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목욕탕 터줏대감

by 다운

폐암으로 입원한 아빠를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한 달과 두 달이 넘어가도록 간호하던 엄마. 아빠가 천국으로 잘 떠났기를 빌던 나날들이 지나고, 엄마는 집에서 밤낮없이 울었다. 아빠와 함께 잠을 자던 방에도 차마 들어가지 못해 거실에 매트를 깐 채 잠을 청하고, 꿈에 아빠가 나오면 천국에 잘 가지 못하고 떠돌고 있을까 울고, 나오지 않으면 이리저리 떠돌다가 길을 잃었을까 또 울었다.


그렇게 1년이, 2년이 지났다. 집에서 기제사를 지내고 추석과 설날이 되면 추모공원에 찾아가 잠들어 있는 함에 손을 대어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식혀주며 마음을 조금씩 추슬렀다. 명절마다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아빠의 이름 앞에 홀로 절하며 울던 엄마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묵묵히 차례를 지낼 준비를 했다.


어느 날,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식사를 마치고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처음에는 자주 가던 등산을 꾸준히 가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올 때마다 씻기는커녕 뽀송 매끈한 얼굴을 한 채 귀가했고, 손에는 목욕 용품이 담긴 바구니가 달랑달랑 들려 있었다. 그렇다. 엄마는 매일 목욕탕으로 가는 것이었다.


나는 목욕을 싫어한다. 씻는 것이 귀찮다기보다는 몸을 불려내기 위해 뜨거운 탕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싫고, 때를 벗겨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도 싫었다. 제일 싫은 건 몸과 머리에 잔뜩 맺힌 물기를 아무리 닦아내도 목욕탕 특유의 습한 공기 때문에 그곳을 빠져나올 때까지 달라붙어 있는 찝찝한 느낌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출근 도장을 찍듯 목욕탕에 가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온탕에서 몸을 지지고, 냉탕에서 수영을 한다는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엄마도 딱히 몸을 깨끗이 씻기 위해 방문하는 것 같진 않았다. 아무튼 2주에 한 번은 꼭 목욕을 해야 한다는 잔소리, 손이 잘 닿지 않는 등을 박박 밀어대는 손길에 이기지 못하고, 그날도 체념한 채 엄마를 따라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잔뜩 낀 목욕탕 안으로 들어섰다.


엄마는 반가운 얼굴을 하며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더니, 빠르게 몸을 씻고 탕 안으로 쏙 들어갔다. 나도 엄마를 따라 뭉그적 뭉그적 씻은 후 탕 안에 몸을 담갔다. 얼른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때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아주머니 한 분이 내게 냉커피 한 잔을 건네주시며, '엄마랑 판박이네', '예쁘네'라는 말을 너스레와 함께 고이 안겨주셨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와 감사를 담아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선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정확히 10분 후 탕에서 빠져나와 이리저리 몸을 밀어댔다. 깨끗이 씻으라는 잔소리와 등을 밀어주는 손길이 들어왔어야 할 타이밍에 엄마는 탕 안에서 하하 호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리저리 목욕탕을 지나가는 다른 아주머니들이 엄마와 닮았다는 말 한마디씩을 던져주시며 탕으로 쏙쏙 모여들었다. 엄마는 이곳에서 외로움과 슬픔을 깨끗이 씻어내었고, 목욕탕의 터줏대감이 되어 있었다. 그런 엄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몸을 마저 씻어내었다.


엄마는 더 이상 울지 않았고, 내게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내게 신경 쓰기보다 스스로의 사사로운 행복을 챙겨내며, 슬프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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