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2024년 6월 11일
백수가 됐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결정된 출발 날짜는 바로 다음날인 화요일. 금요일에는 약속이 있으니, 귀국일까지 곧바로 결정됐다.
여행지는 어디로 해야 좋을까. 여러모로 일본이 가장 만만하다. 가까운 후쿠오카, 내가 좋아하는 사케 양조장이 있는 히로시마를 우선 고민했다. 그러나 항공편이 녹록지 않았다. 히로시마는 아예 표가 없었고, 후쿠오카는 비싼 좌석만 남아 있었다. 예산이 넉넉하진 않아 포기했다.
저렴한 순으로 정렬하니 후쿠오카 옆의 기타큐슈, 히로시마 근처의 마쓰야마가 떴다. 경기도만 나가도 답답해하는 내가 소도시 여행을 잘 즐길 수 있을까 고민됐다. 그렇지만 비슷한 금액으로 갈 수 있는 곳들은 정말 한적한 시골들이었다. 스카이스캐너에서 보여주는 도시 대표 사진부터 녹색이 가득했다. 표가 있는게 어디야, 마음을 고쳐먹었다.
두 곳이 고민된다고 여자친구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네일동 캡쳐 사진을 보내줬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었나 보다. 모든 댓글이 마쓰야마를 골랐다. 어느 댓글은 마쓰야마가 기타큐슈에 비해 압도적이라고까지 말했다. 바로 항공권을 결제했다. 출발 시간은 다음 날 오전 8시 30분. 20시간 정도 남았다.
여행의 컨셉은 ‘P의 여행’으로 잡았다.
나는 여행시간보다 준비시간이 긴 종류의 사람이다. 미리 맛집도 찾아둬야 하고, 교통편도 알아봐야 하고, 관광지별 코스도 짜야 한다. 평소라면 계획서가 A4로 4페이지는 나왔다.
그렇지만 백수 된 김에 쉬러 가는 여행, 일부러라도 신경 끄기로 했다. 나도 모르게 맛집 찾기에 2시간이나 쓰긴 했지만 그게 전부다. 갈만한 곳 한 군데도 찾아보지 않았다.
모르는 걸 굳이 찾지는 않더라도, 이미 아는 걸 무시할 순 없었다. 출발 12시간 전, 인천공항 스마트패스를 등록하고 모바일 체크인을 한 뒤 e심을 구매했다. Visit Japan의 QR코드도 미리 띄워뒀다. 최소한의 준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이미 ‘P의 여행’은 탈락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P의 여행’ 컨셉, 생각보다 어렵다.
가방은 한밤중에 싸기 시작해 30분 만에 마쳤다. 올해 휴가지에서 입으려고 사둔, 2만 원짜리 하와이안 남방이 메인이다. 나머지는 손 닿는 대로 집어다 넣었다. 반바지, 검은 기본 티, 대충 걸칠 것들. 카드지갑 찾는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다.
4시 30분으로 알람을 맞추고 누우니 12시였다. 이렇게까지 아무런 준비 없이 해외에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됐다. 혼자 가서 잘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알람에 눈을 떴다. 공항리무진 탑승은 5시 정각. 서둘러야 했다.
샤워하며 생각했다. 도착하면 짐부터 호텔에 맡겨놓자. 대충 점심시간쯤 될텐데, 조금 일러도 밥부터 먹어야지. 점심은 카레를 먹어야겠다. 카레는 많이들 먹으니까 대충 근처에서 찾아도 괜찮겠지. 그런데 그다음엔 뭐하지. 알아봐 둔 곳이 하나도 없는데. 도착해서 바로바로 정할 수 있을까? 목표 없이 떠난다는 건 이렇게 위태롭게 느껴지는구나. 백수가 됐어도 내 인생의 목표는 명확한데. 그나마 용기를 얻게 되는군. 벌써부터 교훈을 얻다니.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역시 삶에 여행은 중요하구나.
리무진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여름이 가깝기 때문인지 바깥은 생각보다 밝았다. 리무진에는 사람이 적었다. 도착할 때까지 다섯 명이 조금 넘었다. 공항은 사람이 그나마 있었다. 그래도 공항에 발 디딘 순간부터 면세구역 진입까지 13분 걸렸다. 환전까지 수령하고, 스마트패스 기기는 몇 분 꺼져 있었는데도. 역시 미리 준비하는 게 최고다.
