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2024년 6월 12일
여행에 '때운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첫날은 잘 때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밑천이 떨어졌기에, 둘째날은 뭘 할지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했다.
첫날 받아온 쿠폰을 살폈다. 쿠폰은 10장 정도인데,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다르다. 그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마쓰야마 시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곳은 3곳 뿐이다. 나머지는 전철을 타고 40분에서 한 시간은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작은 마을들이다. 시간도 문제지만, 아끼며 여행하는 와중에 왕복 교통비 5만원이 부담됐다.
남은 아침도 스케줄을 짜며 보냈다. 메인 관광지는 정했으니, 차편과 요금과 배차간격과 근처 가볼만한 곳들과 식당과 술집들만 찾아보면 됐다. 점심때 갈 식당과 동선을 마지막으로 정하고 숙소를 나섰다.
둘째날 일정을 짜며 찾아보다가 한 교차로가 'Diamond Cross'라며 뜬금없이 관광명소로 뜨는 것을 봤다. 이유를 알아보니, 트램과 시외전철이 교차하는 곳이 일본 전국에 10곳이 안 남았고, 특히 직각교차는 이곳이 유일하다는 것 같다.
위 사진은 첫날 아무것도 모르고 '와 기차길이다'하며 찍은 사진이다.
트램을 타고 마쓰야마성으로 데려다주는 리프트 탑승장소로 이동했다. 잘못된 노선을 타서 절반 이상 걸어왔기 때문에 '트램을 타고'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걷느라 땀이 많이 났지만, 리프트를 타는 곳 내부가 매우 시원해서 들어가자마자 기분이 좋았다.
손님은 나 포함 한국인 가족까지 두 팀이었다. 그런데 카운터를 제외하고도 직원 다섯 명쯤이 나란히 서서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었다. 쿠폰을 슥 보여주자, 알아서 리프트 탑승권으로 바꾸어 주었다.
위층으로 올라가자 라바콘으로 만들어둔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은 케이블카, 오른쪽은 리프트 타는 길. 한국인 아기가 부모님한테 리프트를 타자고 말하자, 아빠 쪽에서 '위험하니까 이쪽으로 와'하는 소리를 들었다.
타기 직전까지는 이 리프트가 어떤 형태인지 몰랐다. 타는 순간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 당황스러웠다. 의자가 철봉에 매달린 형태였고, 의지할 곳은 철봉 하나밖에 없었다. 추락해도 다치지 않게 안전망은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도 추락도 하지 않게끔 안전봉이라도 있으면 참 좋았겠다.
맞은편에 내려오는 사람 중에는 아예 봉조차 잡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저런 심장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어린아이가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는 것도 봤다. 내가 부모라면 여기에 태우지 않을 텐데.
왼손으로 겨우 봉을 부여잡고 오른팔로 감싸 안았다. 올라가는 내내 무서웠다.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성곽 바깥에 내려준다.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입구에 닿는다. 안쪽에도 작은 공원이 있는데, 시로야마 공원이라고 한다. 공중화장실도 있고,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작은 식당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남산타워 아래 공원처럼 주변이 탁 트여있어 시내를 보기 좋았다. 천천히 한 바퀴 둘러봤다.
마쓰야마 성 건물 안쪽, 천수각으로도 들어가 볼 수 있다. 이곳은 옛날에 쓰던 건물을 그대로 전시관으로 쓰고 있다. 1층에서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한다. 전시관에서 제공하는 슬리퍼를 신고 올라갈 수도 있고, 그냥 올라갈 수도 있다. 나는 샌들이라 맨발로 슬리퍼를 신었다. 사용한 슬리퍼는 별도 조치 없이 다시 원래 있던 통으로 들어간다. 매우 찝찝했다.
전시의 내용은 생각보다 충실했다. 당시 쓰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니 현장감이 있어 더욱 좋았다. 가장 신기했던 건, 이 성에서의 전투를 VR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4화가 있고, 한 회당 몇 분 정도가 소요됐다. 4석 중 2석이 고장나고 2석이 사용중이라 이용해보진 못했다. 대신, 그 옆의 모니터에 영상을 띄워주고 있어 재밌게 봤다.
