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 전시회 한 번 즐기는 돈이 부담되는 세상에서
비건은 모르지만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재미있게 읽었던 몇 년 전의 내가 있었다. 베스트셀러 어느 코너에서만 머물던 그 책은 노벨문학상이라는 커다란 타이틀을 얻은 후 한강 작가의 얼굴을 필두로 한 전용석에 앉아 있었고, 파리 날리던 인쇄소는 쉴 틈 없이 불나게 기계를 돌렸다고 한다.
한 순간의 도파민을 찾아 SNS 세상 속을 날아다니던 1020 세대 청년들은 번쩍거리는 블루라이트, 밈으로 썩어가는 뇌, 쓸데없이 쏟아지는 잡다한 정보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휴대폰을 내려놓은 대신 종이책, 전자책 전용 기기를 한 손에 쥐고 있기 시작했고, '텍스트힙'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타면서 잠시 반짝하고 말 줄 알았던 독서 문화는 잔잔히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여전히 책은 잘 팔리지 않고, 독서 문화의 붐으로 서울국제도서전의 인기가 급격히 솟아오른 탓에 현장 입장권 구매가 불가능해지는 불상사가 생기고, 그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야유를 사고 있다지만, 책이라는 문화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것임을 야기하는 이 상황이 마냥 안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텍스트힙이 유행함에도 책이 잘 팔리지 않는 건 왜일까? 그건 어쩌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써야 할 돈과 시간을 책이라는 반짝 문화에 투자하는 것이 아직은 두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 특히나 종이책의 경우에는 자칫하다가는 제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라면 받침이나 인테리어를 위한 소도구로 취급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책을 즐기는 문화가 아직 낯설고 두렵다면, 이건 어떨까? 공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라고 말한다면 물론 그렇지만 유달리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첫 번째, 이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자 아주 쉬운 방법, 그리고 어쩌면 이미 여러분이 시도하고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 바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일일이 산 꼭대기에 있는 동네 도서관을 땀 뻘뻘 흘리며 찾아가지 않아도 책을 빌릴 수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내가 빌리려는 책이 서가에 없어 실망한 채 빈 손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되고, 이미 책이 대출 중인 상태라면 예약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선수를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 빌린 책을 돌려주기 위해 양 어깨에 이고 지고 가지 않아도, 택배 시스템을 통한 반납이 가능하다.
일일이 인포메이션에 찾아가 도서관 전용 아이디를 생성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을 통해 회원가입을 하고 모바일사용증을 갖다 대기만 하면 누구나 책을 대출받거나 반납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동네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다른 도서관에 대출을 부탁하고 동네 도서관에서 전달받을 수 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직접 다른 도서관에 힘겹게 찾아가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나 생각하기 쉬운 방법이자, 아주 편리한 방법이다.
두 번째, 쉬운 방법은 아닐지라도 이 방법을 활용한다면 향후 SNS를 본격적으로 키우고 싶은 여러분 중 일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지적인 무언가를 얻을 수도, 책을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능동적인 무언가를 남기는 행위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출판사의 서평단에 신청하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듣거나 보았던 출판사의 이름들이 있을 것이다. 출판사는 보통 출간하는 책을 홍보하기 위해 SNS, 특히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나는 아주 다양한 대형 출판사부터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누군가의 계정까지, 적지 않은 책 관련 SNS 계정을 팔로우해 둔 상태이다. SNS 어플을 켜면 여러 출판사의 신간과 소식들, 서평단과 북토크 행사 등 다양한 정보들이 피드와 스토리를 통해 내게로 들어온다. 이것이 서평단 활동을 위한 첫 준비이다.
많은 출판사를 팔로우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보았던 책 또는 우연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 표지 아래에 박힌 출판사의 이름을 찾아 팔로우하고, 그것을 드문드문 보다 보면 이미 당신의 피드는 책과 관련된 게시글로 가득할 것이다.
소개글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책이나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 신간으로 나왔다면, 주저 말고 서평단을 신청해 보자. 서평단 신청 이유를 작성할 때 위에서 언급했듯 서점에서 지나가다가 보았던 경험, 우연히 재미있게 읽었던 경험을 살리고, '이 책도 너무 궁금해요'라는 마음을 슬그머니 내비치면 선정에 조금 더 유리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여러 서평단을 신청했을 때의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러한 듯하다.)
그렇게 하나 둘 책을 받고,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SNS에 업로드하다 보면 당신의 피드에는 책의 표지 사진을 필두로 한 게시글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 본 출판사의 마케팅 팀은 당신의 피드를 눈여겨볼 것이고, 그 요소는 이후 서평단 선정에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약속된 마감 기한을 반드시 지키는 것, 마냥 서평을 '재밌어요'와 같은 단순한 문장이나 마냥 긍정적인 추천 문구로 도배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 표지 사진을 깔끔하게 잘 찍는 건 필수가 아닌 플러스 요인이라는 것. 이 정도랄까.
세 번째, 이 방법은 나 또한 최근에 접할 수 있었다. 여기서도 공짜로 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바로 유튜브. 영상이나 쇼츠 보기 바쁜 유튜브에서 어떻게 책을 공짜로 받아 읽을 수 있어? 라고 한다면, 나 또한 이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플레이리스트를 업로드하는 한 유튜버 채널을 우연히 보았다.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출간한 조예은 작가의 신작,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가 올라와 있었다. 설명란에는 도서 증정 이벤트라는 제목과 함께 신작의 키워드에 관한 생각을 쓴 분들에 한해 도서를 선물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사람들의 감성과 문화를 잘 활용한 마케팅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쇼츠를 통해 책을 짧고 굵게 소개하거나 롱폼으로 북토크, 작가와의 인터뷰, 책에 관한 토론 등 콘텐츠를 종종 보았기에 위와 같은 영상에 알고리즘이 닿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를 그 영상에 데려다준 알고리즘에 감사함을 느끼며,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칵테일, 러브, 좀비>를 한 번 더 부지런히 읽었다.
https://youtu.be/tVxUs0pD6iQ?si=rABCCbS2HI6Ohn4h
이렇게 책을 공짜로 읽기 시작하다 보면, 언젠가 서점에 들렀을 때 당신은 이제 슬슬 책을 사서 읽을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고, 마음에 드는 한 권을 골라 카운터로 다가갈 것이다. 꼭 그렇게 변화하길 바란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된다면 그 책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창작해 보는 시도에 발돋움하는 것 또한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책이라는 건 그런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