면세구역은 볼 게 없었다. 라이엇 아케이드도 닫혀 있었다. 앉아서 쉬어야지, 하고 버즈를 꼽는 순간 거북이의 비행기가 흘러나왔다. 기분이 좋아졌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잠이 몰려왔다. 정신없이 잤던 것 같다. 원래 출발 시간인 8시 30분이 지나 잠깐 눈을 떴다. 비행기는 원래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조금 지연되나 보다, 하며 다시 잤다. 항의하는 사람들 목소리에 다시 깼다. 지연이 30분을 넘기고 있었다. 90분짜리 비행인데, 이미 비행기에 탄 지 1시간이 넘었는데도 출발조차 하지 않으니 항의하는 게 당연하다. 항의가 이어지자 안내방송이 나왔다. 활주로 폐쇄로 인해 공항이 혼잡하단다. 북한에서 오물풍선이라도 보냈나, 찾아보니 2일 전이라 아닌 듯 했다.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았다.
결국 비행기는 9시 15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도착해서 점심이 애매한데, 지연돼서 딱 맞게 도착하게 됐으니 오히려 행운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원인은 나중에 알았다. 어느 화물기가 회항했는데, 그 과정에서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한다. 활주로 3개 중 1개를 못쓰는 상황에서 45분 지연이면 나름 칭찬받을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쓰야마는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진심이다. 공항과 시내를 이어주는 한국인 전용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주요 관광지 무료 쿠폰도 준다. 여권만 보여주면 할인되는 관광지도 있다.
마쓰야마 공항에 도착해서 인포메이션부터 찾았다. 관광지 무료 쿠폰을 받으며, 비행기 지연으로 인해 셔틀버스도 늦게 출발한다고 안내받았다. 탑승장소에서 버스 3대가 대기하고 있단다. 물론 나는 탑승장소를 못 찾아서 타지 못했다. 어물어물하는 사이 무료 셔틀버스가 출발해 버렸다. 탑승장소 바로 옆의 공항리무진을 700엔 내고 이용했다.
공항리무진은 숙소 바로 근처 전철역에 내려줬다. 귀국할 땐 무료 셔틀을 타야지, 하고 다시 탑승장소를 찾아 헤멨지만 찾지 못했다. 정보글을 찾아보니 변수가 너무 많아 포기하기로 했다.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나왔다. 아침에 생각해둔 대로, 곧바로 카레집을 찾았다. 그냥 걷기만 해도 쉽게 눈에 띄는 카레집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이 근처는 번화가가 아니었다. 구글맵을 켜보니 평점이 좋은 식당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
치킨 카레 세트를 시켰다. 흰밥과 사프란 밥, 난 중에서 사프란 밥을 주문했다. 세트에 포함된 음료 대신에, 추가 요금을 내고 생맥주도 시켰다. 맵기는 0단계부터 3단계까지 있고, 그보다 더 맵게 주문할수도 있었다. 한국인인데 몇 정도 괜찮냐고 질문하자, 잠시 고민하더니 2단계라는 대답을 주었다. 그럼 3단계로 달라고 주문했다.
샐러드와 생맥주가 바로 나왔다. 도착하자마자 마시는 생맥주는 각별하고 시원했다. 맛은 밍밍했지만, 역시 일본맥주는 밍밍한 맛에 먹는다. 샐러드는 소스에서 카레맛이 났다. 컨셉이 제대로다.
기다리다 보니 포장해가는 손님도 꽤 있었다. 동네에서 나름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맥주를 마시며 기다린 끝에 드디어, 일본에서의 첫 끼가 나왔다. 기대감 속에 카레부터 맛봤다. 정확히 우리가 아는 일본식 카레의 맛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식당 정체성이 혼란하다. 카레는 인도 요리다. 일본에서는 카레를 받아들여 일본식 카레를 만들어 먹는다. 이곳의 카레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 가게, 인도식 카레를 표방한다. 신기한 일이다.
먹다 보니 카레가 생각보다 더 매웠다. 아차 싶었다. 무지막지하게 맵지는 않지만, 서서히 올라오는 매운맛이었다. 오뚜기 매운맛 카레보다는 확실히 매웠다. 2단계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적당한 매운맛인가 보다.
그래도 한국인이라고 이미 밝혀둔 상태에서 매운 티를 내는 것은 스스로 용납 불가하다. 습-하도 하지 않고, 카레도 남기지 않기로 했다. 밥은 양이 좀 많아 남기더라도, 매워서 카레를 다 못 먹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일본 식당이다 보니 다행히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다 긁어 먹고, 남은 샐러드와 맥주까지 시원하게 원샷했다.
밥을 먹고 나니 1시였다. 체크인까지 남은 2시간은 동네를 탐색했다.
마쓰야마 성 아래에 큰 공원이 있고, 공원에 바로 붙어있는 상점가가 마쓰야마 중심가다. 트램 타고 10분 ~ 20분 거리에 있는 도고 온천과, 그 옆의 상점가 및 공원도 있지만 마쓰야마 성 근처보다 많이 작다. 중심가는 이게 전부다. 마쓰야마 공원과 근처 상점가까지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기에 2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날씨가 참 좋았다.
