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사형수가 있었다. 한 명은 스파이 혐의로, 다른 한 명은 명령 불복종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그들은 군인으로서는 죽을죄를 지었을지언정 질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의 간수는 그들이 이성적이고 심지어는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여겼다.
어느 날 간수가 물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그러자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자가 답했다. "꽃밭을 걷고 싶습니다. 생텍쥐페리가 노래했던 것처럼 낭만 있고 우아하게 최후를 맞이하고 싶군요." 그러고 나서 그는 꿈꾸듯 중얼거렸다. "그 작가는 간수에게 미소 지어서 담배를 얻어 물었다고 하는데 우리에겐 허락되지 않은 일인가 보오."
간수는 담담히 그에게 담배를 건넸다. "꽃밭에 가는 것쯤이야 어려울 것 없죠." 그러고 나서 다른 사형수를 보았다. "당신도 꽃밭에 가기를 원합니까?" 간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적을 죽이는 대신 스스로에게 총을 쏴 부상을 입혀 전선을 이탈하였고, 그로 인해 군부의 미움을 받아 본보기로 사형을 판결받은 사람이기에, 그만큼 이상적인 사람이 죽기 전 꽃밭에 가는 일을 마다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그 답지 않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고개만 내리깔 뿐이었다.
그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날 아침에, 간수는 사형수들을 꽃밭에 풀어주었다. 꽃밭의 끝은 절벽이었고, 혹여나 사형수가 도망칠 경우를 대비하여 병사들을 배치했다. 간수는 두려웠다. 자신의 이상적인 행동이 자신의 현실을 파멸시킬까 봐. 그럼에도 이들을 현실의 차디찬 물결 속에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건 인간답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스파이 혐의를 받은 남자는 꽃밭을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에 반면에 스스로를 쏜 남자는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간수는 인내심 있게 그를 기다렸으나 그는 끝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이 됐고 두 사형수는 시대의 심판을 받기 위해 끌려갔다.
간수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형장으로 가는 동안 남자에게 물었다. "왜 당신은 꽃밭을 뛰지 않은 거요.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요?" 남자는 답하는 대신 자그맣게 미소 지었다.
"만약에 내가 저 친구처럼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꽃밭을 뛰며 죽기 전 잠깐의 휴식을 맛보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꽃밭이 흐트러질 터이지요.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보다 꽃밭을 더 사랑할 사람이 있기에 나는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꽃밭은 남아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