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영화 <파과> 리뷰
구병모 작가의 도서 <파과>와 <파쇄>. 즐겨보던 유튜버의 추천과 나이가 든 킬러의 이야기라는 매력점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었다. 작가 특유의 한 번에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으로 스멀스멀 빠져 들어가게 만드는 스토리 라인, 이를 받쳐주는 캐릭터들이 결국 나를 구병모 작가의 팬으로 만들어버렸다.
<파과>가 영화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심히 걱정이 되었다. 책이나 웹툰 등 원작이 있는 작품이 감독의 관점을 거쳐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되었을 경우, 그 끝은 썩 좋지 못했다(는 것이 내 견해이다). 기존에 없던 것이 생기거나 사라지고, A가 B로 바뀌거나 그 이상으로 심하게 뒤틀어져 원작을 좋아하던 팬들에게 원성을 살 만한 결과물로 나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웰메이드라고 생각되는 최근작을 떠올리자면, 박상영 작가의 도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원작으로 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정도려나.
문장 한 줄 한 줄은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할 정도로 읽기 어려웠다. 꽤나 다양한 작가의 많은 책을 읽어 온 나로서는 내가 문장을 읽는 데 힘겨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조금의 스크래치로 다가왔고, 꾸역꾸역 완독을 하겠다는 집념과 후반에서 점점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투우, 강 선생이라는 인물이 조각에게 끼치는 영향,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그 사건 속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문장력이 나를 구병모 작가의 팬이자 이 책의 팬으로 만들었다.
영화 <파과>를 보기 전, 캐스팅된 출연진을 확인했다. 내가 원작을 보며 떠올린 인물들의 이미지와 배우의 이미지가 얼마나 잘 매칭될지, 연출가와 나의 생각은 얼마나 일치할지 궁금했기 때문에.
배우님께 죄송해지는 말이지만, 유일하게 조각 역을 맡으신 이혜영 배우님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엄마로 나왔었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아아'라는 건조한 반응을 하긴 했었지만, 아주아주 옛날인 드라마의 주연 옆에 있던 캐릭터를 기억하기엔 내 메모리가 너무 부족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영화 속 투우라는 캐릭터였다. 책에서 가장 눈여겨보았던 투우의 캐스팅과 영화 속 스타일링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날카로우면서 날티 나는 이미지, 그와 어울리는 파마머리와 가죽 재킷은 청부살인계 전설인 조각에게 유일하게 대드는 인물 그 자체였다.
최후의 전투 씬의 배경이 되는 폐건물 또한 문장 하나하나를 읽어내며 상상한 풍경과 아주 흡사했다. 원 구조로 된 아스팔트 건물이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자신에게 수없이 난사되는 총알을 피하고 줄을 타고 공중을 날아오르는 조각의 모습, 강 선생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투우와의 싸움을 끝까지 해내는 최후의 인간미가 폐건물과 아주 잘 어울렸다.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 속에서 다루는 '파과'의 뜻은 '흠집이 난 과일'이다. 강 선생의 장모님, 그러니까 강 선생의 죽은 아내의 어머니이자 손녀의 할머니는 조각과 투우에게 과일을 팔며 이야기한다.
"이렇게 썩은 게 겉보기에는 맛이 없어보이는데, 사실 이게 제일 맛있어요."
파과는 한 때 청부살인업자로 날아 다니던 손톱이자,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전설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실력을 가진 조각 그 자체를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젠가 넷플릭스에 <파과>가 들어오게 된다면, 책을 끌어안은 채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영화이다. 잔인한 장면을 보는 데에 거부감이 없다면, 영화 <파과>와 이의 원작인 도서 <파과>, <파쇄>를 꼭 감상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