시간을 살짝 돌려, 호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호텔 로비는 깔끔하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카운터로 가 짐을 맡기겠다고 했다. 직원이, 얘기한 적 없는 내 이름을 부르며 맞냐고 물었다. 휴가철도 아닌 평일이다 보니 손님이 나밖에 없나 보다 싶었다. 주변 숙소는 거의 마감된 상황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때 이곳의 서비스를 눈치챘어야 했다.
숙박비를 결제할 때도, 통화를 엔화와 달러 중 선택하는 화면에서 직원이 뭔지 몰라 버벅였다. 관광객이 정말 안 오는 호텔인가보다, 생각했다. 내가 먼저 엔화로 할게요, 하고 선택했다. 그래도 미소로 친절하게 응대해 주니 기분은 좋았다. 짐도 미리 숙소에 올려두겠다고 했다. 명찰을 보니 “大石”라고 쓰여 있었다. ‘오오이시’ 라고 읽나보다.
다시 오후 3시, 체크인.
카운터에 가니, 내 얼굴을 바로 알아보고 키를 내줬다. 하와이안 남방을 알아본 걸지도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냄새도 안 나고 깔끔한 복도를 지나 숙소 문을 열었다.
급하게 남은 곳 잡은 숙소라 별 기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정도 기대감보다도 아래였다. 90년대 동해 민박집 느낌이 가득했다. 하지만 곰팡내도 없고, 깔끔하게 청소된 점은 좋았다. 가구가 별로 없어서 공간도 꽤 넓었다. 사진을 찍다보니 나름 감성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 깨끗하면 됐지, 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생수가 없었다. 2층 정수기에서 떠다 먹는 시스템이었다. 그나마 컵은 제공해 주더라.
동네를 탐색할 때 가보고 싶은 식당이 몇 생겼다. 호텔에서 씻고 잠시 쉬면서 그중에 저녁 장소를 골랐다. 첫 장소로는 중심가 근처의 이자카야를 골랐다. 한국인들이 남긴 구글맵 리뷰가 상당히 좋았다.
걸어서 20분, 천천히 걷다보니 저녁장사 오픈 시간에 딱 맞았다. 직원이 친절하게 카운터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메뉴판은 기름이 번들번들한 비닐이 씌워져 있었고, 그 안은 패브릭 소재 같았다. 새내기일적 다니던 오래된 술집이 생각났다.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한국어로 된 인기메뉴 안내판도 가져다 주었다. ‘찢다고등어’는 뭐가 오역된 걸까.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을 먹어보고 싶어, ‘찢다고등어’ 하나와 굴 하나를 시켰다.
가장 먼저 고른 술은 귤 하이볼. 에히메는 제주도처럼 귤이 유명하다. 귤은 사먹는 게 아니라 선물받는 거라는 밈도 비슷한 모양이다. 이곳에서 난 귤을 쓰겠지 싶어 시켜봤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레몬 하이볼처럼 신맛이 강하지도 않고, 후쿠오카의 유자 하이볼처럼 단맛이 강하지도 않다. 균형이 잘 잡혀 있는 맛의 하이볼이었다.
‘찢다고등어’는 불로 지진 고등어 회였다. 고등어 회가 그대로 나오고, 바로 앞에서 토치로 지져준다. 직원이 한국어로 ‘하나, 둘, 셋’ 할테니, 다 지지고 나면 타이밍에 맞춰서 레몬을 뿌리라고 했다. 레몬을 뿌리자 직원들이 ‘나이스 레몬’을 합창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고등어는 겉을 지졌으니 기름이 살짝 녹아 있고, 살은 신선한 그대로라 상당히 맛있었다. 같이 나온 노란 소스는 귤로 만든 것 같다. 아마도 절임 같은 것도 곁들여 나왔는데 재료는 모른다. 소스와 절임 둘 다 신맛이었지만 둘 다 올려 먹는 게 제일 맛있었다.
다음 안주는 굴. 한 마리 690엔이라니 굉장히 비싸다. 환율 따져봤자 6천 원. 그래도 바닷가 도시의 비싼 굴이 궁금해서 시킬 수밖에 없었다.
굴과 함께 마실 술로는 오키나와 소주를 골랐다. 오키나와랑 에히메는 굉장히 멀리 있는데 무슨 상관이지 싶었지만, 흔하게 먹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얼음이나 데우는 일 없이 그대로 한 잔 달라고 주문했다.