가장 위층은 전망대로 쓰이고 있었다. 아까 시로야마 공원에서 봤던 것보다 전망이 좋았다. 무엇보다 바람이 잘 들어 시원했다. 동네를 살펴봤다. 마쓰야마가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높은 빌딩이 없어 저 먼 곳까지 모두 보였다. 땀을 식히며 여유있게 보다가 내려갔다.
천수각 입구 계단. 경사가 너무 심해 사다리가 되기 직전이다.
올라갈 때도 무섭지만 내려갈 때는 더 무서웠고, 이것이 층마다 있다. 리프트도 그렇고, 마쓰야마 성의 콘텐츠 중 하나는 스릴인가 보다.
성을 다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을까 싶어, 직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혹시 무료 쿠폰으로 교환되는 표는 리프트용일까봐 걱정했는데, 뭐라 물어볼 새도 없이 직원이 티켓을 가져갔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그리고 빠르게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이동하는 길에, 어제 만났던 책방을 다시 만났다. 오늘도 앨범 하나를 골라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Kuraki mai - mou ichido.
점심은 일본식 오믈렛을 먹고 싶었다. 의외로 근처에 파는 곳이 없었다. 거리와 차편, 평점까지 적당한 곳을 딱 한 군데 찾을 수 있었다. 노력해서 찾아낸 만큼 기대가 컸다.
식당은 번화가에서 살짝 떨어진 건물의 4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일부러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좁은 신발장이 보였다. 슬리퍼로 갈아신고 잠시 기다렸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듯했다. 매우 바빠 보였다.
안내받기까지는 조금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며 가게를 살펴봤다. 2인용 테이블 4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다찌석 4개가 있는 작은 가게였다. 대신 앉은 자리 맞은편에 큰 창이 붙어 있어 답답하지 않았다. 옆에는 작은 베란다도 있었다. 작지만 예쁜 가정집 같은 가게였다.
사장님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미리 보고 온 대로 오므라이스 햄버그를 주문했다. 그런데 그 메뉴가 없단다. 계절메뉴라서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당황해서 메뉴판을 다시 읽었다. 가장 크게 쓰인, 햄버그라는 글자를 겨우 읽어낼 수 있었다. 사실 이곳은 햄버그 전문점이었던 것이다.
그 밑에 쓰인 글자는 뭘까, 한참 들여다봤다. 칠판에 분필로 쓰여서 파파고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여러 메뉴 중 유이하게 읽은 것은 '카레'와 '버섯크림'이었다. 햄버그에 올라갈 소스를 고르는 거겠지 싶었다. 버섯크림 햄버그를 주문했다.
햄버그 플레이팅은 옛날 경양식 느낌이었다. 같이 나온 국은 야채의 향과 단맛이 진하게 났다. 나이프로 햄버그를 가르자 육즙이 많이 새어나왔다. 정말 고소하고 촉촉했다. 크림과도 잘 어울렸다.
야채를 먼저 맛보고 햄버그를 먹었다. 버섯과 함께 찍어서, 크림을 많이 묻혀서 먹었다. 먹다가 느끼해지면 국으로 조절했다. 햄버그가 보기보다 두꺼워서 고기 양이 많았다. 그럼에도 밥 양이 조금 많아서 남길까 했지만, 국과 함께 완식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식사 중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방문한 시간이 거의 2시가 가까웠음에도 내가 마지막 손님이 아니었다. 사장님은 여전히 매우 바빠보였다. 아르바이트를 한 명 들이던지 해서라도 오래오래 장사해줬으면 좋겠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호텔에 들러 씻고 갈지 고민했다. 그러나 시간이 애매했다. 대신 저녁을 일찍 먹고 들어오기로 결정했다.
도고 온천까지는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트램의 종착역은 '도고 공원'인데, 도고 공원과 온천은 거의 붙어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트램을 제대로 탔다.
도고 온천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유곽의 모델이라고 한다. 동시에 일본에서 제일 오래된, 3천년 된 온천이고, 황족의 전용탕으로 쓰였고... 등등 수식어가 아주 많다. 수식어에 비해 크기가 크지는 않았다. 주변을 빙 둘러 구경했다.
한바퀴 돌자, 도고 온천 뒤편의 산책로가 보였다. 구글맵을 보니, 작은 신사와 함께 도고 온천 산책로가 있다고 한다. 이 산책로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족욕탕이 있다고 해서 바로 올라갔다.
