든 운동은 고통과 수반한다. 3대 300을 치는 헬스 고수들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더 무거운 중량을 치며 힘겨운 소리를 내고, 필라테스 수업을 받는 회원님들은 기구 위에서 다양한 자세로 고통받으며 헉헉 거리는 숨소리와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담은 비명 소리를 내고, 크로스핏도 스피닝도 요가도 모두 그 운동의 최대치 효율을 내기 위해 알 수 없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며 운동할 것이다.
음악은 이 소리를 조금이라도 커버하기 위해, 운동 중이나 직후에 찾아오는 정적을 메꾸기 위해 센터의 모든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물론 무선 이어폰을 끼는 회원이 절반 이상이지만, 이어폰이 땀에 젖거나 바닥에 떨어질까 불안한 사람 혹은 이어폰을 귀에 달고 운동하는 게 불편한 사람도 없지 않기 때문에 음악은 필수이다. 그렇다면 각자 다른 운동에 어울리는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헬스장에 꾸준히, 까지는 아니지만 근근이 출석하며 확인한 결과, 체력과 근력을 써야 하는 만큼 파이팅이 필요한 헬스에는 신나는 EDM 음악이나 케이팝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잔잔한 클래식이나 잘 들리지 않는 팝송을 틀었다가는 덤벨을 들어 올리던 남자 회원도, 천국의 계단을 오르던 여자 회원도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 당장 운동을 중단하고 인포로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장보다 파이팅이 덜하고, 무엇보다 기구 위에서 하는 운동이니만큼 안전이 중요한 필라테스 센터에서는 신나는 음악 지양하는 편이다. 귀를 찌르는 보컬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음악 또한 운동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외한다. 그 대신 클래식, 케이팝, 팝송 등 어느 음악이든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가사가 없는 반주 버전이나 피아노 버전으로.
음악이 절대적으로 필수인 스피닝의 경우에는 신나는 측에 속하는 케이팝에 신나다 못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비트를 리믹스해 케이팝이라고 부르기 애매해져 버린 음악을 아주 크게 틀고, 그에 맞춰 사이클을 밟고 몸을 이리저리 비튼다. 리믹스 작업을 강사님이 직접 하시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안무랄지 운동 동작과 순서라고 할지, 아무튼 음악에 맞춰 그것을 짜고 회원님들을 가르치는 강사님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할까. 일단 스피닝을 미디어에서밖에 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가치를 절대 매길 수 없을 것 같다.
신체적 단련뿐만 아니라 호흡, 명상으로 심신 모두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한 요가의 경우, 신나는 케이팝이나 팝송, 웅장한 클래식 음악 모두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유튜브에 ASMR을 검색하면 나오는 모닥불 소리, 매미 우는 소리 등에 은은하게 깔리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 정도가 요가에 어울리는 음악이지 않을까. 요가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추측해 본다.
인포를 지키며 유튜브로 적당히 잔잔해 운동에 방해되지 않을 음악을 선곡하고, 광고를 스킵하고, 음악이 멈추는 오류를 꺼트리면서 센터 곳곳을 청소하는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청소를 하는 동안만큼이라도 나를 위한 노동요를 틀 수는 없을까, 하고. 왜 필라테스는 내가 좋아하는 케이팝, 팝송을 대놓고 들을 수 없을 걸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