딱 한 마리만 있으니,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게 먹을지 고민했다. 일단 같이 나온 소스는 모두 올리고, 일단 소주 한 입, 그리고 굴은 한번에 다 먹고, 다시 소주를 가득 한 입 하기로 했다.
소주로 입을 씻고 먹은 굴은 정말 훌륭했다. 맛도 맛이지만, 굴이 왜 바다의 우유인지 알게 될 정도로, 입 안에서 녹아 없어졌다. 소주와의 궁합도 훌륭했다. 690엔을 주고 시키기에 전혀 후회 없는 맛이었다.
굴을 먹고 나니 소주가 남았다. 남은 술과 함께할 안주로 계란구이를 골랐다. 계란구이는 평범한 일본식 계란구이 맛이었다. 다만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짜지 않아서 좋았다. 간 무도 같이 나왔는데, 계란과 함께 먹어도 별 맛이 나지 않아서 같이 나온 이유는 모르겠다. 가격도 싸고, 남은 술을 해치우기에 적당한 안주였다.
총 4455엔이 나왔다. 마쓰야마에서 가장 큰돈을 쓴 식당이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굴을 두세 마리는 먹고 싶다.
저녁을 먹고 산책하다 책방을 만났다. 음반도 팔고 있었다.
하나를 골라, 유튜브 뮤직으로 들으며 산책했다.
Yaida Hitomi - 未完成のメロディ (미완성의 멜로디).
2차를 하기 위해 이자카야를 찾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한시간 반을 돌아본 끝에 불이 켜진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구글맵에는 이자카야로 등록되어 있지만, 안에 들어와보니 인테리어는 우리나라 주택가 밥집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손님은 나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앉자마자 계산하고 나가버렸다. 손님보다 점원이 세 배 많은 식당이 되었다. 아마 가족끼리 하는 가게인 모양인데, 부모님과 딸 같았다. 부모님은 연세가 많아 보였고, 따님도 40~50대로 보였다.
메뉴는 화이트보드에 보드마카로 쓰여 있었다. 파파고도 인식을 못 했다. 맥주랑 먹을 만한 안주가 뭐가 있는지, 파파고를 통해 물었다. 사장님이 배가 좀 고프냐고 물었다. 아까 제대로 된 식사를 한 건 아니라서 그렇다고 했다. 2400엔쯤 하는 코스를 추천해 주었다.
그 정도로 많이 먹고 싶지는 않아서, 코스는 너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무슨무슨 사시미는 어떠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사시미’만 알아듣고 그걸로 달라고 했다. 받아보니 닭사시미였다.
닭사시미는 후쿠오카에서도 먹어본 적 있다. 그때는 다소 질겨서 먹기 힘들었다. 여기는 달랐다. 식감이 매우 부드러웠다. 간장만 찍어먹고 있었더니, 사장님이 가운데 소스에 깻잎을 섞어서 먹어보라고 알려줬다. 그 방법이 제일 맛있었다. 닭에 비해 소스가 적어서 아쉬웠다.
사장님은 야구를 보다가 드문드문 말을 걸었다. 나이는 몇이냐, 일본은 몇 번이나 와 봤냐, 한국맥주는 어떠냐, 한국야구는 어떠냐 등등. 직장에 대해서도 물었다. 대답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냥 회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주를 다 먹어갈 때쯤 진저하이볼을 하나 더 시켰다. 하이볼은 금방 나왔는데, 정말 맛있어서 재료까지 물어봤다.
하이볼과 함께 먹을 안주도 추천을 부탁했다. 사장님 가족이 고민하더니 생선은 어떠냐고 물었다. 어차피 긴 대화는 할 줄 모르니 무조건 좋다고 이야기했다.
잠시 기다리자 튀김이 나왔다. 따님이 서빙해주면서 뭐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게 뭔지는 못 알아들었다. 맥락상 가시인 것 같다. 사모님이 ‘그렇게 말하면 알아듣겠니’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튀김은 촉촉하고 따뜻했다. 가시가 굵어 발라내고 먹기 편했다. 하이볼하고도 잘 어울렸다. 사장님 가족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천천히 먹었다.
맥주는 개꾸락지가 눈에 띄어 사왔다. 라거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IPA였다. 푸딩은 우유맛이 굉장히 잘 나서 우유비린내까지 났다. 둘 다 맛있게 잘 먹었다.
글을 쓰다가 알았는데, 점심의 카레집이 2차의 이자카야 바로 옆이다.
심지어 마지막 날 저녁에 저 이자카야의 구글맵 리뷰를 보며 심각하게 고민하다 안 들어가기도 했었다. 그때도 전혀 몰랐다.
글을 쓰다가, 이 이자카야가 어딘지 생각나지 않아 구글맵 타임라인을 보고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