눈에 보이는 길로 곧장 올라가지 않고 산책할 겸 뒤로 돌아갔는데 그 길이 정답이었다. 신사의 아래쪽부터 계단을 올라, 마지막에 도고 온천을 높은 곳에서 감상하며 족욕할 수 있었다.
족욕장은 옆으로 긴 형태였다. 2명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3개 있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두 분이 한쪽으로 쓰고 계셨고, 다른 쪽 끝에는 한국인 여성 일행이 있었다. 통로가 좁다보니, 가운데 자리로 들어가다가 이 분들의 신발을 밟았다. 그러자 신발이 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후다닥 내려가 주워서 다시 제자리에 올려 두었다.
족욕을 마치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을 먹을 식당은 한국에서부터 미리 알아봐두고 갔다. '봇짱'이라는 식당이다. 어느 한국인이 남긴 구글맵 리뷰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친절한 할머니가 맞아주시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500엔짜리 가정실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식당이라고 했다.
식당은 정말 작은 가게였다. 다지석 몇 개가 전부였다. 들어서자마자 어느 아주머니께서 맞아주셨다. 특이한 건, 이 아주머니는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었다.
자리를 안내받아 들어가자, 할머니가 '밥 먹을래?' 하고 물어보셨다. 그러겠다고 대답하자 바로 두부가 나왔다. 양은 반 모 정도, 소스는 폰즈와 간장 중 선택이었다. 소스도, 기본 음료도 아까의 아주머니가 집어 주셨다. 두부는 평범했지만, 가다랑어포와의 조합이 신선했다.
기다리는 동안 TV를 봤다. 영상으로 봐서, 어디에서 차 사고가 났다거나 하는 지역 뉴스들이었다.
TV가 왼쪽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왼쪽에 앉은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나를 슬쩍슬쩍 쳐다보는 기분이었다. 외지인이라 경계하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밥이 나오자마자 그 아저씨가 물티슈 2개를 집어서 슬쩍 밀어주셨다. 경계가 아닌 관심이었나 보다.
식사로는 고기 한 장과 샐러드, 된장국이 나왔다. 딱 봐도 밥에 비해 반찬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 아까 먹은 두부는 전채요리인 줄 알았지만 사실 밥반찬이었나 보다. 그래도 된장국이 맛있어서 완식할 수 있었다.
밥을 먹는 동안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밥 먹을래?' 하고 물어보셨다. 손님이 아니라고 대답하니 '(술)왕창 마실래?' 하고 물었다. 밥도 먹을 수 있고, 술을 시켜놓고 오래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인가 보다.
밥을 다 먹고 나니 후식으로 커피와 아이스크림 중에 고르라고 하셨다. 커피는 못 마시니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그런데 이때 소통이 잘 안 됐다. 내가 'yes'의 의미로 '아이스크림 좋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일본에서는 그렇게 말하면 '아이스크림은 안 먹어도 좋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까의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셨다.
후식까지 다 먹고 바로 짐을 챙겨서 나왔다. 집안 어른 댁 분위기라 좋은 점도 있지만 묘하게 빨리 나오고 싶은 마음까지도 똑같았다. 할머니께서 '(문맥상)배부르냐'고 물어보셨고,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대답했다. 500엔짜리 동전 하나를 내고 나왔다.
저녁으로 술을 마실 곳을 찾았다. 구글로 찾아보니, 일본은 항상 온천 주변에 유흥가가 있다고 했다. 이곳 도고 온천 상점가에도 괜찮은 술집이 있을 것 같았다.
저녁을 먹은 식당은 상점가에서 살짝 떨어져 있다. 그래서 다시 상점가로 돌아가려는데, 입구 근처에 멀끔해 보이는 이자카야가 보였다. 바로 들어갔다. 내부는 여태 갔었던 모든 상점 중에서 가장 크고 깔끔했다. 한 명이라고 하자 카운터석으로 안내받았다. 일본어로 된 오늘의 추천 메뉴판과 영어 메뉴판을 받았다.
추천 메뉴판에는 영어가 없었지만 파파고가 잘 먹혔다. 일반적인 메뉴보다는, 당일 잡았다거나 이 지역 재료로 추천해주는 요리들을 먹어보고 싶었다. 당일 잡은 도미회와, 마쓰야마산 붕장어 튀김을 주문했다. 사케도 도쿠리로 한 잔 시켰다.
사케가 먼저 나왔다. 알콜이 섞인 연한 곡물향이 나고, 뒷맛이 없이 딱 떨어졌다. 320ml에 720엔이었는데, 한국보다야 싸지만 일본 기준으로는 어떤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도미회는 도미 껍질과 톳이 곁들여져 나왔다. 생각보다 양이 많이 적었다. 도미니까, 그리고 여행지니까 하고 넘겼다. 아까 자극적인 것을 먹고 와서 그런지 맛이 아주 잘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살이 탱탱하고 신선해서, 술과 함께 씹기 좋았다.
술을 마시며 가게 안을 구경했다. 카운터석은 주방과 붙어 있었는데, 주문을 받아주신 분이 요리도 하는 것 같았다. 아마 구이/튀김 담당인 것 같다. 다 된 요리는 길쭉한 나무 패들 같은 것에 얹어서 내줬다. 내 요리만 끝까지 직접 가져다 주셨다.
붕장어 튀김도 오래지 않아 나왔다.
먼저 소스 없이 한 번 맛봤다. 튀김옷이 상당히 얇고 바삭했다. 붕장어 살도 상당히 부드러웠다. 한국에서 비슷한 맛을 찾으라면 해동복국의 복튀김을 말할 것 같아. 대신 좀더 기름기가 적도 속이 꽉찬 맛이다.
튀김소스에도 찍어 먹어봤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튀김소스의 맛은, 아무리 푹 담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조화가 좋다기보단 얹어서 함께 먹는 느낌이다. 찍어먹을 것으로 소금도 같이 나왔다. 소금을 찍어먹었을 때 튀김의 기름맛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 가장 좋았다.
저녁을 너무 일찍 먹었다. 2차까지 끝냈는데도 6시 반밖에 되지 않았다. 상점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식기류를 파는 가게가 제일 재밌었다. 도자기나 유리로 만든 술잔, 밥그릇 등을 팔았다. 예쁜 술잔이 많았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500엔짜리 작은 술잔도 있었지만 이미 너무 좋은 술잔들을 본 후라 마음에 차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 술잔을 사왔어야 했다.
숙소로 가는 트램을 탔다. 이번에도 한 번에 목적지까지 가는 건 실패했다. 숙소로 가려면 번화가 끝까지 지나쳐야 하는데, 중간에 갈라져서 기차역으로 가는 노선이었다. 구글맵은 노선 번호는 안 알려주고, 표지판은 일본어라서 못 읽으니 참 불편했다.
잘못 내린 김에 이번에도 걸어가보기로 했다. 약간 헤메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해가 진 후의 일본 주택가를 걸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기찻길이 보였다. 기차를 보내기 위해 차단봉이 내려오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서서 기다렸다. 맨 앞에는 중학생 두 명이 자전거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었다. 대화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남학생은 여학생에게 관심있는 것이 분명했다. 고개는 앞을 보지만 온 몸이 여학생을 향해 있었다. 한참 뒤 기차가 지나가자, 남학생은 머리를 살짝 쓰다듬더니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방향이 다른데도 기다려준 것이다. 하늘엔 햇빛 대신 노을빛이 가득했다. 여름이었다.
여행을 가면 그 동네의 마트를 가본다. 이 동네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한국이랑 비교해서 어떤 건 싸고 비싼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다. 숙소로 가는 길 한구석에 마침 마트가 있었다. 마트에 가면 신선한 식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데, 여기는 그런 마트는 아닌 모양이었다. 가공·냉장식품이 절대다수였다. 안주로 할 만한 것이 딱히 없어서 가격이 적당한 술 한 병을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에 나가서 계속 땀을 흘리며 걸어다녔더니, 팔을 쓸면 소금이 나올 지경이었다. 땀에 젖은 옷을 걸어두고 바로 샤워기를 틀었다. 샤워가 이렇게 쾌락적인 행위인 줄 몰랐다.
이날은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안주는 술을 사면 무료로 증정하는 마른안주 한 봉지, 패밀리마트의 후라이드 치킨.